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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수도를 백년 단위로 바꾸면?

대전-세종 연구소 인재 2만명, 한반도 역사상 최대 자원
디지털 시대 맞게 국토 운영 새판 짜야

한국의 지역별 생산 비중에 따라 그린 지도.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분수이다. 수도권의 효율성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고, 이제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방경제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재정 확대와 인재 분산,중앙정부 권한 이양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겠다.<디자인= 고지연 디자이너>한국의 지역별 생산 비중에 따라 그린 지도.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분수이다. 수도권의 효율성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고, 이제는 새로운 접근으로 지방경제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재정 확대와 인재 분산,중앙정부 권한 이양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겠다.<디자인= 고지연 디자이너>

조선왕조 500년 동안 국가의 중심이 된 곳은 서울의 4대문 '안'이다. 이른바 시내이고 여기에서 국정의 대소사가 다 결정됐다. 그 면적이 얼마인지 아시는가? 약 500만평(1652만8925m²)으로 계산된다.

노무현 대통령때 입안되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입주가 시작된 세종정부청사 일대의 면적은? 2000만평(6611만5702m²)이다.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조선 500년동안 만든 중심지역보다 4배 이상의 면적을 10여년만에 뚝딱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물리력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의식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도시 구상에 제동을 건 헌법재판소의 판결 근거는 '관습 헌법'이었다. 우리 잠재의식 속에 있는 내용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다. 관습은 전통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고정관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전통은 지킬 필요도 있지만 그 전통도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기에 달리 말하면 (새로) 만드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고정 관념은 시대의 변화를 응시하기 보다는 기존의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새로운 사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전통을 만들고 있는가?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상상을 하고 있는가?

경제개발 시작 60년이 되어가는 대한민국은 분명히 그 전과는 다른 힘을 갖고 있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계획을 시작했으니 2022년이면 60년이 된다. 그 사이에 우리는 엄청나게 힘이 세졌다. 1인당 GNP는 100달러 대에서 3만 달러 대로 높아졌다. 인구도 23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단순 계산으로 국부는 600배가 증가한 셈이다. 그동안 축적해온 포항제철과 KTX 인천공항 삼성전자 등등은 제외하고 단순 수치만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이 힘이 있었기에 조선시대 500년동안 한 것의 4배 규모 개발 사업을 10여년에 뚝딱 해치울 수 있었다.

우리의 몸집이 커진것 만큼 우리의 의식도 성장했을까? 수도권 중심을 주장하는 내용들을 보면 아직은 아쉽다. 수도권 우선론은 세계와 경쟁하고, 그나마 집적의 이익이 있어 효율을 내는만큼 더 투자해서 세계 다섯 손가락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과밀로 인한 공해와 체증,저출산 등 삶의 질 측면은 뒤로 밀린다. 그 주장의 이면에는 기득권을 뺏긴다는 심리가 잠재돼 있는듯 하다. 미래를 내다보며 바람직한 변화는 무엇인가 하는 합리적 사고는 떠밀리는 분위기이다.

한 번 생각을 해본다. 관습헌법에 의해 서울이 수도가 된 것은 조선왕조 5백년의 영향이 크다 할 것이다. 그런데 내용으로 보면 조선 500년 축적보다 경제개발 60년의 성취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개발연대의 성공으로 수도 서울에 대한 인식이 더 확고해 진것이 아닐까?

만약 60년 사이에 서울이 이렇게 변했으면 다른 지역에도 기회를 주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은 이미 모든 인프라와 기업, 인재, 문화, 자원을 가진 만큼 자족이 가능한 지역이니 공공 분야 정도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서울은)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여전히 모든 것을 다 가져야만 서울이 지속할 수 있을까? 왜 선진국들은 도시별로 기능을 나누며 전국이 고루 자신들의 특성을 발휘하는 삶을 살까?

히든 챔피언이란 기업들은 인구 10만 이하의 도시에 많은데 우리나라는 서울외에는 사업하기 힘들다. 소위 인재들이 서울을 안떠나려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지역 구분 없이 삶의 질이 비슷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안되나?

올림픽도 4년마다 전세계를 돌며 열린다. 다른 지역에서도 그 복잡한 것을 처리하며 그 지역도 발전하는 것이다. 혹 백년단위로 수도를 옮긴다면? 수도의 위상과 역할을 모르는 바보같은 소리인가?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 백년 단위라면 함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수도가 갖는 상징성, 그 나라의 지향점을 생각한다면 500년 혹은 1000년 뒤에는 달이나 화성에 수도를 놓을수는 없을까? 물론 그 때 대한민국 존재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로 대표되는 수도권과 그 이외의 지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 서울이 모든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나머지 지역은 서울에 있는 의사결정권자들의 시혜(?)에 따라 보조금 정도를 찔끔 받아가며 살아간다. 경사형 생산방식에 의해 자원이 집중되며 성장했으면 이제는 좀 다른 게임의 룰을 생각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배고프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집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과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수도권 사람들도 많이 느끼고 있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는 측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면서 감성적 접근을 해야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발전론 주장이 맞기는 하지만 효과가 높지 않았던 것은 가진 자로부터 빼앗아 없는 자에게 준다는 인식을 주어 저항을 발했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보강 등은 충청권에 이익을 주고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국가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합리적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감성도 더해져야 한다. 수도권의 자원을 빼앗아 지방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과밀 해소로 수도권 사람들도 더욱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500년 가량 걸린 중앙집중이 단숨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긴 호흡을 하면서 수도권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해외의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에는 서울 말고 경제규모와 문화역량, 스토리가 있는 두, 세 군데 정도의 지역이 개발되면 아시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서울만의 성장을 강조하지, 다른 지역과의 공생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른 지역 투자를 이야기하면 2등 국민들이 하는 만큼 비효율이 눈에 선하다고 비아냥댄다. 지방은 1박2일 프로그램에 나오듯이 관광이나 먹거리 외에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오죽하면 SNS에 유행한 한반도 남쪽을 그린 지도가 서울과 그 주변을 빼놓고는 거의 '지방'으로 채워졌겠는가?

