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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22] 펭귄의 여름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남극에서 들려오는 '펭귄의 사생활'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펭귄의 여름'은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원영 동물행동학자가 지난 2017년 12월 12일부터 이듬해 1월 23일까지 43일동안 남극의 펭귄을 관찰하고 교감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남극에 머무르는 동안의 남극 출장을 고스란히 담아 펭귄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펭귄의 사생활'을 전해준다.

이원영은 '펭귄 박사'로 통한다. 여름엔 북극, 겨울엔 남극을 오가며 펭귄을 비롯한 동물의 행동 생태를 연구한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됐으니 그는 어쩌면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과학적 발견을 일반 사람들과 나누는데 관심이 많아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와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를 진행하고 있다. 신문사에 '이원영의 펭귄 뉴스'를 쓰기도 한다.

'펭귄의 여름'은 펭귄에 대한 진한 사랑 이야기다. 이 사랑 이야기는 펭귄에 대한 애정과 걱정, 미안함과 함께 연구자, 과학자로서의 진한 사명감까지 느낄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나면 독자들은 동물행동학자 이원영에 공감하고, 펭귄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실제 남극에서 만난 펭귄은 귀여워도 너무 귀여웠다. 커다란 눈, 검은 등에 하얀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눈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구 대상이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사랑스러운 남극의 동물로 느껴진다. 그렇게 매일 펭귄을 바라보다가 그만, 펭귄이 너무 좋아졌다. 지금은 흔히 말하는 '덕후'가 되어 틈나는 대로 펭귄을 그리고 인형을 수집한다. 처음보다 호기심이 커져서 궁금한 점도 많아졌다. 펭귄은 하루에 얼마나 자랄까? 언제쯤 둥지를 떠날까? 겨울엔 남극을 떠나 어디로 가는 걸까?(p 15)

남극에 여름이 오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5000여 쌍은 펭귄번식지 킹조지 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 즉 펭귄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운다.

저자가 머문 43일이라는 기간은 펭귄에게는 알에서 깨어나 둥지를 나오고, '보육원'에 들어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다. 새끼 펭귄의 성장에는 낮이고 밤이고 분주히 바다로 나가 먹이를 잡아오는 부모 펭귄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식 사랑은 똑같다.

펭귄은 보통 20년 정도를 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해 번식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펭귄은 그런 해가 되면 '좀 힘든 한 해였어. 내년엔 좀 나아지겠지'하고 넘어간다. 사람처럼 쳇바퀴 도는 생활이 지겹고 괴로울 수도 있을 테지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참고 기다리는 미덕을 보여주기도 한다. 펭귄이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고 하면 과장일까?

자정이 지났지만 펭귄 둥지는 여전히 분주하다. 한밤중에도 바다에서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를 준다. 지금 바다로 나가는 녀석들도 보인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는 펭귄을 생각한다. 매일 새끼에게 먹일 크릴을 찾아 나서지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표범물범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도 바다로 나서기를 반복한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에도 같은 자리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pp 152~153)

저자는 펭귄이 어디서 먹이를 찾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알기 위해 건강한 펭귄을 골라 그들의 몸에 위치기록계를 단다. 펭귄의 무게를 달고, 날개 안쪽 정맥혈에서 혈액을 채취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펭귄의 똥을 뒤집어 쓰기도 하고, 날개에 맞아 진한 보라색 멍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보다 동물을 아끼는 동물행동학자이다. 연구과정에서 펭귄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인간이 만든 기계를 매단 펭귄이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때문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다. 과학자와 동물애호가 사이의 갈등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 것일까? '펭귄의 여름'에는 그 흔한 펭귄 사진이 단 한 장도 나오지 않는다. 펭귄의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그림과 글만 사용했다. 그는 펭귄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보다는 직접 그림을 그렸다. 저자의 깊은 펭귄 사랑을 느낄 수 있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원영 작가가 전문화가는 아니지만 펭귄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사진을 찍기보다는 직접 그린 어설픈(?) 그림에 더 애정이 간다.)

책에 나오는 '남극으로 가는 경로'를 보고 있노라면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5000여 쌍이 모여사는 킹조지 섬으로 날아가고 싶다. 펭귄 마을에서 펭귄들과 함께 사노라면 현재의 삶의 고뇌와 좌절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인천공항을 떠나 마드리드를 거쳐 산티아고, 푼타아레나스를 경유해 남극세종과학기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남극에서 이원영 작가처럼 펭귄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남극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책에 나온다. 솔깃하다. 바로 남극체험단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9년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남극체험단을 처음으로 모집했다.

7월에 모집을 시작해 총 670명의 사람들이 지원했고, 자기소개 영상, 대국민투표, 심층면접 과정을 거쳐 최종 4명이 선발됐다. 영상 촬영을 취미로 하는 회사원 공승규씨, 환경과 생태에 관한 동화를 그리는 작가 전현정씨, 아마추어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취업 준비생 이소영씨, 항암 치료를 마치고 혈액암협회에서 일하는 정승훈씨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남극체험단으로 선정됐다.

세종기지와 한국은 시차가 꼭 12시간이다. 정반대의 시간 때문에 현지에 도착하면 정신이 몽롱하다. 시차적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손목시계의 시침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시계는 시차적응이 필요없다. 오전과 오후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극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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