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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의 아·사·과 21] 바람난 유전자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친구 둘 중 하나는 불륜? 

글쓰기 방법론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제목이다. 나는 '바람난 유전자'를 보고 제목을 잘 정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같이 읽어볼 책은 제목부터 확 끌리는 '바람난 유전자'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유전자가 바람이 나다니···. 얼른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바람난 유전자'는 일본의 뇌과학자 나카노 노부코의 신작이다. 그는 이 책에서 왜 불륜이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의 불륜에 대해 맹렬하게 비난하는지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으로 불륜의 메커니즘을 재미있게 규명한다.

노부코는 처음부터 단정적이다. 앞으로 인류 사회에 불륜이 사라지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간 사회에서 불륜은 흔하디 흔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맞는 말이다. 거리를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모텔은 왜 그렇게 많은 걸까?

'바람난 유전자'에서 저자는 인류의 뇌 구조는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성 행동(sexual behavior)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뇌 내부 물질 존재가 분명하게 밝혀졌다. 인간이 가진 유전자 중 단 1개의 염기 배열만 달라져도 성적 행동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형'에서 '불륜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이 불륜을 일으키는 것은 당신 탓이 아니고 뇌 탓"이다. 대략 둘 중 하나는 일부일처제에 적합하지 않은 이른바 불륜형 유전자를 가졌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쯤에서 노부키의 주장을 직접 옮겨본다.

남녀 상관없이 불륜형에게 나타나는 특징적인 행동이 하나 있다. 그것은 '파트너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연애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타자에 대한 친절한 행동'의 빈도가 적다. 다시 말해 이기적인 타입인 것이다.
불륜형과 정숙형의 비율은 연구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반반일 것으로 추측된다. 요컨대 당신 주위의 2명 중 1명은 본질적으로 일부일처제 결혼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pp 76~77)


성에 있어 사람은 동물과 전적으로 다르다. 예컨대 프레리들쥐는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이들의 성적 행동은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바소프레신은 상대에 대한 친절, 책임감을 불러 일으킨다.

즉,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성이 높으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 성향을 띠고, 반대로 수용성이 낮으면 다부다처를 추구하는 불륜 성향을 띠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정숙형과 불륜형의 비율은 절반쯤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불륜을 과도하게 비난할까? 이는 도덕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가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회피하고 연애의 달콤함만 즐기는 '무임승차자'를 응징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불륜을 응징하는 행위는 정의로운 행동으로 여겨지고, 이때 뇌에서는 쾌락이 동반되기에 사람들은 불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만약 불륜을 저지른 사람이 연예인 등 유명인일 경우 비난 정도는 점점 커진다.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불륜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은 이유도 재미있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위기를 자주 겪어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졌다. 옥시토신은 연인이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고 불안과 긴장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외부 집단보다 월등하다고 여긴다. 즉,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지면 공동체 결속력이 그만큼 강해진다.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아픔을 많이 겪어 옥시토신 수용성이 높아 일본처럼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해졌고, 수용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세계 여론조사 연구소인 퓨리서치센터가 불륜을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의 비율을 나라별로 조사한 수치도 흥미롭다. 요르단, 이집트, 인도네시아, 레바논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90% 이상이 수용불가로 나타났는데 팔레스타인과 터키는 무려 94%에 달했다. 반대로 프랑스는 4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았고, 독일 60%, 인도 62%,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각각 64%로 뒤를 이었다.

일본은 69%였는데 이것은 국제적으로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81%가 '불륜을 용납할 수 없다'고 답한 반면 '용납할 수 있다'와 '도덕적으로 문제가 아니다'는 응답은 각각 8%로 집계됐다.

미국 인류학자 조피 피터 머독의 연구도 흥미롭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일처제는 전 세계 238개 인간공동체 중에서 43개뿐이다. 겨우 18%에 불과하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전체 포유류 중 3~5%만이 하나의 짝과 함께한다. 생물이 이처럼 다양한 번식 시스템을 갖는 것은 자손을 더 많이 퍼트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화제다. 나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쇼킹 드라마'라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코로나19로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드라마 '부부의 세계' 몰아보기를 하면서 '바람난 유전자'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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