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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뿌리고 먹는 '코로나 백신'···효소기업의 180도변신

[코로나와 싸우는 벤처㉒] 바이오 소재·부품기업 '제노포커스'
해외 의존 '진단키트용' 효소 공급부터 면역 점막 백신개발까지
코로나 중환자 염증 줄이고 혈행개선하는 '메디컬 푸드' 선보여
#1. 실내 공간에 10명이 모였다. 이들 모두 감기에 걸렸던 A씨와 근거리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있다. 

#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환자 중 무증상 환자 비율은 최소 30%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몸속에 들어왔다가 나도 모르게 지나간 환자가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시대, 면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업이 있다. 20년 동안 바이오 소재·부품 기업으로 활약해온 제노포커스가 그 주인공이다. 면역을 지니면 호흡기 바이러스가 더는 악화하지 않고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도록 체내 반응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제노포커스는 코에 뿌리거나 먹는 '점막면역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점막을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제노포커스는 코에 뿌리고 먹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구진이 연구하는 모습. <사진=제노포커스 제공>제노포커스는 코에 뿌리고 먹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구진이 연구하는 모습. <사진=제노포커스 제공>

점막면역백신은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을 점막에 투입시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를 활용한다. 여기엔 제노포커스가 20년간 축적한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이 활용됐다. 미생물 디스플레이란 미생물 안에 있는 유전자 정보를 사람이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display) 기술을 일컫는다. 제노포커스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수백 수천 배 작은 '바실러스 포자'(Bacillus Spore)를 활용해 점막면역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실러스는 김치, 청국장 등 발효식품에 있는 미생물이다. 바실러스는 환경 변화가 생기면 포자를 만드는데, 이 포자는 무해하지만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체내에선 포자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S-IgA(분비형 IgA) 항체를 다량 방출하면서 체내 면역 활동이 일어난다. 또 항원이 디스플레이된 미생물이 장에 도달하면 장 점막의 면역세포를 자극해 선천면역 반응이나 훈련된 면역(Trained immunity) 반응이 일어난다.

김의중 대표는 "IgA가 점막에서 충분히 분비되면 코로나19가 들어올 때 초기에 점막 면역을 통해 잡아줄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뚫고 들어오는 바이러스는 트레인드 이뮤니티를 작동해 잡을 수 있다면 코로나19가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노포커스가 개발하고 있는 점막면역백신은 코로나19에 특정하게 반응하는 백신은 아니지만, IgA를 다량 방출해 넓은 범위에서 면역을 증강할 수 있는 백신이다. 이를 위해 국제백신연구소, 와이바이오로직스, 휴벳바이오, 바이넥스, 연세대, KAIST 등과 협업 연구를 진행 중이다. 

◆ '메디컬 푸드'로 코로나 중증환자 도움 목표

제노포커스는 '메디컬 푸드'를 통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제노포커스는 '메디컬 푸드'를 통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코로나19 사태에서 치명률은 중증환자 치료에 달려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 등 기저 질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제노포커스는 중증환자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낫토키네이스(Nattokinase)라는 효소를 활용했다. 

김의중 대표는 "낫토키네이스를 먹으면 체내에 일부 흡수되어서 혈액으로 가고 혈전을 분해한다"면서 "혈전(혈액 응고)을 분해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가는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를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노포커스는 낫토키네이스에 항염증 효과를 지니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칵테일 공법으로 합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혈행 개선뿐만 아니라 염증 제거 효과를 보겠다는 목표에서다. 

이와 함께 활성산소(ROS·Reactive Oxygen Species)를 줄여주는 효소를 개발했다. 항산화 효소 SOD(Superoxide Dismutase)를 활용한 것이다. 활성산소는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로 따로 해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세포를 손상시킨다.

김의중 대표는 "활성 산소를 줄여주면 염증으로 악화되지 않는다"면서 "SOD를 먹어주면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 해외 의존하는 '진단키트용' 효소 공급

제노포커스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전천후 활약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 진가를 드러낸 한국 진단기업의 후방을 지원하고 있다. 진단키트에는 유전자추출 시약 등 각종 효소가 들어가는데, 그동안 로슈 등 해외 다국적 기업에 수급을 의존해왔다. 

그러나 제노포커스는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효소 생산, 발효 경험으로 진단키트용 효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에 의존하던 비중을 일부 국산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노포커스는 지난 4월부터 솔젠트 진단키트에 들어가는 효소 3종과 단백질 생산 공급을 돕고 있다. 솔젠트를 시작으로 타 기업에도 진단키트용 효소를 개발해 공급 중이다.   

김의중 대표는 "설령 매출이 적다고 하더라도 효소가 없으면 바이오 기업이 사업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효소 기업으로서 매출은 적지만 부품·소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제노포커스 캐시카우(수익창출원)는 카탈레이스(Catalase)와 락테이스(Lactase)였다. 면역을 증강하는 갈락토올리고당(GOS·GalactoOligoSaccharide)에 들어가는 효소를 만들고, 반도체나 섬유 세척과 표백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를 친환경으로 분해하는 카탈레이스로 수익을 창출했다. 앞으로 제노포커스는 효소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바이오생물 소재,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중심 신약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자회사 GF 퍼멘텍과는 화장품 원료인 세라마이드와 비타민 K2를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김의중 대표는 "효소와 마이크로바이옴 중심 신약 회사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는데, 현재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효소나 미생물을 중심으로 산업·식품·의약용으로 쓰이는 기술을 공급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김의중 대표와 제노포커스 역사는?

제노포커스는 2000년 창업한 효소 전문 기업으로 그간 카탈레이스(Catalase)와 락테이스(Lactase)가 수익 창출원이었다. <사진=김인한 기자>제노포커스는 2000년 창업한 효소 전문 기업으로 그간 카탈레이스(Catalase)와 락테이스(Lactase)가 수익 창출원이었다. <사진=김인한 기자>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는 연세대에서 학위를 마쳤다. 석·박사 시절부터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김의중 대표는 동문 선후배들과 함께 '한국생명공학벤처산업연구회'를 만들어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바이오벤처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2000년대 초반 얘기다. 

그러던 중 반재구 제노포커스 창업주와 산-학 공동 연구로 인연을 맺어 제노포커스에 합류하게 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이었던 반재구 박사는 2000년 4월 제노포커스를 창업했고, 김의중 대표는 2001년 1월 합류했다. 기업 전략에 따라 2004년 반재구 박사는 생명연으로 복귀하고, 뒤를 이어 김의중 대표가 취임했다.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제노포커스는 사업 초기 효소 개량 기술과 단백질 대량 생산 기술로 회사를 일궈나갔지만 수익 창출원으로선 한계를 느꼈다. 김의중 대표는 2008년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수개월 간 시장 분석과 의견을 모은 끝에 회사 '비전 2013'을 선포한다. '국내에서 효소 개발하면 제노포커스를 찾도록 만들어보자.' 국내 1위, 아시아 3위, 글로벌 10위권 진입이 목표였다. 

타깃을 좁히고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카탈레이스(Catalase)와 락테이스(Lactase)라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얻게 된다. 그 기반으로 2015년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 후 효소 기업을 인수해 자회사 GF 퍼멘텍을 만들었다. GF 퍼멘텍과 '세라마이드'라는 화장품 원료와 비타민K2를 개발해 시장에 공급 중이다. 앞으로 제노포커스는 미생물을 활용해 바이오 생물 소재를 만들고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중심 신약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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