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
코로나 사태 초기 의사결정 지연, 현장에 결정 권한줘야
중환자 늘어날 경우 대비해 임시 음압병동 플랜 짜놔야

코로나 사태 초기 대구 경북대병원 현장 모습. <사진=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회 협력사 제공>
코로나 사태 초기 대구 경북대병원 현장 모습. <사진=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회 협력사 제공>
겨울철 한국을 급습했던 코로나가 여름이 되면 주춤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그야말로 희망 사항에 그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도 연일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부터 방역 체계가 완화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오던 감염 사례는 대전까지 퍼졌다. 국내 코로나 컨트롤타워인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도 코로나는 종식할 수 없고, 유행과 확산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재유행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사례는 마냥 지나칠 수 없는 사례다.

지난 2월 19일 대구·경북에서 '슈퍼전파자' 31번 환자가 나오면서 대규모 확산으로 번졌다. 열흘 뒤인 2월 29일 하루에만 확진자 741명이 나왔다. 3월 2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2569명. 당시 확진자 900명가량만 입원하고, 1600여 명이 집에서 치료를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료진은 코로나 사태 초기 환자 급증으로 음압 병상 시설 부족, 중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이 지연돼 여러 고충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 초기 중환자 치료 과정에서 겪은 한계를 짚어보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 신 교수는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이 지연된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구·경북처럼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의료 현장 상황에 맞게 지침이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가 지적한 의사결정 지연 사례는 타지역 이송 문제였다. 코로나 사태 초기 중환자 이송 체계는 지자체 → 국립중앙의료원 → 상대 지자체 승인 → 의료기관 이송 단계를 거쳤다. 신 교수는 "수도권을 포함해 호남 지역 대학병원에서 대구 지역 코로나 환자를 보내라고 했는데도 상대 지자체 승인을 기다리느라 환자를 이송할 수 없었다"면서 "이후 대구 지역에서 강력하게 건의해 상대 지자체 승인은 없어지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지역사회 간 중환자 치료 연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이와 함께 지자체 이송을 통제할 보다 강력한 중앙관리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환자가 급증하면 교과서나 원칙대로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맞게 지침이 빠르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900만명에 다다랐다. <사진=존스홉킨스대>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900만명에 다다랐다. <사진=존스홉킨스대>
◆중환자 늘어날 경우 대비해 임시 음압병동 구축 플랜 짜놔야

신 교수는 "각 대학병원에 중환자 병상은 한정되어 있다"면서 "대구·경북 지역 환자가 늘어날 당시 격리 공간이 아닌 병실에 이동식 음압기 3~4대를 설치해 환자를 같은 방에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도 중증도에 따른 치료를 위한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대다수 대학병원에선 대한중환자의학회·대한감염학회 등의 NEWS(National Early Warning Score) 시스템에 따라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를 한다. 병상·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우선으로 치료한다는 취지다. 

신 교수는 "증상이 있거나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우선 관리하는 정책이 있어야 중증도에 따른 환자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중환자 치료에 투여할 인적 자원, 공간, 장비를 최대한 확보하고 계획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환자 치료 의료진 태부족···평시에 가용 인력 구상하고, 장기적으로 인력 육성

전국상급 종합병원은 42개다. 대학병원별로 중환자 치료를 전공한 세부 전문의는 손에 꼽힐 정도다. 이렇다 보니 현장 의료진들은 내과 전문의 중에서라도 가용 인력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 교수는 "중환자 치료 인력이 평소라면 환자 관리를 할 때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대구·경북 지역처럼 코로나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인력이 태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치료를 중환자 전문의가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와줄 전문의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전임의들은 현장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병원 자체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평소에 구상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환자 치료에선 의료진 한 명 공백도 매우 크다"면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할 때 의료진이 일시에 투입될 게 아니라 플랜 A·B는 짜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1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대구·경북에서 COVID-19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신경철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 5명은 중환자 전담 이송팀 필요성, 지역 간 환자 치료 연계, 점수 체계를 통한 입원 병상의 배정과 생활치료센터의 가동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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