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기 2]니시가와마치 발품 답사..."지역 애착에 감동"

연수 이틀째인 지난달 26일 일 야마가타현 니시가와마치의 노인보건센터. 인구 7천명의 마을에 1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인복지센터가 있고, 그 시설들이 한국에서는 일류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고, 서비스는 그 이상이라는데서 금산군 시찰단의 눈빛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복지센터 입원환자의 80%가 치매 증상을 보여 그들의 대소변을 수발해야하는 근무자들 얼굴에서 짜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시설도 환자들 편의 위주로 설계된데 대해 감탄을 연발한다.

치매환자의 특성이 무조건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을 고려해 건물의 복도가 큰 원처럼 설계됐고, 휠체어가 다니는데 불편이 없도록 입원실과 복도 사이에 문턱이 없는 등의 배려에서 ‘우리는?’ 하고 자문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복지센터 입원환자의 비상시를 대비해 자치단체에서 세운 병원이 바로 옆에 세워져 있다. 복도로 연결돼 언제든지 조치가 가능하도록 돼있고, 보건소도 함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점도 크게 인상적이라는 반응.

노인복지센터 옆에는 바로 보육원이 있어 노인들이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활기를 얻도록 배려해 놓기도 했다. 금산군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이환례씨는 “보건과 복지,의료는 원 스톱 서비스 체제를 갖춰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그 모델을 본 듯 하다”며 “특히 밝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밝혔다.

혁신 현장 보며 변화 필요 절감

시찰단은 이어 보육원을 찾았다. 인구 7천명의 도시에서 지난해 신생아는 40명. 인구의 과소화가 진행되는 만큼 2세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듯 하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0세 영아에서부터 취학직전의 5세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게 반편성이 돼있어 부모들이 일을 해야하는 농촌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민대표로 참가한 박복기씨는 “원장이 40년을 이곳에서 근무한 전문가라는 점이 부모 입장에서 더욱 신뢰가 가게한다”며 “5살짜리 아이들에게는 식사당번 등 제 할 일을 시키는 등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을 가르치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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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방문한 곳은 月山湖에 있는 1백12m까지 쏘아올리는 분수대.(가장 윗 사진) 이 분수대가 쏘아올릴 수 있는 최대 높이는 1백40m. 그럼에도 1백12m로 제한을 둔 것은 사연이 있다.

다름 아니라 분수대가 세워진 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된 가구가 1백12가구. 이를 기억하기 위해 댐 높이도 1백12m로 했고, 지나는 국도도 112번 도로로 이름 붙였다.

충북대 강형기 교수는 “니시가와마치의 행정 혁신이 성공을 거두게된 기본 이유는 주민 친화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주민을 생각하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며 자치단체와 시민간의 신뢰란 선순환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한다.

주민 참여...행정 혁신의 열쇠

이곳 주민과 공무원들의 지역 사랑은 유별났다. 차량을 운전하는 현지인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생각이 없다”며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등 지역이 갖고 있는 장점도 있는 만큼 이곳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무원들의 대민 자세도 돋보인다. 올해 52세인 관광담당인 오이즈미씨는 32년간 이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오랜 근무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주사에 해당하는 낮은 직급이지만 태어난 지역에서 이웃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게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상급 기관인 현청(우리의 도청)에서 불러도 갈 의사가 없단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는 거의 안면이 있는 듯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시찰단은 이와함께 니시카와마치의 버려진 자원이었던 물을 지방재원 마련의 계기로 활용한 천연수 공장과 맥주 공장을 둘러보았고, 전통공예 전승관도 방문했다.

담당 공무원이 시찰 내내 안내를 하는 가운데 인재 양성의 축이 된 니시카와숙과 고향 쿠폰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토론 통해 금산군 변화 공감대 형성

니시가와마치의 시찰이 끝나고 토론 시간이 마련됐다. 전날만해도 다소 흐려보이던 눈동자들이 현장을 보고난뒤 좀더 또렷해진 모습이다. 각자의 1분 소감 발표가 먼저 있었다.

“月山이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7천명의 도시에 있는 시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복지센터와 보육원 등을 갖고 있는데 놀랐다”, “공무원들이 자원이 없다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며 지역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을 보고 많이 반성했다”, “규모가 크고, 상급 기관에서 추진한다고 무조건 따라가는게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행정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한 수 배웠다”,“하수도 담당이다. 공사장 위주로 현장을 보았는데 꼼꼼한 시공에서 장인 정신과 기술자 자존심을 엿볼 수 있었다”,“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시민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오늘날 풍요의 기본이 된 듯 하다”...

이날 토론후 이어진 강의에서 강 교수는 “오늘날 니시카와마치의 모습이 이뤄지기까지는 30년이 걸렸다”며 “특히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먼저 헌신했고, 신뢰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고바야시 교수는 전날에 이어 특강을 했다. 2강의 주제는 인재육성. 두 사람의 강의를 요약해 정리한다.
 

강형기 교수

니시가와마치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된데는 30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거 이곳은 일본에서 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의 하나였다. 겨울이 길고 소금으로 간한 저장식품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요코야마(橫山)군수가 취임하며 살기좋은 지역으로 만들어갔다.

