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DGIST 관계자 4명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과학계 "과학자는 정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전임 기관장 "과기부 항고 한다면 심사숙고 해야 할 것"

신성철 KAIST 총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연구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지 1년 8개월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진은 과기부의 신 총장 고발을 지적한 네이처 보도.<사진= 대덕넷 DB>
신성철 KAIST 총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연구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지 1년 8개월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진은 과기부의 신 총장 고발을 지적한 네이처 보도.<사진= 대덕넷 DB>
신성철 KAIST 총장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을 국가 연구비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지 1년 8개월만이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30일 신 총장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3명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 불기소를 확정했다. 관련 문건은 과기부와 KAIST에 공식 통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과기부는 한달 이내에 결과에 대해 항고 신청을 할 수 있다.

과기부 감사관실 박노재 과장은 "아직 공식 문서를 받은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공문으로 접수된 바 없다. 공식 문건이 오면 내용을 보고 어떤 부분이 무혐의인지 검토 후 절차에 맞게 국장, 차관, 장관께 보고 해야한다"면서 "이후 항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ST 관계자는 "아직 공식 문건을 받지 않은 상태지만, DGIST 관련해 신 총장을 포함 4명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과기부가 항고를 할 수 있어 모든 절차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과기부에서 공식적으로 항고 여부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면 KAIST도 그간의 과정과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는 2018년 8월 DGIST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를 통해 과기부는 신 총장이 2014년 DGIST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미국 로렌스 버클리대학교 물리학연구소(LBNL)의 연구장비 사용료 명목으로 별도의 국가연구비를 편성하고 제자 임 모씨를 편법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며 같은해 11월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신 총장은 2018년 12월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과기부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한 점 부끄럼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 총장은 "30여년간 교수, 연구자, 총장으로 치열하게 일해오면서 국내 과학계 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해 왔다고 자부하고 공직자로서 양심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KAIST 구성원의 명예가 실추돼 유감스럽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과기부는 KAIST 이사회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2조에 의거한다며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2018년 12월 이사회에서 신 총장의 직무정지 안건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이듬해 3월에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는 신 총장의 직무정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KAIST는 국내 연구중심대학의 핵심 축으로 상징적인데 총장의 거취를 너무 가볍게 운운하는 것은 과학계의 위상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KAIST를 비롯해 사단법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등 과기인들은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철회'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 과학계에서도 비합리적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LBNL은 불법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신 총장에 대한 의혹은 정권의 정치적 개입이라고 꼬집었다. 네이처는 KAIST의 서한을 공개하며 신 총장과 DGIST, LBNL 간 불법행위나 직권남용은 없었다는 신 총장의 입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네이처는 한국은 정권에 따라 국가연구기관의 기관장이 임기 중에 사임하고 있다며 과기부의 성급한 판단을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신 총장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김도연 전 POSTECH 총장은 "처음 이 내용을 들었을때부터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LBNL, DGIST 모두 세계적인 연구기관이고 대학이다. 이같은 기관 간 연구협약에서는 사적인 이익이 개입되기 어렵다. 개인과 개인으로 협약이 이뤄지는게 아니라 사적인 부분이 들어 갈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8개월간 신 총장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이번 무혐의 결과는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기부도 근거없이 움직이지는 않았겠지만 모든걸 차치하고 외국 연구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나라가 개도국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과학계 전임 기관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LBNL이나 DGIST 모두 국립연구기관으로 시스템 간의 협약이 이뤄지는 곳이데 과기부가 이면계약으로 봤다는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자를 보호하고 울타리가 되어야 할 과기부가 먼저 과학계 총장을 고발한다면 어떤 기관장이 무엇을 믿고 일을 하겠는가, 이는 또 과기부 스스로 과학계 위상을 실추시킨 일"이라며 "당시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지금이라도 나와서 해명해야 한다. 밑에서 한일이라 모른다고 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전처럼 총장을 전 정권과 엮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신 총장은 총장 이전에 과학자다. 과학자는 정권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다"라면서 "과기부는 항고할 수 있겠지만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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