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출연연 연구자 임명, 과학계가 마음열고 답할때"
연구자·기관장·과학커뮤니티 활동으로 과학·행정 두루 알게 돼
"과학계와 네트워킹, 기업과의 연계 등 현장 중심의 조역"

대전시는 정부부시장직을 과학부시장으로 바꾸기로 하고 김명수 전 표준연 원장을 첫 과학부시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과학, 행정, 대외활동을 해오며 유연한 실행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장담보다 협력문화가 이뤄지고 잘 자리 잡도록 초석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대전시는 정부부시장직을 과학부시장으로 바꾸기로 하고 김명수 전 표준연 원장을 첫 과학부시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과학, 행정, 대외활동을 해오며 유연한 실행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그는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장담보다 협력문화가 이뤄지고 잘 자리 잡도록 초석역할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과학부시장이라니! 과학도시답다."
"과학기반의 미래, 좋은 첫 걸음이다."

대전시의 과학부시장 내정 소식에 전국의 과학계가 들썩였다. 과학도시 대전이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 동력 만들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며 과학계, 산업계의 분위기도 고무됐다.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 간의 협력이 보다 활성화되면서 과학기술 성과가 시민, 사회로 스미고 과학기술로 잘사는 대전시의 미래 모습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반응도 많았다. 선언적 과학도시에서 실질적 과학도시 대전에 대한 기대도 한층 커졌다.

연구자, 기관장, 과학커뮤니티 회장 등으로 활동을 펼쳐온 김명수 과학부시장 내정자. 17일 오전 대덕넷이 김 내정자를 만났다. 그는 "놀랍다" "책임감이 크게 다가온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론 보도 후 그의 손전화에는 하루종일 축하 문자가 쏟아졌단다.

김 내정자는 "그동안 어떤 인사보다 가장 많은 문자를 받았다. 다른 지역에 계신 분들도 많은 축하를 보내주셨는데 대전시에서만 가능한 일로 기대감이 크다고 하시더라"면서 "한명 한명에게 회신을 하다보니 '정말 잘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책임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산업진흥원장에 이어 과학부시장도 연구자를 임명한 것은 '과학으로 제대로 해봐라'하며 대전시민이 과학계에 기회를 준 것"이라면서 "당장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실질적 과학도시를 위한 협력 문화가 확산되며 과학이 시민의 삶에 도움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잘 자리 잡도록 첫 삽을 잘 뜨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2000년부터 보직, 연구와 행정 두루 알게 돼 실험실 대신 대외할동"

김명수 과학부시장 내정자는 공학도이면서 행정력, 대외활동력도 높다는 과학계의 평가가 다수다. 또 유연하면서도 실행력이 있다고 인정받는다. 이는 그가 그동안 걸어온 행보와 관련이 깊다.

그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ADD에서 5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난다.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와 박사 후 과정을 마친후 국내로 돌아와 표준연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1987년 표준연에 들어와 올해 8월 퇴직했어요. 33년간 근무했지요. 초기에는 연구자로 집중했고 2000년 산업측정표준부가 생기며 부장 보직을 맡게 됐어요. 당시 산업부와 연계돼 복잡한 일들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면서 연구기획부장을 맡았고 행정적 일과 인력을 두루 아는 계기가 됐지요."

연구기획부는 연구개발보다는 예산 확보 등 행정업무 성격이 더 큰 부서. 이후 표준연 내에서 그의 역할은 연구자보다 행정쪽으로 외도(?)가 지속됐다. 2008년 원장 취임전까지 전자기표준부장, 표준보급부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쳤다.

김 내정자는 "지금도 그렇지만 연구자와 행정 인력간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존재했는데 서로 다른 분야의 주인이므로 협조해야한다는 생각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했다"면서 "행정업무를 두루 알게 된 것은 이후 원장 재임시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직원들도 행정을 아는 원장이라는 생각에 더 잘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원장직을 마치고 2012년 연구실 복귀대신 대외 활동 분야를 선택한다. 2000년부터 보직을 맡으면서 12년간 연구실을 떠났기에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것은 자칫 연구비를 낭비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판단에서다. 자신의 역할을 필요로하는 곳에서 도움이 되자는 생각도 컸다.