혁신의 요체...강력한 리더십과 인재 육성

지역 혁신의 성공 요인은 가운데 하나는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지난 30년간 한결같은 철학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인재육성, 지역자원 활용, 가슴에 닿는 행정 등이다. 지도자의 의지가 아무리 있어도 혼자서는 못한다. 다양한 인재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공무원의 의식 개혁과 부서간 협력, 시민의 참여 등이 필요하다.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니시가와塾이란 것을 운영했다. 외부 명망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애정을 가진 교수의 지도하에 공무원과 시민들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의 물을 천연수로 만드는 것과 여름 스키장, 지역 맥주, 고향 쿠폰 등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주민 참여,변화의 충분 조건

또한 이 지역에서는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았다. 'NUMBER 1'을 추구하지 않고 'ONLY 1'을 추구했다. 112m 분수대와 같이 이야기가 있는 행정이 대표적이다.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참여유도도 특기할 만하다.

지역민들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애착을 갖도록 만들어 비로서 행정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다. 지역에 있어 인정은 최고의 자원이다. 내부인은 물론 외부인에게도 감동을 주며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든다.

하지만 니시가와마치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니시가와마치의 행정혁신 사례는 성공 사례라기 보다는 노력했다는 사례이다. 지역 개발을 흔히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페달을 멈추면 넘어진다고.

하지만 21세기는 비행기 타기처럼 더욱 격심하다. 작은 성취에 만족해 혁신을 멈추는 즉시 엔진이 꺼지고 추락하게 된다. 작은 성취를 이룬 지금이 오히려 위기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새로운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제 혁신을 시작하려는 금산군에 있어 니시가와마치는 그런점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것이다.
 
고바야시 교수

공무원 생활하면서 중요한 것은 교육받아 배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게 중요하다. 행정은 일반 기업에 비교할 때 비상식적이다. 일반 기업은 자기 능력이 있으면 출세,월급도 많이 받는다. 행정은 보상도 크지 않고, 처벌도 크지 않다.

공무원은 비품, 기관장은 소모품

공무원을 비품에 비유하기도 한다. 책상, 복사기처럼 항상 거기에 있다. 이에 비해 시장 등 기관장은 소모품이다. 언제나 바뀔수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한 기관장은 32년을 한 사람이다. 이에비해 공무원은 평균 40년을 한다.

누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지자체의 수준을 높이는데 비품의 능력을 높이는 것과 소모품의 능력을 높이는 것중 어느것이 빠르겠는가? 아무리 훌륭한 시장,군수가 있어도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 공무원이다.

인구 1만도 안되는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가? 며칠후 되돌아가 이런 식으로 따라 할 수 있는가, 자신이 있는가? 시찰 온 이곳은 일본 내에서도 모범적인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도쿄로부터 떨어진 인구 과소, 낙후 지역이었기 때문에 변했다. 이곳에는 지역발전을 위해 20,30년 헌신한 사람이 많다. 군청의 직원 가운데 몇 명이 생명을 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군수도 따라가고 결과 낳았다.

선진지역은 무엇보다 군청내 공무원 가운데 헌신적인 사람이 많다. 이들을 기억하라. 이런 것이 기초이다. 자신이 변하고자, 노력하고자 하려면 이상이 있어야 한다. 매일매일의 일에 바쁘겠지만 군의 장래가 어떻게 돼야한다는 이상을 가져야 한다.

공무원의 목적이 무엇인가? 사업을 잘하면 돈을 벌수도, 잘못되면 자살을 할 수도. 민간회사 출세도 할 수 있지만 능력없으면 목 짤릴 수 있다. 이런 아무 것도 없는게 공무원.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내 힘, 내 손으로 지역을 바꾼다는 것이 없으면 공무원할 가치가 없다.

공무원 스스로가 변화 의지 가져야

어제 강의에서 애정, 긍지, 위기감을 강조했다. 의욕가지면 반드시 변한다. 20-30년뒤 금산군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20년뒤 그 공무원이 있어 지역이 좋아졌다, 아니면 그 바보 때문에 이렇게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겠는가?

인재 양성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기도 하다. 우수한 인재를 만들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제3자가 인재를 만드는 것은 어렵고,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은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면 쉽지가 않다.

하지만 자신이 하려고 하면 곧 된다. 인재양성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문제는 여러분이 그런 의욕을 갖고 할 마음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젊은이 가운데 그런 인물이 나와야 한다. 지도자나 상사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인간이 나오면 그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다. 교육이란 바꿀 수 있는 환경, 촉매제에 불과하다. 스스로가 의욕을 가져라. 주민들의 동참도 중요하다. 니시카와숙은 주민 학자 행정 3자의 협력이다. 이야기를 하며 정책이 나왔다.

정책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정책이란 목적을 갖고 이야기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반발심이 커진다.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의견이 나오다 보니 좋은 정책이 나오고, 정책 입안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변화와 지역민들의 동참, 이 두가지가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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