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 진행···4000여명 랜선 참가자 참석
박수경 보좌관·박은정 교수 등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해라"
"나도 너와 같았다" 육아·전과(轉科)·가치 등 선배들 조언 이어져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Girls' Engineering Talk)'가 지난 22일 대전mbc 공개홀에서 진행됐다. <영상=대전mbc>

 22일 진행된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에서는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화면 가운데 상단 왼쪽)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화면 가운데 상단 오른쪽)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과 함께 약 4000여명의 온라인 참가자가 함께 했다. <사진=대덕넷>
22일 진행된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에서는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화면 가운데 상단 왼쪽)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화면 가운데 상단 오른쪽)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과 함께 약 4000여명의 온라인 참가자가 함께 했다. <사진=대덕넷>
"출산은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어요. 내 아이와 가족, 이웃들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솟구쳤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오히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어요." (박은정 경희대 교수)

"지금과는 완전히 별개의 분야로 간다 해도, 지금의 경험은 목걸이의 구슬이 됩니다. 우리의 커리어는 구슬을 꿰 목걸이를 만드는 과정이니,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면 됩니다." (박수경 청와대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과학자를 꿈꾸는 이공계 여학생들에게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인생 선배로서 길라잡이 역할을 자진했다. 그들은 '나도 너처럼 고민했었어'와 같은 솔직 대담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선보였다. 특히 출산·육아와 같은 여학생들의 진로를 가로막는 콘크리트 벽이 사실은 '가벽'이었단 사실을 일러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지난 22일 '여성과학자와 함께하는 방구석 사이언스 토크(Girls' Engineering Talk)'가 대전mbc 공개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박은정 경희대 교수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이해정 미국 NIST 박사가 무대에 올랐으며, 이은경 IBS 박사가 사회를 맡았다.

볼리비아에 거주 중인 하지원 친구(화면 속 왼쪽)가 이해정 박사(화면 가운데 오른쪽)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 <사진=대덕넷>
볼리비아에 거주 중인 하지원 친구(화면 속 왼쪽)가 이해정 박사(화면 가운데 오른쪽)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 <사진=대덕넷>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행사는 총 4000여명이 넘는 랜선 방청객들이 참가해 여성과학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갔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랜선 진행은 미국과 볼리비아를 이어주는 등 특유 온라인만의 묘미를 선사했다.

볼리비아에 거주 중이라 밝힌 하지원 친구는 이해정 박사에게 조언을 받았다. 이해정 박사는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자리를 잘 찾아가는 학생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코로나로 다 멈춰지니 한국 행사에 이렇게 볼리비아, 미국 등이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부정적인 것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건냈다.

◆ 지구촌 여성 한인 과학자-과학도 하나 되다

(화면 속 가운데 왼쪽)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화면 속 가운데 오른쪽)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이 이공계 분야 여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대덕넷>
(화면 속 가운데 왼쪽)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화면 속 가운데 오른쪽)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이 이공계 분야 여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대덕넷>
랜선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강연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에서는 학생들과 현장 과학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며,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주는 등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의료기기를 연구 중이라 밝힌 김나현 한양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은 "현재 하고있는 연구의 상용화 여부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라며 "더불어 생명을 다룬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 극복 방법이 궁금하다"고 황경민 대표에게 질의했다.

황 대표는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답을 제시했다. 그는 "고민은 하되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며 "연구와 상용화는 전혀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 생명을 다루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당당함을 가져라"라고 토닥였다.

김나현 학생은 이어 박은정 교수에게 여성으로서의 사회 편견 극복 방법을 물었다. 추후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겪는 경력 단절에 대해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박은정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배경 삼아 진심 어린 조언을 선사했다. 그는 "자식과 가족을 보며 항상 동기부여를 얻는다. 결혼 전에 독성학을 연구했다면 지금만큼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한다"며 "결혼 전엔 나만 보였지만 후엔 가족과 자식, 이웃들이 보인다. 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연구 열정이 생긴다. 두려움 갖지 마라"라고 답했다.

