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너지불균형·가뭄 해결하지만···피해에 비하면 순기능 미미"

지난 26일 '매우 강함'으로 격상된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27일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면서 소멸했다. 초속 60m이상의 강한 바람으로 우리나라 역대 태풍 중 가장 강력한 강도로 서울·경기도·충청도·전라도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강한 위력에 비해 세지 않은 바람으로 예상보다 피해가 적은 상황이다. 
 
황석환 건설연 돌발홍수연구센터장에 따르면 초속 30~40m 바람은 사람이 서 있기 힘들 정도다. 자동차 속도로 따지면 시속 160km로 달리는 셈이다. 60m 이상은 자동차 220km로 달리는 것과 같으며, 제주도로 가는 작은 항공기를 이륙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는다.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순간 초속 60m의 강한 바람으로 크레인이 넘어간 적이 있다.
 
태풍바비가 매미급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여러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항공기 438편 결항, 여객선 157척 결항, 열차 운행지연, 전국 1600여가구가 정전 등으로 소방당국이 350여건의 안전조치를 했다.
 
반면, 태풍은 대비만 잘한다면 물 부족 현상에 도움이 되는 이점도 있다. 황 센터장에 따르면 장마를 대비하기 위해 댐 수위를 낮추고, 장마가 끝나면 댐에 물을 가둬야 하는데 적은 비로 채우기가 어렵다. 최근 태풍은 9월 늦게는 10월 초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태풍이 부족한 댐 수위를 높여주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강한 태풍은 바닷물을 일으켜 해수를 순환해 적조와 녹조도 해결한다. 바닷속 산소공급으로 해조류와 어류를 풍성하게 하며, 강한 바람과 비는 미세먼지 해결에도 도움된다. 

태풍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을 맞춰줘 지구의 온도조절도 가능하게 한다. 태풍이 전혀 생성되지 않는다면 지구에너지불균형으로 적도지방은 점점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추워져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워 질 수 있다.

하지만 황 센터장은 적절한 태풍이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데 공감하는 반면 잦고 강한 태풍은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착한 태풍'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기상청 관계자의 진단을 예로 들며 태풍은 피해가 더 많다고 언급했다. 태풍 재해와 혜택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태풍의 혜택은 피해액의 8% 수준이다. 즉 태풍이 상륙하면 92% 정도는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는 "과학적 분석을 통한 태풍의 장점도 보고되지만, 순기능은 피해에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라며 "강한 태풍이 예고되면 가급적 외부에 나가는 등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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