지난해 가을에 sns 상에 유포된 대한민국 지도. 지방 사람이 서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의식 속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 상상도이다. 서울과 일부 특산물이 있는 지역을 빼고 그외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는 아무 특성 없는 '기타 지방'이다.<디자인= 고지연 디자이너>지난해 가을에 sns 상에 유포된 대한민국 지도. 지방 사람이 서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의식 속에 있는 대한민국 지도 상상도이다. 서울과 일부 특산물이 있는 지역을 빼고 그외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는 아무 특성 없는 '기타 지방'이다.<디자인= 고지연 디자이너>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 생활도 해보고, 지방에서도 20년 정도 살며 양쪽을 다 경험하며 느낀 것은 확실히 지방이 기획력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이해도 된다. 개발연대의 행정은 중앙에서 정책을 세우고, 지방에서는 집행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며 지방은 그제야 기획을 하게됐다. 게다가 재정은 중앙과 지방이 8대 2로 재원이 절대 부족이다. 중앙집중의 문화가 지방의 자립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20여년의 축적이 되면서 나름 자기 색깔들을 가진 지방자치가 정착돼 가고 있다. 지방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지방도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있는 많은 지식인들이 국가 전체를 캔버스로 보면서 사고를 하면 분명 더 큰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지식인들에게 지방은 휴가 때 혹은 특강이 있을 때 가는 곳이다. 어쩔수 없이 교수 등으로 지방에 가면 인서울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극히 일부가 지방을 삶의 공간으로, 새로운 변화의 교두보로 삼으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한다. 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진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나라이다. 그에 비례해 우리들의 생각의 틀도 바뀌고 다양한 상상도 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상상의 배경이 될 수 있는 근거 중의 하나가 이공계 박사들이 모여있는 대덕연구단지와 인문계 박사들이 모여있는 세종시 국책단지이다. 대덕에는 1만5000명, 세종에는 5000명 정도의 박사들이 모여있다. 대한민국 역사는 물론 한반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한 장소에 집결돼 있는 것은 매우 큰 기회이다. 조선시대의 집현전을 두뇌로 이야기하는데 그 때 인원이 최대 32명이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국의 인재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대덕으로, 수도권으로. 그래도 대덕은 40년전에 한 지역으로 모였으나 인문계 인재들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으며 떨어져 있어 교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세종시가 만들어지며 국책단지라 하여 인문계 박사들을 한 곳에 모았다. 대덕연구단지와 바로 인근이라는 점은 우연이라지만 어찌보면 천행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이공계 출연연과 인문계 국책연은 공간적으로는 같은 곳에 있으나 연구는 유기적이 아니다. 같은 연구원 내도 그렇고, 다른 연구원과의 교류는 더더욱 어렵다.

대덕과 세종의 교류를 추진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우천식 박사는 말한다.
"세종에 오기까지 대덕을 몰랐다. 와보고 비로서 대덕의 존재를 알았고, 알아가면 알수록 대단함을 깨달았다. 대덕의 이공계 브레인과 세종의 인문계 브레인들이 만나 후손을 위한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 박사는 KDI가 세종으로 이사오며 일부 연구원들은 서울 잔류를 위해 KDI를 떠나기도 한 것과 반대로 아예 이곳에 집을 짓고 평생의 삶터로 삼았다.

우 박사와 함께 대전과 세종의 협력을 추진하는 기계연의 김석준 박사는 "인문계 사람들은 발상이 이공계와는 다르다. 이공계가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능하다면 인문계는 문제 자체를 설계한다. 그런 점에서 둘의 협력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 두 집단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에 새로운 지식을 내며 변방에서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고 밝혔다.

대덕단지에서 세종 국책단지까지의 거리는 약 13km이고 자동차로 30분 거리이다. 그야말로 한 동네라 할 것이다. 대덕연구단지의 이공계 출연연과 세종의 인문계 경인사 연구소들의 융합 시도는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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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몇 번의 행사로 그치며 지속적 교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기관장 차원의 위로부터의 움직임과 현장 연구원들의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함께 일어나야 하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발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행정수도 보강과 대전시와 세종시 통합에 앞서 이공계 정부 출연연과 인문계 국책연의 협력은 기초 작업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기관장들의 관심과 함께 연구자들 차원에서의 자발적 교류 움직임이 요망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자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뇌들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부심을 갖고 외국이 낸 문제를 푸는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가 문제를 내고 도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가 됐다고 본다.

새로운 시도를 해도 대한민국 안 망한다. 오히려 전혀 다른 기회를 만들수 있다. 지금은 과거를 지키고 반복할 때가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야할 때가 아닐까? 대덕과 세종의 브레인을 잇는 고속도로가 요망된다. 그것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만들때 더욱 튼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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