안혜연 WISET 소장 또한 "오히려 엄마가 됐을 때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가져간다면 출산으로 인한 2~3년은 경력단절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학생은 과거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의 인공지능(AI) 분야를 택했던 이채영 엔지니어에게 적성과 유망 전공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채영 엔지니어는 "유망 전공도 진로 결정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유망 전공을 택해 자신이 그 분야에 정말로 재미를 느낀다면, 그 분야를 택해도 좋은 답안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끝으로 김연우 고등학생은 현장에 있는 여성과학자들에게 "'학자로서의 가치'에 대해 질문했으며 이해정 박사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자신이 재밌으면서도, 이러한 연구를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세계에 도움되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신만의 구슬로 아름다운 목걸이 만들어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박은정 경희대 교수,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이은경 IBS 박사, 안혜연 WISET 소장,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사진=대덕넷>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수경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박은정 경희대 교수, 이해정 미국 NIST 박사, 이채영 애플 엔지니어, 이은경 IBS 박사, 안혜연 WISET 소장,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사진=대덕넷>
행사의 시작을 알린 박수경 과기보좌관은 이날 보좌관이 아닌, '과학자 언니'로서 청소년들의 진로상담을 이끄는 면모를 보였다.

그는 이제 더이상 화학 전공은 화학자, 물리 전공은 물리학자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면 그 위 가지들이 많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를 가 한 단계씩 뻗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로는 구슬을 꿰 목걸이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어렸을 적부터 한 분야만 쭉 팠던 친구는 한가지 색의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고, 중간에 분야를 바꾸면 다양한 색의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다. 나도 물리를 잘했지만 기계공학과를 갔다. 많은 경험으로 자신만의 멋진 목걸이를 만들어라"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처럼 하나의 전공만을 쓸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했으면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전공 분야보다 삶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은정 교수는 여성, 흙수저, 비명문대, 나이, 비정규직 등 자신의 인생에 '5겹의 유리천장'을 공개하며 "인생의 기회는 간절함과 절박함 속 찾아온다"고 내비쳤다. 

박 교수는 "가족과 이웃의 행복에 일조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바보처럼 끊임없이 깨닫고 공부할 것"이라며 이상적인 선배상을 보여줬다.

이채영 엔지니어는 고등학생 시절 변방에 머물렀던 인공지능에 빠져 현재 예일대에 진학해 애플 음성합성팀 엔지니어로 인턴십을 밟았다. 

그는 "학업과 인공지능을 병행하며 힘든 시기를 겪을 때마다 일론 머스크의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생각한다"며 "그것이 나에겐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여태껏 달려왔고 앞으로도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박사 과정 도중 창업한 황경민 대표는 암 조직을 0.1초 만에 분별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내놨다. 2017년 창업 당시만 해도 사무실 하나 없던 황 대표는 현재 약 100평 정도의 사무실에 14명의 직원과 함께한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스타트업은 멋져 보이지만 리스크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가 직접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있다는 비전 하나로 나아가고 있다"며 "공부하며 얻은 기술로 꿈을 선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이해정 박사는 식초와 베이킹 소다로 이뤄지는 생활 속 과학을 보여주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면 연구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과학자가 갖춰야 할 소양 중 하나가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임금의 귀와 열 개의 눈, 하나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공감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발견해서 끝까지 그 길로 가면 그 분야에서 세계에 기여하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안혜연 소장, 이하 WISET)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드림스케치 아이디어배틀 이벤트 ▲AI 관중 이벤트 등 랜선 참가자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시보기 영상은 행사홈페이지(get.or.kr)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강연자들.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 <사진=대덕넷>
오프라인 강연자들. (왼쪽부터) 이은경 IBS 박사, 박은정 경희대 교수,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 안혜연 WISET 소장. <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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