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JPL(제트추진연구소) 팬데믹 속 전례 없는 신속 대응
급성호흡곤란(ARDS) 환자 위한 산소호흡장치 개발, FDA 허가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마스크, 펜던트 등 소스 공개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이 코로나 대응에 뛰어들었다.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이 코로나 대응에 뛰어들었다.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항공우주 연구자들이 뛰어들었다. 미국 연구진은 코로나 중증 환자들이 겪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치료에 쓰이는 산소호흡장치를 개발하고, 고성능 마스크와 펜던트 등을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도록 소스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불과 4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 연구진은 항공우주에 대한 국민 투자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26일 기준 미국 코로나 확진자는 417만여 명, 사망자는 15만명에 육박했다. 미국은 지난 3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환자 급증과 중증 악화 사례가 지속됐다. 의료 장비에 대한 수요 부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 NASA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코로나 대응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3월부터 기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4월부터 상용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현장에 투입했다. 

◆ 산소호흡장치 개발해 FDA 긴급사용승인 획득


NASA JPL 연구진이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산소호흡장치를 개발한 과정. <영상=NASA>

NASA JPL(제트추진연구소) 연구진은 코로나로 인해 급성호흡곤란증(ARDS)을 겪는 환자들을 타깃 하는 산소호흡장치를 개발했다. 코로나 중환자 대다수가 급성호흡곤란증을 호소하는데, 치명률을 낮추려면 해당 환자들의 치료가 중요하다. NASA 연구진은 산소호흡장치가 부족하고, 있는 장치 마저 작동과 충전을 번갈아 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 수요를 듣고 37일 동안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성능 보수 없이 20일 동안 작동 가능한 고성능 산소호흡장치를 개발했다. NASA 연구진은 뉴욕에 있는 아이칸 의과대학에 고압력 산소호흡기 성능 검증을 받고, 일주일 뒤인 4월 30일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 제조업체 8곳에서 산소호흡기를 만들어 의료 현장에 급파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로버트 매닝(Robert M. Manning) NASA 연구자는 "우리 삶의 전례 없는 위기는 우리에게 전례 없는 행동을 요구했다"고 했다. 마이클 존슨(Michael R. Johnson) 메카트로닉스 엔지니어는 "잠잘 시간도 갖지 못할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엔지니어, 과학자로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이시 벌랜드(Stacey W. Boland) 시스템 엔지니어는 "지치는 일이었지만 흥분되는 일이었다"면서 "우리는 (코로나 대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3D 프린터로 제작 가능한 마스크, 펜던트 소스 공개

☞코로나 마스크 오픈소스(GitHup)
☞코로나 경고 펜던트 오픈소스(GitHup)

☞NASA JPL 코로나 대응 홈페이지

NASA JPL 연구진은 산소호흡기 개발에 그치지 않았다. 마스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성능 마스크를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N95 마스크 성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충족시킨다고 밝혔다. 마스크 내부에는 카트리지 필터 등이 들어간다. 연구진은 "FDA나 허가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진 않았다"면서도 "의료진과 일반 시민들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뜻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NASA는 얼굴을 만지려고 할 때 경고를 주는 펜던트까지 개발했다. 3D 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장비다. 적외선 근접 센서, 진동 모터, 촉각 슬라이드 스위치를 활용했다. 얼굴 주변으로 사람 손이 갈 경우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에 진동이 오는 원리다.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인체 내부에 들어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연구진은 "오픈소스로 제공되어 있어 개인이나 기업 등 누구나 펜던트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NASA는 홈페이지까지 따로 구축해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우주 기술과 공학을 통해 돕고 있다고 적었다. 짐 브라이든스틴 NASA 국장은 FDA 허가까지 받은 산소호흡기에 대해 "우주 탐험에 대한 납세자들의 투자가 어떻게 지구상의 삶을 진보시키는지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단기 대응보단 내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누리호) 연구개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항우연에선 한국형 GPS인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에 대한 내부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옥수현 항우연 팀장은 "코로나 대응 연구는 없다"고 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코로나 대응처럼) 민간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솎아내는 노력도 하고자 한다"면서 "조직이나 전문 인력을 보강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마스크.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3D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마스크.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손이 얼굴 주변에 가면 진동을 주는 팬던트 원리.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손이 얼굴 주변에 가면 진동을 주는 팬던트 원리. <사진=NASA JPL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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