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70여명 전문가 활용 '건설119데스크' 운영
재난·재해 발생, 과학적으로 사고 원인 진단·대책 제시
"재난재해 데이터 한 눈에 '데이터뱅크' 만들 것"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2주만에 3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태풍 소멸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는 연구자들이 있다. 건설연의 '건설119데스크'다.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사고 원인을 진단 후안전대책을 제시하는 조직이다.<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2주만에 3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태풍 소멸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는 연구자들이 있다. 건설연의 '건설119데스크'다.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사고 원인을 진단 후안전대책을 제시하는 조직이다.<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2주만에 3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덮쳤다. 집중호우 이후 불어닥친 강한 태풍은 아직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부산·경남·경상·강원 동해안 등 태풍 영향권은 신호등이 꺾이고 물탱크와 간판이 날아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잇따른 태풍과 집중호우 등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119데스크' 소속 70여 명의 연구원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사고 원인을 진단 후 안전대책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6월 발족해 50여 건(지난해 12건, 올해 40건) 이상 넘게 현장에 출동했다.
 
건설119데스크 간사 박기태 노후인프라센터장은 "재난·재해 피해가 적어 우리가 출동할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긴 하지만 올해는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연은 건설 및 국토관리 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알려졌지만 국가적 재난이나 구조물 붕괴 발생 시 전문가팀을 꾸려 현장으로 출동해왔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요청, 혹은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파견해 현장 조사 한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간 조사 활동이 각 부서 개별적으로 이뤄진데다 현장 데이터들도 각자 관리하다 보니 누구에게 문의를 해야 하고, 지난 자료들을 한 번에 볼 수 없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박 센터장은 "현장의 데이터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부와 지자체 요청에 빠르게 대응해 전문가를 파견하기 위해 창구를 통합했다"라며 "교량이 얼마나 유실됐고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 단순조사는 우리 역할이 아니다. 과학적이면서 기술적으로 피해를 해결하고, 향후 또 다른 재난·재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을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재난·재해 조사대책에 필요한 '데이터뱅크' 만들고파"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발생 시 효율적인 업무수행 및 대응을 위해 ▲홍수·가뭄 ▲싱크홀 ▲붕괴 ▲화재·폭발 ▲지진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각 7개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운영 중이다. 최소 2인 1조가 돼 현장 조사를 나간다.<사진=건설연 제공>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발생 시 효율적인 업무수행 및 대응을 위해 ▲홍수·가뭄 ▲싱크홀 ▲붕괴 ▲화재·폭발 ▲지진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각 7개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운영 중이다. 최소 2인 1조가 돼 현장 조사를 나간다.<사진=건설연 제공>
"근래 들어 안타깝게 발생한 국가 재난·재해 상황을 제대로 기록해 놓은 자료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인터넷 검색해도 제대로 된 정리된 사례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피해 상황을 잘 정리해 DB화시키고 공유한다면 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건설연에 따르면 인프라 노후로 인한 재난·재해로 경제적·사회적 피해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약 80억원, 2018년 고양 백석 온수관 파열 인명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상수도 누수 손실액은 연간 6130억원으로 집계된다.

자연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경북 경주 5.8지진으로 약 11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고, 10년간 강우 특성변화로 인해 도심지 중심 침수피해와 악천후로 인한 교통사고도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집중호우로 피해가 상당했다.
 

건설119데스크 간사 박기태 노후인프라센터장.<사진=김지영 기자>
건설119데스크 간사 박기태 노후인프라센터장.<사진=김지영 기자>
하지만 이런 피해 상세내용을 한 번에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1980년도 재난 어떤게 발생했고 어떻게 문제대처했는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난이나 자연재해는 유형이나 규모가 다양하지만 한 번 사고 난 곳은 유사한 이유로 같은 사고를 반복하기도 한다. 피해 상황을 조사하다 보면 유사한 사고유형도 다수 발견된다. 이는 어느 정도 사고를 예견하고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건설119데스크는 현장 출동 후 재난 재해 발생현장 조사 및 분석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현장 촬영 사진 원본 파일을 제출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을 모아 DB화시키고 일반 국민과 건설 분야 학생, 유지관리업계, 진단업계, 관공서 등이 언제든 접속해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재난·재해의 국가적 통계와 원인을 잘 분석해 DB화한다면 재난·재해조사와 대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를 시작으로 여러 기관이 관련 데이터를 함께 모은다면 '재난·재해 대책 데이터뱅크'를 만들 수 있을것"이라고 제안했다.
 
◆ 재발방지! 진짜 필요한 R&D, 현장에서 답 얻는다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뉴스에 보도된 것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본 곳들도 많죠. 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분석해 우수한 소재개발 등도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건설119데스크는 재난·재해발생 시 효율적인 업무수행 및 대응을 위해 ▲홍수·가뭄 ▲싱크홀 ▲붕괴 ▲화재·폭발 ▲지진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각 7개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운영 중이다. 최소 2인 1조가 돼 현장 조사를 나간다. 연구가 본업인 만큼 119 구조대처럼 바로 출동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전문가가 포진돼있어 상의해 현장에 나간다. 연구원 내 자발적으로 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장소의 경우 안전을 이유로 접근 금지된 때도 있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피해 이후 안정화가 된 상황에서 현장 조사를 나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발족한 건설119데스크는 강원도 산불 발생 피해조사를 시작으로 약 50여건 이상 현장에 출동했다. 그 중 40여건은 올해 집중호우로 인한 출동이었다.<사진=건설연 제공>
지난해 6월 발족한 건설119데스크는 강원도 산불 발생 피해조사를 시작으로 약 50여건 이상 현장에 출동했다. 그 중 40여건은 올해 집중호우로 인한 출동이었다.<사진=건설연 제공>
다만 박 센터장은 건설119데스크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출동기준 등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콘셉트나 방향 등을 조금씩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조직된 지 2년도 채 안 됐기 때문에 시범적인 부분이 많지만 국민안전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동영역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기상이변으로 해수면온도가 상승하면서 10월 말까지 1~2개의 태풍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센터장도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태풍, 자연재해 발생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여러 재난 유형이 조사되고 정보들이 쌓이면 사전에 위기 대응할 수 있는 기술아이디어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반복적인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방안과 기술개발을 유도해 현장에 적용해 피해를 막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교량, 시설물 등 설계기준을 상향하거나 노후건물리뉴얼의 기준도 달라져야 하는데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뷰가 끝날 즈음 박 센터장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비피해로 인한 터널사고 현장출동을 보고하는 전화였다. 보고를 마친 터널 전문가는 후배 한명과 함께 건설연 내부에 비치된 비상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번주에는 대전청 인근 도로비탈면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3~4박 인근에 머물며 조사할 예정이다. 

"교량이 얼마나 유실됐고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 단순조사는 우리 역할이 아닙니다. 과학적이면서 기술적으로 피해를 해결하고, 향후 또 다른 재난·재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을 하는 것이 역할입니다."<사진=김지영 기자>
"교량이 얼마나 유실됐고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 단순조사는 우리 역할이 아닙니다. 과학적이면서 기술적으로 피해를 해결하고, 향후 또 다른 재난·재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을 하는 것이 역할입니다."<사진=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