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대세포럼, 28일 물질 기원 찾는 '라온'서 진행
이공·인문 지성인들 "기초과학, 현재 수익 아닌 가능성 봐야"
중이온가속기 '라온' 건설 현장에 대덕의 과학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대전-세종 중간에 위치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에서 기초과학을 전망하고자 제4회차 '대전-세종 혁신 포럼(이하 대세포럼)'을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앞선 회차에 비해 새로운 참석자들이 대폭 늘었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한국의 기술력을 체감하고, 이로 하여금 대전-세종을 혁신 기지로 도모하기 위함이다.
현장은 건물 완공에 이어 내부 장치 구축에 열을 가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의 중이온가속기는 이미 설치됐으며, 2021년 완공 목표로 나머지 중이온가속기에 공정에 여념이 없었다.
중이온가속기는 말 그대로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장치이다. 방사광·양성자·중입자 가속기에 비해 중이온가속기는 가장 무거운 이온으로 알려진 우라늄(uranium, U)까지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다. 특히 가벼운 이온을 가속해 무거운 표적에 충돌시키는 생성장치 ISOL(Isotope Separation OnLine)과 그 반대인 IF(In-flight Fragmentation) 중 하나만을 장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라온의 중이온가속기는 세계 최초로 두 개가 동시에 탑재됐다.
라온은 우라늄을 가속 후 분열시켜 희귀원소를 개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중이온가속기는 빅뱅(Big bang, 우주 대폭발) 발생 3분 후 생성 물질까지 연구 가능하다"며 "현존하는 물질의 기원을 알면, 세상에 없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발견된 113번째 원소는 일본에서 발견한 니호늄(Nihonium, Nh)이다. 권 단장도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한국의 이름을 딴 새로운 원소를 주기율표에 올리고 싶다고 희망했다.
총 사업비 1조4314억원이 투입된 라온 현장을 둘러본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만큼의 거대연구실험장치를 개발한다는 것이 한국이 얼마나 과학기술 선진국이냐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며 "이로써 선진국에서 강대국으로 갈 수 있는 경로를 개척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온의 중이온가속기는 가속장치 QWR(22개) -> HWR-A(15개) -> HWR-B(19개) -> SSR1(23개) -> SSR2(25개) 순으로 물질이 통과하며 가속에너지가 점점 높아진다. SSR2까지 달하면 그 속도는 광속의 1/2이 되며, 더욱 희귀원소를 발굴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기초과학, 긴 시야로 봐야"
중이온가속기는 핵과학, 의생명과학, 신소재연구등 다양한 기초연구에 활용된다.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은 "기초과학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당장의 이익은 벌진 못하겠지만 하다 보면 그 안에서 엄청난 경제적 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기초과학에 내재돼있는 가치"라고 말했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80년대에 활성화될 줄 알았던 바이오가 인제야 조금씩 뜨고 있으며, 그간의 연구가 있었기에 코로나 사태에 한국의 바이오 기술이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초과학도 신약개발과 비슷하다"면서 "포스트 코로나는 과학기술 기반"이라고 내다봤다.
고영주 DISTEP 원장은 "가속기 소재 부품 산업에 과학이 맞물리면 영향력이 커지기에 중이온가속기 구축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끝까지 완수돼 과학기술과 지역발전에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펀 이날 포럼 참가자로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장 ▲구자현 KDI 지식경제연구부장 ▲권면 라온 소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김인숙 STEPI 초빙연구위원 ▲맹필재 바이오헬스케어협회장 ▲민병권 대전광역시 과학산업특별보좌관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배상록 대전경제통상진흥원장 ▲우천식 KDI 글로벌경제실장 ▲이성운 레보스케치 대표 ▲채단비 KDI 글로벌경제실 초빙전문위원 ▲최두선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재필 KDI 부연구위원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이름순) 등 산·학·연·관 과학자들이 자리했다. 제5회차 대세포럼은 내달 12일 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국토연구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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