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혁신생태계 진단키트'로 따져보니···"한국 저신뢰 사회"

5일 유성 계룡스파텔서 '제4회 원정포럼' 열려
정성철 원정연구원장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 기반되야 혁신 가능해"
"저신뢰 사회 속에서 혁신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도·절차·법규 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혁신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에 있어서 세계 선두그룹을 차지하고 있지만 혁신 주체 간 상호작용과 아이디어 융합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신뢰가 결여돼 있으며 사회적 다양성과 관용성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 이에 따라 신뢰 체제를 구축해 혁신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5일 유성 계룡스파텔에서 열린 '제4회 원정포럼'에서는 '사회적 자본과 혁신성과'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연구과제를 도출하고자 자리가 마련됐다. 

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이 발표를 통해 사회적 자본과 혁신성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이 발표를 통해 사회적 자본과 혁신성장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정성철 원장에 따르면 혁신생태계란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시장가치로 연결되는 경제, 사회, 문화 환경으로 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물적 자본, 인적 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을 들 수 있다. 이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혁신생태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혁신생태계를 평가하고 혁신생태계의 활성화와 과제도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자본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 방식을 결정하는 한 사회의 문화, 신념, 가치체계 성향 등을 통칭한다. 이 사회적 자본에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다.

정 원장은 "신뢰는 인간사회에 있어 협력 촉매로서 작용하며 자발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 혁신생태계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원장은 혁신생태계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인 '혁신 주기율표'를 제작했다. 화학 분야에서 쓰이는 원소 주기율표와 같은 형태로 ▲인적·물적 자본 ▲인프라 ▲프로세스 ▲경제 사회적 성과 ▲사회적 자본 등을 평가해 한눈에 우리 사회를 진단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정성철 원장이 구상한 혁신주기율표 <이미지 = 원정연구원 제공>정성철 원장이 구상한 혁신주기율표 <이미지 = 원정연구원 제공>

그가 제작한 혁신 주기율표에서 보듯 한국은 인적, 물적 자본은 세계 선두그룹이며 프로세스, 즉, 논문의 질과 양을 봤을 때 양적으로는 급 성장하였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뒤쳐진다. 사회적 자본의 경우 혁신지원제도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책 안정성, 경쟁 정책, 노동시장 등 혁신환경 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특히, 신뢰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한국은 정부, 제도, 기업과 언론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으며 다양성이 낮은 획일적인 사회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정 원장은 "지난 40여 년간 노력의 결과로 연구개발과 인적 자본 투자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들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효과성을 결정하는 사회적 자본에 있어서는 아직 선진 수준에 크게 뒤처져있는 상황"이라면서 "신뢰가 낮은 이유는 정책의 불안정성과 정치적 양극화에 따른 관계적 신뢰의 만연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정 원장은 혁신경제를 위한 신뢰 체제 구축을 제안한다. 그는 "사회라는 기계를 유연하게 작동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신뢰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관계적 신뢰 중심의 네트워크 구조가 제도적 신뢰 기반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혁신 친화적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결국 신뢰가 높은 사회냐에 따라 혁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유성 계룡스파빌서 '원정포럼'이 개최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5일 유성 계룡스파빌서 '원정포럼'이 개최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

◆ "연구개발 영역 넘어 정책, 산업 등 혁신생태계 연구 범위 넓혀야"

패널토론 참석자들이 혁신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패널토론 참석자들이 혁신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 = 홍성택 기자>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정 원장 발표에 따른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들은 혁신생태계를 위한 연구에 의의를 두지만 연구개발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생태계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장용석 STEPI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을 통해 글로벌사회에서 경쟁하려면 사회적 신뢰는 필요충분조건"이라면서 "다만, 혁신과 사회적 자본의 관계는 쌍방향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연구내용을 보면 사회적 자본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후에는 혁신이 어떻게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나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락경 KAIST 교수는 "정량화, 지표화해서 혁신생태계를 볼 수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연구" "하지만 혁신이라는 개념이 연구개발 영역 안에서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면서 "연구, 인적 자원 말고도 산업자원 측면에서도 자료에 동원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자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 개인의 도덕적 차원 신뢰가 아니라 조직적 노력이 같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찬구 충남대 교수 "혁신의 대상이 넓혀졌으면 좋겠다. 혁신을 얘기할 때 기술혁신, 경제혁신, 사회혁신을 많이 거론하지만 정책혁신에 대한 연구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면서 "정책 자체도 혁신이 되도록 해 기술, 사회, 경제를 리딩할 수 있는 정책적 혁신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채영복 원정연구원 이사장은 "연구 활동은 지식의 축적이 있으면서 사회적 니즈와 결합시켜 나가려는 것이 혁신 활동"이라며 "과학기술이 산업과 사회 니즈와의 인터렉션을 왕성히 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정연구원은 혁신생태계 평가를 위한 작업을 2019년도부터 착수, 이번까지 총 4회에 걸쳐 '원정포럼'을 개최하며 사회적 자본과 혁신생태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오고 있다. 
홍성택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