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슈퍼콘크리트 개발 등 한국 건설기술 위상강화 공로 인정

"성직자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어머님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공대에 진학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연구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 적용 실적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반드시 활용되는 연구'를 지향해왔습니다. 연구를 하며 이루고픈 마지막 꿈이 있습니다. '남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를 짓는 것'입니다. 재료는 무엇이든 관계없지만 이왕이면 (우리가 개발한) 슈퍼콘크리트였으면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로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 박사는 200년 수명의 초고강도·고내구성 슈퍼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교량과 빌딩을 건설해 실용화를 촉진하는 등 한국 건설기술 위상 강화 공로로 선정됐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사진=과기부 제공>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사진=과기부 제공>
현대 건설의 80%를 차지하는 대중적인 재료 콘크리트는 값싸고 제작이 용이하지만 수명이 50년 안팎으로 짧고 다양한 형태의 구현이 어렵다. 다양한 구조표현이 가능한 고강도 강철소재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부식에 취약하다.

김 박사는 둘의 장점을 합해 초고성능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슈퍼콘크리트'라 명명했다. 자갈 대신 마이크로·나노 물질과 강섬유를 사용해 조직 치밀한 장점이 있다. 압축강도 80~180메가파스칼(MPa), 수명은 200년이 넘어 일반 콘크리트 대비 강도는 5배, 수명은 4배 향상됐고, 제조원가도 반으로 줄여 경제성을 높였다.

이 외에도 김 박사와 동료들은 슈퍼콘크리트 활용을 위한 레미콘 트럭 믹싱 등 일반적인 시공 건설기술과 구조설계 지침을 마련해 ▲사장교 춘천대교(2017) ▲코스모스 리조트(2017) ▲미국교량 호크아이 브릿지(2015) 등의 건설도 성공했다.

건설연 기술로 만들어진 (왼쪽부터)울릉도 힐링스테이 리조트와 춘천대교.<사진=건설연 제공>
건설연 기술로 만들어진 (왼쪽부터)울릉도 힐링스테이 리조트와 춘천대교.<사진=건설연 제공>
김 박사는 1984년 공채 2기로 건설연에 입사했다.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공대에 진학했다. 스케일이 크고 여러사람이 함께 하는 특성을 가진 건설(토목)이 성격에 맞아 전공을 택했다. 교수와 연구자 선택 기로에서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국가적 파급효과를 낼 수있는 출연연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커 연구자가됐다.

과학기술계의 '퍼스트무버가 돼야한다'고 말은 하지만 슈퍼콘크리트를 연구하려던 당시 어려움도 많았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외국사례가 있나?', '해외에서 먼저 하면 그 다음에 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전략적으로 연구원 내 건물 연결 보도교를 슈퍼콘크리트 사장교로 건설했다. 비록 소규모지만 우리 원 사장교는 '세계최초 초고성능콘크리트 사장교"라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다리를 건설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있다는 생각에 미국 연방도로청과 아이오, 교통국에 가서 우리 기술을 소개하고 뷰캐넌 카운티에 있는 호크아이 브릿지를 180MPa 슈퍼콘크리트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 콘크리트와 강교를 합쳐 우리나라 기술로 건설한 미국 최초 교량이다. 

몇 년 뒤 정년퇴임을 앞둔 그는 우리나라 연구환경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최초, 최고 기술과 실적 확보를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복연구가 거의 불가능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1위라고 연구를 안하나. 정상에 서려면 더 해야한다"면서 "개발시간이 길고 임팩트가 큰 연구는 건설회사에서 투자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술은 정부에서 투자해야만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동료와 후배들에게 "슈퍼콘크리트는 앞으로 100년 200년 갈 영역이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떻게든 과제 발굴을 해서 계속 하길 바란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도움 안 되고 시장성이 없으면 바로 그만 둬라. 연구를 위한 연구는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30여년간의 연구원 생활, 그에게는 3가지 꿈이 있다. ▲세계 최초 UHPC 사장교를 짓기 ▲세계 최대 경간장의 콘크리트 교량을 슈퍼콘크리트 기술로 짓기 ▲슈퍼콘크리트 기술로 남북을 연결하는 평화의 다리 짓기 등이다. 두가지 꿈은 이뤘고 이제 남북연결 평화의 다리 목표만 남았다.

그는 "1㎞ 사장교를 지으려면 1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지구상 마지막 지역 한반도에 전세계 인류의 평화의 염원을 담은 다리를 건설하자는 의미로 정부 예산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의 1㎜ 기부를 통해 평화의 다리를 건설하자고싶다"면서 "이런 제안에 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동참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할까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 최고가 되기도 어렵지만 이를 지켜나가기는 더 어렵다. 연구진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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