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진출 홍창선 총장 인터뷰..."과학기술 시스템 구축 주력"

"한국 과학기술계가 활성화돼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습니다." 정통 과학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하게될 홍창선 카이스트 총장의 일성이다. 홍 총장의 열린우리당의 비례 대표 2번 선임은 정계에서는 '공천 혁명'으로 받아들인다.

과거 비례대표는 지역구에 대비돼 전국구로 불렸는데 혹자는 錢국구로 부를 정도로 공천권자들의 비자금 조성 창구였다. 그런 관례를 깨고 본의미의 비례대표제에 적합한 인물을 인선한 것은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당선이 확실시될 뿐 아니라 상징성이 높은 앞번호에 전진 배치된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과학기술인이 그만큼 소외된 것을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하지만 대다수는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발표 당일 정동영 의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알았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17대 국회 진출과 관련해 많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그러나 본인은 극구 사양해 왔고 때문에 입당원서나 공천 신청서 등은 일절 제출하지 않았다. 외부에 공표가 된 뒤인 28일에야 관련 서류를 냈을 정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본인이 직접 추천했다고 28일 과학기술자와의 대화 시간에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촛불만 갖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국가를 지탱해줄 항구적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인 홍창선에서 정치인 홍창선으로의 변신을 앞두고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그는 과학기술 시스템 구축을 내걸었다.

R&D특구법을 비롯해 PBS제도 개선, 정년 문제 등 과학계의 산적한 문제를 시스템에 의해 해결하고,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 과학 마인드가 확산되고 제대로된 시스템이 구축될 때 국가혁신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는 학교를 경영하며 평가 체계와 보수 체계를 '양에서 질'로 바꿨다. 억대 연봉자가 나오고 우수한 연구 결과가 생산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 이 점이 비례대표 2번 선정에 중요하게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노벨상을 타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노벨상은 남을 따라하는 연구로는 나오지 않는다. 독창적인 연구가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고 싶은 연구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가 다 독창적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개발자,생산자,유통자 등등이 있어야 하나의 물건이 생산자에서 소비자 손에 오듯이 과학기술도 기능에 따라 다른 평가 기준을 갖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

SCI 논문 편수란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정말 제대로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계의 국회 파견관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정치인으로 변신은 하지만 과학기술인이란 뿌리는 변함없다고 말한다.

과학기술계는 3년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3년전 신문에 기고하고 방송에 나가면 '연예인'이라며 왕따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과학기술자가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알려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 진출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홍 총장도 자신의 정계 진출을 과학기술자들의 발전된 롤의 하나로 여겨달라고 주문한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의사결정자들에게 간접 화법으로만 전달했다. 정통 과학기술인의 진출을 통해 직접 대화가 가능해진 만큼 과학계와 정계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29일 밤 대덕밸리내 찻집에서 만난 홍 총장으로부터는 겉멋든 사람에게서 얼핏 볼수 있는 거드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과학기술인으로서 정계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나가는 선구자로서의 사명감과 각오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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