현안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 미미…"현장의 치열함 귀기울여야"

리턴 매치로 싸우는 사각의 링. 대덕만의 R&D특구를 만들자는 사람과 우리도 껴달라는 두 그룹이 2인1조로 잠시의 쉼도 없이 2시간30분간에 걸쳐 싸운 혈투의 장이었다. 다름아닌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의 공청회 자리.

몸을 던져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어 넘어뜨리는가 하면, 절묘한 발목 잡기로 상대의 운신을 어렵게 하기도 했다.

으르렁대며 상대를 협박하기도 하고, 배고프니 숟가락 하나 놓자고 읍소를 하기도 한다. 팽팽한 긴장과 피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격렬한 몸싸움 끝에 남은 것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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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혈전의 장. 이번 공청회에서는 '함께 나눠먹자'는 그룹과 '집중해서 선진국 가자'는 그룹이 극명하게 대립했다.

대구와 광주는 대덕만의 특구는 안되고, 그것에 숟가락 하나 놓자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대전은 조금만 더 밀어주면 확실하게 세계적 수준에 올라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술인들만이 사각링에서 싸운 것이 아니다. 위원들도 또다른 링에서 각자의 입장을 진술인들을 대상으로 펼치며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이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것은 세계의 조류와는 무관하게 내 몫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아쉬움이었다.

"내 몫 챙기기는 수능 부정의 씨앗"

서울 사람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청회를 지켜본 모씨는 "객관적인 접근이 아쉽다"며 "국가 경쟁력 제고란 원칙 아래 합리적 판단 보다는 내 몫부터 챙기겠다는 의식이 결국 수능 부정이란 전대미문의 사건을 만든 씨앗이 아니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다가 국가 전체의 안목을 보며 중재를 해야 할 국회가 목소리 높은 사람의 주장을 들어주는 흥정의 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 가운데 대덕R&D특구의 주인공이 될 과학자들은 피 튀기는 이러한 치열함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하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까지 대덕R&D특구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관심 표명은 극히 미미했다. 지역에서 열린 국가 균형위 주최의 공청회에도 소수의 과학자만 나왔을 뿐이고, R&D특구의 전단계로 연구단지의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몇몇 과학자만이 참여했다.

그나마 이날 공청회에는 이세경 표준연구원장과 이태섭 지질자원연구원장이 먼 거리를 달려와 이전과는 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을 따름이다.

과기부 관계자도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공간이 가만 있어도 확보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혈전이 벌어진다"며 "그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표출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귀 열고 현장의 거친 숨소리 들어야"

지금까지 대덕밸리내 과학자와 기업인들이 보여준 대덕R&D특구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는게 중평이다. 눈 앞에 떡이 보여야지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자신들의 연구 공간을 확보하고, 제대로된 연구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주장.

공청회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고, 그 말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조사가 있었으며, 그러한 말들이 치고 받으며 법으로, 예산으로 나타나는지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구 및 광주 사람들의 논리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그 치열함은 대덕밸리인들의 '무관심'을 확실히 웃도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시대는 참여에 의해 몫이 결정된다. 과학자들이 이제는 닫힌 귀를 열고, 현장의 거친 숨소리를 몸으로 느껴야 한다. 예산이나 법이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따내는 것이다.

땀을 흘려야 진짜 내 것이 되고, 성과도 내게 된다. 또한 예산 한 푼 따기가, 법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과학계의 고객이라 할 국민들의 과학계에 대한 요구 및 기대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들에게 주어진 연구 공간과 연구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그런만큼 연구 과정을 더욱 철저히 하고 결과를 챙기게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과학자 및 기업인들의 소극적 태도 혹은 무관심으로는 대덕R&D특구란 선물을 갖다 주어도 그 성공을 담보하기는 또 다른 난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현장에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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