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기3]성공 현장 보며 변화 다짐..."당연한 일을 확실하게"

시찰 사흘째인 28일 새벽 5시반. 숙소인 마이즈루야 앞에 한 두 명이 모이더니 금새 30명을 훌쩍 넘어선다. 김행기 군수와 허훈 교수를 필두로 현장 시찰에 나선다.

이른바 ‘새벽의 현장’이란 프로그램. 분초를 아껴 둘러보려고 나선 길이다. 행선지는 야마가타현이 5년전에 건설한 유미하라다이라 공원. 자동차 캠핑장 및 식물원, 운동장 등의 레저 시설이다.

2km를 걸어가니 공원 입구가 나온다. 허 교수가 휴양 시설 건립의 기본 계획은 수요자 위주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현장 강의를 한다. 김 군수는 토목 관광 복지 등 전문분야별로 금산군에 적용할 대목을 찾아보라며 공무원들을 독려한다.

새벽 5시반부터 현장 시찰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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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살아있는 사례를 보아서인지 공무원들의 눈빛이 긴장된 가운데 시설 하나하나를 캐듯이 찾아보는 움직임이 오합지졸의 모습은 완전히 탈피한 듯 하다.

2시간에 걸친 새벽 현장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단히 짐을 꾸린뒤 본격적인 日지자체 탐방에 나선다. 이날의 계획은 에코 뮤지엄으로 유명한 아사히마치 시찰. 아사히마치 향토관에 도착해 지역의 시민단체로부터 설명을 듣는다.

에코 뮤지엄이 출발한 것은 22년전. 니시자와란 오사카 출신의 사람이 이 지역에 와보고 자연 풍광과 인정에 빠져 정착하게 됐다.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줄어들고 소득 수준도 낮아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게됐다.

그리하여 주민들과 함께 학습조직을 만들고 그 가운데 자연 생태계를 활용한 활성화 방안으로 프랑스에서 시작된 에코 뮤지엄 개념을 지역에 도입하게 됐다.

기존에 뮤지엄이라고 하면 특정 건물을 기반으로 하지만 에코 뮤지엄이란 사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처럼 운영한다는 것. 이에 따라 아사히마치의 장점이 최대한 살아있는 자연경관 및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거점 등을 새로 만들어 이를 네트워킹했다.

지역 혁신 새 사례...에코 뮤지엄 시찰

에코 뮤지엄에 속한 시설들은 모두 17개.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사과 온천과 세계의 사과를 모아놓은 사과농원,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기를 모시는 공기 사원, 자연을 살린 숙박 시설인 자연관(自然觀), 바람에 따라 달리 움직이는 풀섬이 있는 자연을 보호하는 오오누마의 우키시마, 지역 생산 포도를 활용한 와인 공장인 와인城 등등이다.

그리고 이들 17개의 시설의 코아센터로서 창유관(創遊館:창조적으로 즐기는 곳)이 있다. 창유관에는 도서실과 문화센터,회의실,차실 등이 구비돼 있다.

지역을 둘러보며 시찰단들은 이제 설명을 듣고 움직이는 피동적 자세에서 앞장서 시설을 살펴보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건설직에 근무하는 김충섭씨는 “시골이라고 하지만 어디든지 꼼꼼하게 시공된 하수도 등 배수시설과 보행자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편차가 거의 없는 보도 등은 감탄하게 만든다”며 “돌아가서 행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다.

시찰단은 이날 아사히마치를 끝으로 야마카타현 시찰을 마친뒤 이날 저녁에는 총평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형기 교수는 “니시가와마치와 아사히마치는 기존 자치단체와 다른 길을 걸었다”고 설명한다. 과거 일본 버블시기에 다른 자치단체는 정부 자금으로 시설 건립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두 지역은 정부자금을 쓰기 보다는 자연 환경을 보호하고, 주민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역개발을 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 결과 자연도 보호했고 지역 공동체가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 한국의 지자체들이 수요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짓고 보자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행정의 수요자이자 주인인 주민들의 참여속에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꿈이 있는 사람이 희망을 만들고, 희망이 목표를, 목표가 행동을, 행동이 진보를, 진보가 반성을, 반성이 새로운 꿈을 낳는 만큼 우선은 금산군민이 공감할 수 있는 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날 그동안 3박4일 일정으로 지냈던 마이즈루야를 떠나 도쿄로 들어가는 날. 마이즈루야 주인인 곤노씨는 야마가타역에서 헤어지기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끝내 눈물을 보인다. 그 눈물을 보고 몇 사람이 같이 먼 산 바라기를 한다.

