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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반년]정은경의 위기소통, 과학계에 던진 화두

[기자수첩]'정-권 명콤비' 맥락과 흐름 설명하며 대국민 소통
전문성으로 국민 이해 돕고, 정부 향해선 소신발언
때로는 한계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기도
질병관리본부의 위기소통 능력은 국민 대다수에게 신뢰를 줬다. 왼쪽부터 정은경 본부장, 권준욱 부본부장.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질병관리본부의 위기소통 능력은 국민 대다수에게 신뢰를 줬다. 왼쪽부터 정은경 본부장, 권준욱 부본부장.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20일로 반년이 지났다. 전 세계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19 공포에 떨었지만,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위기소통 능력은 국민 대다수에게 신뢰를 줬다. 그 중심에는 정-권 명콤비가 있었다. 정은경 본부장과 권준욱 부본부장은 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 코로나19 사태가 흘러가는 맥락과 양상을 설명하고, 때로는 한계와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가진 전문성은 국민 이해를 돕는데 썼고, 정부를 향해선 소신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정-권 명콤비는 K-방역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간결 명료하면서도 일관된 메시지는 국민들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도록 도왔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1월 20일부터 브리핑을 직접 챙기다가 2월 말부터 권준욱 부본부장과 번갈아 가면서 브리핑을 챙겼다. 질본은 5월 25일이 되어서야 브리핑을 주6일 체제로 전환했다. 20일까지 브리핑 횟수는 174회. 

질본이 코로나19 사태에서 K-방역 중심축으로 우뚝 선 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정 본부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업무했지만 대응 부족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정 본부장에게 메르스 사태는 코로나19를 대비할 수 있는 예방 접종에 가까웠다. 그때 경험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식견과 발빠른 대응, 간결 명료한 메시지로 대국민 소통을 이어나갔다. 

정 본부장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빛을 발한 건 전문성과 방역에 대한 절실함이 결합된 총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틈틈이 질본 관계자들과 연구를 진행하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간하는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 콜센터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발병'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K-방역 우수성을 알렸고, 최근에는 '2020년 한국에서의 코로나19 발병 동안의 접촉 추적'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냈다.

논문☞(Coronavirus Disease Outbreak in Call Center, South Korea)
논문☞(Contact Tracing during Coronavirus Disease Outbreak, South Korea, 2020)

정 본부장과 권 부본부장은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줬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국민에겐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발신하고, 정부를 향해선 소신발언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쟁 논리로 치달을 뻔한 해외 유입감염 사례, 마스크 착용 기준 언급 등이 대표적이다. 권 부본부장은 지난 5월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증가하는 확산세를 차단하고 산발적인 연쇄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자는 취지였다. 

특히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양상을 설명하면서 한계와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6개월 소회를 묻는 질문에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면 제가 드렸던 말씀 중에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들을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라 마스크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가 우선이라고 했던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권 부본부장 메시지를 접한 국민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모습에 감사하다" "진솔한 고백이 그간의 노력과 함께 빛난다" "국민들도 방역에 일조하겠다"와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지난 6월에도 권 부본부장은 "방역당국으로서 송구한 얘기인데, 저희가 발생되는 상황을 뒤늦게 발견하고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브리핑 내내 개인위생 수칙 준수와 거리두기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방역 컨트롤타워로서 한계를 고백하고, 국민들에게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수칙 준수로 방역당국의 빈틈을 채워달라는 부탁이었다.

◆ 성과 내세우기보단 맥락 설명, 한계 고백하며 국민 이해 도와야

반면 과학계로 시선을 돌리면 어떨까. 질본 임무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에 대한 지속적인 발신은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정보를 국민들과 소통하는 곳은 IBS(기초과학연구원) 정도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나 한국화학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걸리는 한계나 맥락에 대해 국민들에게 지속 설명하기보단, 한 건의 연구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머지않아 치료제·백신 개발이 이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지닌 이런 한계를 돕는 곳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지만 애당초 이같은 도움을 기대하긴 어렵다. 과기부가 코로나19 초기 일부 출연연에 발신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릴 정도로, 연구 현장 통제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지난 4월부터 과기부·보건부가 추진하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은 한 달에 한번 회의하고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정도다. 대다수 국민이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맥락이나 한계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질본이 보여준 위기소통 능력은 과학계에 여러 화두를 던져준다. 과학계가 위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어떻게 답할까. 문제 해결까지도 아니고 합리적인 정보 소통을 한다면 어떨까. 코로나19 위기에서 온몸 던졌던 질본 청 승격 과정은 여러모로 참고할 만한 사례다. 질본의 청 승격 과정에서 인원·예산이 줄어들자 국민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냈다. 위기 극복 주역인 질본에 신뢰를 보내며 응원군을 자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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