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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주역들, 그 뒤엔 30년 '축적의 시간' 있었다

박한오·손미진·유재형 대표 "여기서 만족해선 안된다" 한목소리
국산 진단장비, 신속진단키트 있는데···관료주의로 해외 장비 수입
"이 순간에도 대덕 연구실서 새로운 기술 태어나고 있을 것"


 

대덕열린포럼은 23일 K-바이오 특집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격을 드높였던 K-바이오 기업 바이오니아, 수젠텍, 솔젠트 대표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유재형 솔젠트 대표, 손미진 수젠텍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대덕열린포럼은 23일 K-바이오 특집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격을 드높였던 K-바이오 기업 바이오니아, 수젠텍, 솔젠트 대표가 참석했다. 왼쪽부터 유재형 솔젠트 대표, 손미진 수젠텍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K-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 방역 주역으로 우뚝 서기까진 3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한 분야를 고집스럽게 파고들어 실력을 쌓고 위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결과다. 하루아침에 얻은 결과가 아닌 만큼 바이오 업계는 이번 기회를 천금과 같이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허가권자가 정부이기 때문에 국가가 전략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밀어줘야 K-바이오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서 개최된 대덕열린포럼은 K-바이오 특집으로 진행됐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손미진 수젠텍 대표, 유재형 솔젠트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고 K-바이오의 미래 역할을 전망했다. 이날 세 명의 대표는 "K-바이오 위상을 알린 것에 만족해선 안 된다"면서 "국가의 정책·제도 지원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글로벌로 나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Homeland Security)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시장을 분석한 결과 2020년~2024년 누적 시장 1.4조 달러(약 1680조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출 총액 5420억 달러(약 650조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와 관련된 진단·치료제·백신을 포함해 개인보호장구, 의료기기 등에 대한 기술개발과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산 진단키트·장비 있는데···관료주의로 해외 장비 수입

사진 우측부터 열린포럼 사회를 맡은 이석봉 대덕넷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손미진 수젠텍 대표, 유재형 솔젠트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사진 우측부터 열린포럼 사회를 맡은 이석봉 대덕넷 대표,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손미진 수젠텍 대표, 유재형 솔젠트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이유는 바이오니아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이오니아는 현재까지 DNA·RNA 유전자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과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핵산추출키트·장비, 분자진단키트, 실시간 PCR(유전자증폭) 장비를 모두 국산화한 국내 유일 기업이다. 

그러나 바이오니아 코로나19 진단키트·장비 국내 사용은 전무하다. 전 세계 60개국에 'Made in Korea' 진단키트·장비를 수출 중이지만, 국내에선 매출 제로다. 질병관리본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기준을 정할 당시 의료 현장에 이미 깔려 있는 미국·스위스 장비를 기준으로 두면서다.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전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바이오니아는 미국·스위스 장비를 사거나 빌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한오 대표는 "보건의료 관련 산업은 허가권자가 국가"라면서 "국가에서 전략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K-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국가의 정책·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국내에서 제품을 못 파는데 해외에서 파는 경우는 코로나19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세계 시장에서 국내는 1.5%에 해당하는 비중이기 때문에 정책 하시는 분들이 전략을 가졌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수젠텍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혈액 한 방울로 코로나19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10분 만에 신속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항체·항원 기반의 신속진단키트를 PCR 장비에 보완·대체제로 사용할 것을 권고해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일부 쓰이고 있으나 국내 허가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손미진 대표는 "국내에선 항체 기반의 혈청학적 테스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항체진단키트가 왜 필요한지 증명해나가면서 시장을 만든 점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나마 솔젠트 사례는 위안 삼을만하다. 솔젠트는 질본과 식약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기업이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50개국에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 능력에 한계를 보이면서 중소벤처기업부, 삼성전자가 진단키트 생산 공정 개선에 도움을 주면서 생산량이 71% 늘어났다. 유재형 대표는 "K-바이오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위상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임상 샘플 지원 등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순간에도 대덕 연구실서 새로운 기술 태어나고 있을 것"

K-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 방역 주역으로 우뚝 서기까진 평균 3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박한오(좌)·손미진(가운데)·유재형(우) 대표는 바이오 업력만 30년 이상 쌓았다. <사진=김인한 기자>K-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속 방역 주역으로 우뚝 서기까진 평균 3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있었다. 박한오(좌)·손미진(가운데)·유재형(우) 대표는 바이오 업력만 30년 이상 쌓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박한오·손미진·유재형 대표는 바이오 업력만 30년 이상 쌓았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벤처를 설립했고,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1990년 대 초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LG생명과학 등을 거쳐 2011년 수젠텍을 창업했다. 유재형 솔젠트 대표도 1994년부터 바이오니아·씨젠 등을 거쳐 현재 솔젠트 대표를 맡고 있다. 세 대표 모두 꾸준히 실력을 쌓고,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대덕연구단지 출신이란 공통점도 있다. 

손미진 대표는 "대덕은 기술을 찾으면 어딘가 다 있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술을 네트워크 해준다면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출연연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가져가라고 하는 게 아니고, 시작 단계부터 함께 기획해서 기술을 만들어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형 대표는 코로나19 초기 원재료 확보를 위해 바이오기업이 모인 단체방에 협조를 요청하자 즉각 3~4개 기업이 도와주겠다는 사례를 들며 지역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대덕이 조명을 받고 진단 기업의 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한오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덕에 있는 어느 연구실에선가 새로운 기술이 태어나고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은 융합을 통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덕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이 나오기 좋은 환경"이라고 기대했다. 

대덕열린포럼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넷, 대전과총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매달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장이다. 

세 명의 대표는 "K-바이오 위상을 알린 것에 만족해선 안 된다"면서 "국가의 정책·제도 지원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글로벌로 나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세 명의 대표는 "K-바이오 위상을 알린 것에 만족해선 안 된다"면서 "국가의 정책·제도 지원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글로벌로 나가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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