시찰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금산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도쿄 도청사를 들러 도쿄도의 복지와 정보교류 등의 시설을 둘러본뒤 나리타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개인들의 4박5일 동안의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시민대표 의원 언론인 공무원, 금산 발전 한 목소리

먼저 군의회 송필재 의원. “군인 유격 훈련시키듯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무원들을 이끌고 강행군하는 군수가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날이 지나며 공무원들도 힘들다는 기색보다는 하나라도 더 보아야겠다고 눈동자를 반짝이는 것을 보며 달리 생각하게 됐다.

금산이 낙후된 지역의 하나이지만 이제는 뭔가 해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본다. 살기좋은 금산 만들기에 동참하겠다.” 시민대표로 온 배동휘씨.

“군수를 포함해 금산군내 주요 공무원과 의회,언론 등 금산군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군민들이 낸 세금으로 왔다. 처음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하고 회의를 가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젊고 패기있는 공무원들이 한 번 해보겠다고 사석에서 말하는 것을 들으며 금산군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할 수 있어 기쁜 시간이었고, 주민들도 변화에 동참토록 돕겠다.” 언론인 박경래(대전일보)씨.

“가까운데 사람이 즐거워야 먼데 사람이 온다(近者悅 遠者來)는 말이 기억난다. 처음 33명이 간다고 할 때 쇼라는 생각도 했는데, 정말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들이 목숨 내걸고 일을 했듯이 여기에 온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 금산군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 이환례씨.

“나부터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을 절감했다. 주어진 여건에 불만을 갖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여건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보건소 민원실이 어두운데, 이곳에 온 분들께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친절하게 대해 명랑한 곳으로 만들도록 하겠다.” 강형기 교수.

“그동안의 연수 혹은 시찰은 군수를 비롯한 상층부 몇 명이 오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직급이 망라됐고, 의회와 언론, 시민 등이 같이 참가했다. 시찰에서 보고 느낀 것이 한, 두 사람에게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 형성이 되며 군 전체에 퍼져나갈 것으로 본다. 처음에는 오합지졸 같았던 시찰단이 이제는 정예로 거듭나 그야말로 금산 변화의 중심이 형성된 듯 하다.

금산군은 중요한 곳이다. 낙후된 지역이지만 이곳이 진정한 혁신에 성공할 경우 성공모델이 돼 다른 지역에도 그 결과가 파급될 것이다. 금산군의 변화는 지방의 변화, 한국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역을 바꿔보자.” 고바야시 교수.

“마이즈루야 주인의 눈물은 그가 정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소바를 대접하기위해 일부러 소바명인인 친구를 데려오고, 밥에 필요한 죽순은 어머니가 당일날 산에서 따오고, 저녁 한 끼를 위해 부인과 새벽부터 준비하는 등 온 정성을 다해 서비스를 했고 그러한 손님과의 이별이 아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들 새로운 각오를 하면서는 특별한 일을 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별한 일을 한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거나 업적이 두드러지는게 아니다. 특별한 일보다는 당연한 일을 해야 거기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마이즈루야 사람들이 금산군 공무원들에게 놀란 첫 계기는 신발 정리였다. 첫 날은 신발이 어지럽게 놓였었는데, 이튿날부터 깔끔하게 정돈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신발 정리가 특별한 일인가?

이처럼 변화는 당연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금산군에 돌아가서 특별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기 보다 당연한 일을, 내가 맡은 일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금산군 시찰단의 4박5일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변화를 가져온 시기라고 생각한다.

금산군의 발전을 지켜보고 돕겠다.” 시찰단은 나리타 공항 도착을 앞두고 자리를 마무리하며 금산군 발전을 기원하는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대미(大尾)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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