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식 ETRI 박사, 15여년 전 '바이오칩 리더기' 수젠텍 기술이전
ITBT 기술로 진시스템 등 기업 기틀 제공···"수십년간 꿈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 강조···"IT 접목해 다양한 기술 도약을"

K-바이오에 숨은 조력자가 있다. 그는 혈액 한 방울로 10분 만에 코로나19 검사 가능 키트를 개발한 수젠텍(대표 손미진)의 초기 창업을 지원했다. 1시간 내로 코로나19 검사를 할 수 있는 PCR 기반 기술의 기업 진시스템(대표 서유진)도 그의 손을 거쳐 간 작품이다. 바로 이대식 ETRI 박사다.

이대식 박사는 과거 2005년도 당시 LG 화학에서 근무하던 손미진 대표와 과제 기획을 같이 하며 인연을 맺었다. 창업의 꿈을 안고 LG화학을 나온 손 대표는 이 박사에게 디지털 임신 진단키트(바이오칩 리더기) 개발을 요청했고, 이 박사는 해당 기술 개발 후 손 대표와 공동특허를 출원했다.

그 뒤 손 대표는 해당 특허기술 기반 창업을 목표로 한다. 실제 기술 결함으로 상용화까진 미치지 못했지만, 손 대표는 5년 뒤 ETRI 연구소 기업을 실현한다. 바로 2011년 설립된 수젠텍이다. 그렇게 수젠텍은 현재 시총 7024억원(8월 10일 기준)에 달하는 K-바이오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섰다. 

◆ 검사 결과 '데이터화'해 실시간 전송···'바이오칩 리더기' 

이대식 박사와 손미진 대표가 2007년 공동출원한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특허 공보문. <사진=이유진 기자>
이대식 박사와 손미진 대표가 2007년 공동출원한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특허 공보문. <사진=이유진 기자>
이대식 박사는 눈으로만 결과를 확인하고 끝나는 아날로그 형식의 임신테스트기를 디지털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디지털화라고 하면, 검사 결과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그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이 박사가 개발한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이하 바이오칩 리더기)'는 광학적 리딩을 통해 판독 결과를 전자기기에 실시간 전송한다. 개인이 소변검체로 검사하면, 이를 데이터화 해 의료진의 정밀 검사까지 일련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바이오칩 리더기는 생리주기, 호르몬 분비 정도 등을 데이터화해 임신에 있어서도 이점이 된다. 응급실, 가정, 구급차 등 장소 불문 없이 전문인·일반인 모두가 사용 가능하다. 

이대식 박사는 "당시(2000년대 초) 디지털 헬스케어 개념이 없을 시기를 고려해, 검사 결과를 전자기기에 연동해 데이터화를 시킨다는 건 획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제 IT는 기반기술일 뿐···ITBT로 융합시대 가야'"

20여년 간 ITBT 기술을 지향했던 이대식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바이오를 기반으로 하는 IT, ITBT 기술이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20여년 간 ITBT 기술을 지향했던 이대식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바이오를 기반으로 하는 IT, ITBT 기술이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이유진 기자>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유년시절 노령의 부모를 생각해 전자공학으로 생명을 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2000년도부터 ETRI에 몸을 담근 그는 20년 동안 'ITBT' 한우물만을 팠다. ITBT란 IT와 바이오의 융합 기술이다. 이 박사는 "IT는 더 이상 단일 기술이 아닌, 어떠한 기술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며 "질병은 조기진단이 중요한 만큼 IT 기술을 접목하면 갈 수 있는 길이 많다"고 판단했다.

이대식 박사는 나노종합기술원과 ETRI, 충남대병원 등이 참여하는 '의료현장형 ICT 융복합 체외진단 시스템 고도화' 사업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진단기업에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접목해 기술고도화를 목적으로 한다. 수젠텍과 진시스템도 리스트에 올랐다. 이 박사는 "수십년간 직접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까지 가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꿈꿔왔다"며 "수젠텍, 진시스템을 포함한 바이오기업의 애로기술을 ICT 기술로 해결해주고, 그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어 '융합'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IT 기술만을 추구하던 과거에 비해 현재 IT는 상장기업으로써의 성장도 힘들뿐더러,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이 변한 만큼 IT 기반 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ETRI가 기성세대의 제자리걸음이 아닌, 융합기술로써 새로운 도약을 꿈꿨으면 한다. 앞으로 외국 장비에 버금가는 국산화장비를 개발하고 K-바이오에 일조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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