그는 "표준연에 와서 12년 연구하고 12년 보직과 원장직을 맡았더라. 덕분에 연구와 행정, 외부 흐름을 두루 알게됐다"면서 "그래서 실험실 대신 강점을 살리는 역할에 주력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책 연구 활동 등 대외 활동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회(이하 정책연구회)는 국회의 요청으로 과학기술분야를 더 알리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정책연구회는 국회 내에서 첫 사단법인이 되었고 과학기술유공자 예우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공운법)' 등에 지원 역할을 했다. 국회 내에 과학기술인에게 주는 상을 제안 하는 등 과학기술인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김 내정자는 과학계와 기업을 잇는 역할에도 적극 나섰다. 현장 활동을 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애로 상황을 듣고 전임기관장들과 기업 지원에 직접 나선 것. 그는 " 기업들의 애로 기술은 핵심분야에서 조금만 풀어주면 되는 것들이 많았다. 전임기관장들과 다른 지역의 기업들을 방문하며 현장 애로를 듣고 해결을 위해 활동했는데 반응이 컸다"고 소개했다.

◆ "과학계와 대전시와의 깊은 협력, 과학도시 과학시민 위해"

김명수 과학부시장 내정자. 그는 대전시가 과학산업진흥원장, 과학부시장을 연구자로 임명한 것은 과학으로 마음껏 해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책임감이 어느때보다 크다고 고백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김명수 과학부시장 내정자. 그는 대전시가 과학산업진흥원장, 과학부시장을 연구자로 임명한 것은 과학으로 마음껏 해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책임감이 어느때보다 크다고 고백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대전시와 대덕연구단지의 물리적 거리는 다리 하나 사이로 가깝다. 그러나 서로 교류와 협력이 많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가깝지만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4차산업혁명 특별시를 선언한 대전시였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기에는 아쉬운점이 있었다.

그런가운데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초대원장에 이어 과학부시장을 연구자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대전시와 대전시민이 과학기반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과학으로 출연연 출신 연구자들이 직접 해보라는 실질적인 러브콜이기도 하다. 김 내정자 역시 이런 부분에 크게 공감하며 책임감이 크다고 피력했다.

김 내정자는 "대덕연구단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정부부처 산하이고 대전시는 지자체로 서로 다른면이 있지만 4차산업혁명 특별시, 재창조, 스타트업파크 등 같이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디스텝이 과학산업진흥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실행을 위한 협력은 대전시, 과학계가 같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행을 위해 그가 과학계, 연구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마음'이다. 함께 하려는 열린 마음과 가진 분야를 조금 내 놓으려는 마음이다. 김 내정자에 의하면 과학부시장 인사 후 출연연 기관장 대부분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단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자들은 과제 중심으로 해오던 습관으로 스스로 나서서 하는게 익숙하지 않다. 어느 부분은 연구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이루려면 저기는 꼭 해줘야겠구나 하는 시민, 국민들의 공감대가 이뤄져야한다. 연구 시간을 빼앗긴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협력은 사회문제, 기업의 애로를 돕겠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시작되더라. 남을 위하는게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면 살았다"며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대전시는 현재 인사위원회를 통해 김 내정자의 신원조회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무부시장의 명칭을 과학부시장으로 바꾸는 조례 개정도 진행 중이다. 대전시도, 김 내정자도 지금까지 없었던 사례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셈이다.

그는 "과학부시장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조직의 조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업무 파악 후 조직에 잘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과학계와 대전시의 네트워킹, 기업과의 연계 등으로 현장 중심의 시정에 일조하고 싶다. 이를 통해 과학 성과가 시민에게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 원도심도 현장 중심으로 적극 돌아보며 과학으로 잘사는 대전, 일상과 밀접한 과학이라는 인식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과학도시, 과학시민 대전을 위해 조역으로서 첫 걸음부터 잘 내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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