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치호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장

 2000년은 국가혁신체계에 큰 분기점을 마련한 해이다. '기술이전법'이 제정됐으며, 이 법에 의해 공공연구기관 안에 기술이전 전담조직이 설치됐다. 한국기술거래소 설립, 기술거래기관 및 기술평가전문기관 지정 등 기술이전·사업화에 대한 기본 토대도 만들어졌다.

올해는 기술이전법 제정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의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성과를 살펴보면, 기술이전 건수와 이전율, 기술이전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기술이전 효율성(기술이전수입/연구개발비 지출, 2018년 기준 1.51%)이나 매출이 발생한 사업화 성공률(18년 기준 14.7%)은 답보상태이다.

특히 계약건당 기술이전 수입과 기술건당 기술이전 수입 및 계약에 포함된 이전기술 건수는 감소추세다. 계약 이후 이전기술 활용·사업화 관리를 상시적으로 하는 기관도 19.4%에 불과하다. 융복합기술 중심의 사업화를 통한 가치창출 체계(TLO3.0)로 전환하지 못하고 여전히 단일 기술 중심의 기술이전체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기술이전법이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고 기술이전사업화 전담기관이 확대 개편됐다. 하지만 TLO는 여전히 기존의  대리인(shield), 촉진자(promoter)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보다 2년 일찍 '대학 등 기술이전법'을 시행한 일본은 문부과학성과 산업경제성 공동으로 TLO기능강화 방안을 수립해 지원한다. 지역단위의 광역화 및 IT계, 재료계, 바이오계 등의 전문화로 TLO들을 통합·재편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학협력의 중개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창조적 산학협력체제 정비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승인 TLO의 경우에 내부형TLO, 외부형TLO, 광역형TLO의 유형으로 설치·운영된다. 광역형 TLO는 지역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고, 생명과학TLO는 교토, 오사카, 고베의 3개 대학을 주축으로 바이오의료 전문가 중심의 전문형 TLO로서 투자조합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6년에 TLO의 체질개선, 전문형 TLO 육성과 외부의 독립형 TLO육성 등 3단계의 TLO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1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 직군화와 5년 이내 순환근무 제한의 전제요건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이전 수익이 기술이전 사업화 비용(특허비용 포함, 보상금제외)보다 많은 자립형 또는 수익센터형의 TLO는 1.4%에 불과해 보다 근원적인 TLO의 기능 강화 및 재편방안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모태기관이나 민간 등에서 TLO에 출자나 펀드조성이 자유롭고 우수한 전문가들을 유인할 수 있는 보상체계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TLO3.0을 위해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TLO는 기술사업화 중심의 활동, 기술패키징과 특허가공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소송 수행이 가능한 완성자(deal maker), 집성자(aggregator), 집행자(enforcer)의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사업화 중심의 전략, 투자, 실행 프로세스, 조직 및 전문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TLO를 혁신 전주기에 걸쳐서 기술이전 기여자가 아닌 기술이전 사업화의 주도자로서 그 역할과 책임 확대가 관건이다. 특히 기관장이 바뀌면서 TLO가 축소 내지 유명무실화되는 일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결국 답은 TLO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로 자립화와 기관당 전담인력 3.9명에 불과한 임계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광역형 및 분야별 전문형 공동TLO 설치 등 재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기술이전 사업화의 주도자로서 역할과 책임 강화를 위한 TLO주도형 기술인큐베이션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기술과 기술사업화간에 존재하는 격차(Innovation gap)을 해소하기 위해 TLO 주도하의 기획과 기술검증, 기술실증을 위한 프로그램과 갭 펀딩(gap funding)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UC San Diego의 The von Liebig Center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Lead Discovery Center GmbH 등에서 공공기술의 사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의 조직체로서 운영하고 있는 기술검증센터(validation center) 제도를 도입해 확산하는 것도 좋겠다.

우리나라 국가혁신체제가 갖는 최대 취약점의 하나는 혁신주체간의 연계 부족이다. 혁신주체의 유기적 연계로 기술 확산 메커니즘을 다시 짜야 한다. 해외에서는 TLO와 기술거래기관을 중심으로 개방형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에서도 네트워크 형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 UCSD에서는 TLO, 연구원, 기업가, 펀드, 기술사업화 컨설팅기관 등을 연결해주는 CONNECT 프로그램이 TLO 주도로 활발히 운영 중이며, 이는 지역 혁신클러스터 형성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 TLO의 경우 hockey stick curve의 성장곡선을 보이므로 자립화까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때문에 정부에서 모태기관과 함께 독립적 운영이 가능할 때까지 지원해 자생적인 기술사업화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TLO도 제도나 지원 부족 탓에서 벗어나서 기술사업화의 핵심역량을 강화해나감으로써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전문성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신뢰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20살이 넘은 TLO. 이제는 기술이전 기여자가 아닌 기술사업화의 주도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느끼고 혁신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거듭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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