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휴먼증강연구팀·삼육대, 전기자극으로 관절 운동 시스템 선보여
계단 오를 시 대사 에너지 8% 감소·평지 보행 시 속도 13% 증가해

ETRI가 고령인·재활인을 위한 '보행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영상=ETRI 제공>

보행보조시스템을 개발한 ETRI 연구진들의 단체 사진.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준영 연구원, 구자범 선임연구원, 김배선 선임연구원, 이동우 책임연구원. <사진=ETRI 제공>
보행보조시스템을 개발한 ETRI 연구진들의 단체 사진.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준영 연구원, 구자범 선임연구원, 김배선 선임연구원, 이동우 책임연구원. <사진=ETRI 제공>
전기를 이용해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근육과 관절을 제어, 일상 활동과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걷기, 계단 오르기 등 특정 동작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체활동에 적용이 가능해 고령인의 근감소증이나 재활인의 활동, 보행장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는 근육에서 발생하는 근활성 신호에 전기자극을 줘,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관절을 움직이게 하는 보행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를 붙이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해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우리 몸은 저주파 자극기, 물리치료기 등 적은 양의 전기를 통해 인위적인 근육 수축을 유발할 수 있다. 기존 전기자극을 이용한 근육 강화·수축 제품은 작동 패턴 등이 프로그래밍 된 대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반복 동작만 적용 가능, 효과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근육 신호로부터 실시간 사용자 의도를 알아내 사용자별로 적합한 미세한 전기 신호(5~35mA)를 근육에 주는 운동 보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사용자가 움직일 때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호에서 관절 방향, 동작 세기를 파악하는 동시에 전기 자극으로 근육 수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즉 신체에서 실시간 측정되는 복잡한 근육 활성 신호로부터 빠르게 동작 의도를 감지한 뒤, 그에 맞는 전기 신호를 보냄으로써 정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운동을 보조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신체활동 보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고령인을 대상으로 하지 근육 8곳에 시스템을 부착한 뒤 삼육대와 보행 기능 개선을 위한 탐색 임상 시험을 2년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보행속도 증가, 근육량 증가, 지면 반발력이 뚜렷해지면서 보행이 더욱 정상화되는 개선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자발근 활성신호 검출 정확도를 98%까지 향상시키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보행보조시스템은 데이터를 취득하고 연산·전기 신호를 지시하는 17x6cm 크기의 패치와 근육신호를 센싱하는 센서·전기자극 모듈,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무게 또한 배터리를 포함해 약 950g으로 매우 가볍고 레깅스를 입어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패치 부피가 크지 않아 착용에 부담이 없다. 현재는 전극이 선으로 연결돼 있지만, 향후 상용화 시 무선으로도 가능하다. 

보행보조시스템은 고령인들의 활동성을 높여 건강한 생활을 돕는 것은 물론, 재활이나 근육 강화를 위한 헬스·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늘어나는 고령자와 장애인들의 재활을 도와 사회 활동을 증가시키는 데 본 기술이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향후 상용화를 위해 개발한 모듈 경량화와 인공근육과 함께 활용할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완희 삼육대 물리치료학과 교수도 "임상 결과에서 계단 오르기의 경우, 대사 에너지가 약 8% 감소했고 평지 보행에서는 보행 속도가 약 13% 증가함을 보였다"면서 "상용화 시 근쇠약 고령인의 맞춤형 재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신체기능의 이상이나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휴먼 청각 및 근력 증강 원천 기술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수행 중이다.

고령인을 대상으로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보행보조시스템을 착용한 뒤,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ETRI 제공>
고령인을 대상으로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보행보조시스템을 착용한 뒤,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ETR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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