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역사적 고찰·관련 이슈 담아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코로나19에 대한 과학기술적 대응 외에 인문학적 성찰과 대응을 위한 기획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보고서는 전염병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관련 이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담았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학자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과거 1918년 창궐했던 흑사병이 진정되고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이 퇴조하자, 사람과 권력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했음을 서술했다. 이런 과거를 통해 현재를 관찰해봄으로써 코로나19 이후를 한층 적극적으로 대비하자고 했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과거 아테네 제국의 역병을 실례로 제시하면서 아테네 시민들이 방역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고 재난 극복을 위한 리더십과 관련해 역병이 진정된 이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소포클레스가 '오디푸스왕'이라는 비극을 지은것은 연극이 역병 이후의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고자했던 의도였다. 연극이 역병 이후를 대비하는데 건설적이었다는 통찰"이라고 말했다.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가짜 뉴스와 같은 인포데믹(Infordemic)이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막지 못하면 '분열과 부조화의 어두운 행로'를 걷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급박한 팬데믹과 혼란스러운 인포데믹 상황의 대응책으로 '느린 독서'를 제시했다. 천천히 읽는 독서 습관을 통해 인포데믹에 대처하자는 의미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자 동시에 인포데믹이라면 독서를 통해 천천히 읽는 경험, 그리고 독자로서 정보의 시간과 다른 자신만의 시간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 교수 주장이다.

신혜경 서울대 미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분노 내지 타협 또는 우울의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중의 역량 강화, 연대감, 집단행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치유의 매개체로서 예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문학과 예술의 힘이 사회적 차원에서도 실질적인 문제해결의 원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재단은 이번 기획보고서를 집필한 인문학자들과 좌담회를 개최해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사회적 이슈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대응 방안을 심층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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