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분석과학회, 29일 온라인 공동 포럼 개최
정두수 교수 "분석화학 위한 분석 거래소, 인재양성, 장비 국산화"
조상준 연구소장 "차세대 과학기술 핵심 열쇠, 첨단 연구 장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분석과학회는 29일 '과학기술 강국의 전제조건, 측정분석과 연구장비 산업'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진 위 왼쪽부터 김태승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원 박사, 서용찬 상지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선일식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박사, 좌장 이덕희 한국분석과학원 부회장. 사진 아래 왼쪽부터 이진근 영인에이스 대표,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조상준 파크시스템연구소 연구소장,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사진= 김대현 인턴 편집>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분석과학회는 29일 '과학기술 강국의 전제조건, 측정분석과 연구장비 산업'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진 위 왼쪽부터 김태승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원 박사, 서용찬 상지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선일식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박사, 좌장 이덕희 한국분석과학원 부회장. 사진 아래 왼쪽부터 이진근 영인에이스 대표,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 조상준 파크시스템연구소 연구소장,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사진= 김대현 인턴 편집>
"화학분석과 분석화학의 차이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비슷하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화학분석은 분석하는 것이고 분석화학은 화학을 연구하는 측면이다. 해본적 없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분석화학이다. 이를 통해 신물질, 신제품을 만들고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있다."(정두수 서울대 교수)

"분석과학계측기기 시장은 160조원이다. 미, 독, 일, 중국이 시장을 주도한다. 한국은 연구장비 해외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논문수를 채워야하다보니 장비 국산화는 소외되는 제도적 문제가 있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대처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조상준 파크시스템 연구소장)

퍼스트 무버,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으로 분석화학의 필요성과 분석장비 기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아졌다. 연구개발 비중이 확대 될수록 연구장비 산업 육성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분석과학회는 29일 '과학기술 강국의 전제조건, 측정분석과 연구 장비산업'을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열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의 "현재 한국형 뉴딜 정책 추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매우 시의적절한 포럼"이라는 환영사로 시작된 이날 포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련 관계자 9명만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정미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정두수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와 조상준 파크시스템 연구소장의 발표 이후 참여자들 간 토론이 이어졌다.

정두수 교수는 과학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화학 분야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사례, 일본의 이어폰 기술을 들며 화학분석과 분석화학의 차이를 설명하고 분석화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서로의 맛을 두고 100년 가까이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펩시콜라가 코카콜라의 맛을 거의 따라 잡았다고 하지만 시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본의 피아노 포르테라는 기업의 이어폰 역시 음질면에서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정 교수에 의하면 이어폰 안의 접착제 기술이 일본 제품의 음질 성능을 좌우한다.

정 교수는 "콜라 성분을 분석하면 제법 알아 낼수 있지만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이처럼 화합물은 베끼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일반 제품은 그대로 분해해서 베낄 수 있으나 화학제품은 힘들다. 때문에 우리가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다 따라 잡았지만 화학은 못따라가고 있다. 화학은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화학 분석이 단순히 성분을 감식, 검출하는 반면 분석화학은 시료에 존재하는 성분들을 분리하고,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화학 연구에 대한 측면이 강하다"라며 "이것이 화학분석과의 큰 차이점이다. 분석화학이 중요한 이유는 화합물에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의 오류 수정이 가능하고 신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 중, 일 간의 분석과학 논문을 통해서도 비교했다. 그는 "분석과학 관련 논문을 1995년 일본이 50~60편, 한국과 중국이 3~4편을 냈는데 지금 일본은 100편 이상 나온다. 중국 역시 우리보다 9배 정도 많은 논문을 발 표한다"면서 "우리가 중국의 분석 과학을 따라갈 수 없다. 10년 뒤 이런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있을지 걱정 된다"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두수 교수는 분석화학의 발전을 위한 세 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우선 흩어져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분석 거래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긴급시 집단 지성 실현이 가능하다. 둘째, 정부가 나서 분석 과학자를 양성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대책은 분석 장비의 국산화다. 연구자들이 국산 기술을 사용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수정을 통해 분석 장비 산업의 육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상준 파크시스템 연구소장은 '국가 미래 비전과 연구장비 산업 전략'을 통해 한국의 연구 장비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첨단 연구 장비가 차세대 과학기술의 미래를 여는 ‘핵심 열쇠’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세계 첨단 분석 장비 시장은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한국은 순위권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구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며 국내 연구자 및 전문가 집단 육성 실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일본에서 받은 노벨과학상 85%가 분석 장비 고도화의 결과다. 남들이 하지 않은 연구도 그렇게 시작 된다"면서 "연구 장비 산업은 전략적으로 정부 산업 학연이 공조해야 발전한다. 산업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소량 다품종 산업이다. 우리가 지켜야할 산업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공계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 소장은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들이 취업한 회사에서 다시 재교육을 받는 낭비가 있다”며 “고등학교 교육에서 실험을 통해 흥미를 키워 대학에서 키우는 것보다 한발 빠르게 이공계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해외 시장에서 국산 연구 장비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에 한국이 잘 대처하면서 두 번째 기회가 올 것이다"라며 기대했다.

이진근 영인에이스 대표는 국내 연구 장비 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우수 기술을 가진 영세 기업과 연구자들을 연결해 주는 기술 거래소와 국가적 차원에서 우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서용찬 상지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분석 장비 시장을 선진국의 상위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기초 기술 확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산 분석 장비를 국내에서 적극 활용하고 선진국과 저개발 국가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국산 장비의 문제점 보완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일식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박사는 제도적인 인증이나 방법을 통해 전문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조성찬 삼성디스플레이 선행기술팀장은 분석기술은 주변 기술이 아닌 핵심 기술이라서 장비 개발이 국내에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답했다. 그는 "실제로 우리는 이미 퍼스트 무버에 진입했다"라며 "외국 개발 업체에 장비 의뢰를 하는 순간 경쟁자에게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태승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박사는 "우리나라가 전문 인력을 모아서 어떻게 집단 지식에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전문가 플랫폼 구축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포럼을 주도한 이덕희 한국환경분석학회 부회장은 "측정 장비와 연구 장비 산업 육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라며 "포럼에서 나온 의견들은 분석 과학과 연구 장비 발전을 위해 모든 분야에 공유하겠다"라고 말했다.

과총과 분석화학회는 29일 온라인 포럼을 가졌다.<사진= 영상 갈무리>
과총과 분석화학회는 29일 온라인 포럼을 가졌다.<사진=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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