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 "올해 명퇴만 1000여 명"
기술직 포함 357명 휴업···"중량물 작업, 인원 줄어 안전 위협"
일자리 만든다는 정부, 원전 일자리는 줄여 "이게 공정이고 정의냐"

1만4000여 명이 결성한 원자력노동조합연대가 15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공론화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사진=김인한 기자>
1만4000여 명이 결성한 원자력노동조합연대가 15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공론화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사진=김인한 기자>
탈원전 정책 3년, 원자력 생태계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의 원전 산업을 지탱하는 두산중공업 기술 인력들이 연이어 이탈하면서다. 인력이 줄어들면서 두산중공업 영업이익도 2016년 2035억원에서 2019년 629억원으로 61%나 곤두박질쳤다. 

두산중공업은 값싼 비용에 공기(工期)를 정확하게 맞춰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설비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지난 30년 동안 관련 기술을 쌓아오면서 국내 원전 발전 부문 시장점유율을 100% 차지하고 있다.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만난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은 "올해 5월 달까지 1000여 명 정도가 명예퇴직했다"면서 "여기에 기술직 246명, 사무직 111명이 올해 말까지 휴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만 2차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올해 3월까지 진행된 1차 명예퇴직으로 650명이 회사를 떠났고,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2차 명예퇴직에서 180여 명의 신청자가 나왔다. 여기에 노조 측은 명퇴를 희망한 추가 인원이 100여 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휴업 대상 직원 350여 명에겐 임금 70%만 지급된다. 

이성배 회장은 "현장 기술 인력들이 빠지면서 일손이 부족해졌다"면서 "회사가 외주화를 시작하고, A공정에서 일하던 근로자를 B공정으로 혼용 작업하도록 강제 전환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조지회는 사측이 근로자 휴업 대상자를 일방적으로 정하고 휴업을 종용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발전소 거래는 국가 간 거래이고, 민간 기업이 독자 추진하기 어려운 분야"라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갑작스레 탈원전 정책을 펼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은 현재 두산중공업 내부에서 명예퇴직과 휴업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자력 생태계 붕괴가 눈앞에 왔다고 우려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은 현재 두산중공업 내부에서 명예퇴직과 휴업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자력 생태계 붕괴가 눈앞에 왔다고 우려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정치 이념으로 시작한 '탈원전' 속도가 문제

두산중공업은 LNG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는 있었다. 지난해 세계에서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했고, 그해 풍력발전 분야 국제 인증기관인 'UL DEWI-OCC'로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5.56MW 해상풍력발전시스템에 대한 형식 인증을 따낸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였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3년간 고수하면서 두산중공업의 주력 분야였던 원전 산업이 순식간에 곤두박질 친 것.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아 경영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앞서 지원하기로 한 2조4000억원을 포함해 1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원자력계에선 정부가 말하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두산중공업은 결국 원전 대신 가스터빈과 풍력 발전 사업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인데, 발상 자체가 환경의 절박한 요구나 시장의 필요로 나온 게 아니라 '탈원전'이라는 정치적 이념에서 출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이 추진하는 가스터빈 사업은 당장 수익조차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 등 3대 기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70% 이상을 독차지하고 있어서다. 초기 기술 단계에 있는 두산중공업이 운용 데이터 없이 과점 시장을 뚫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다수다. 

◆일자리 만든다는 정부, 원전 일자리는 줄여···"이게 공정이고 정의냐"

강권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원자력연지부위원장)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강권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원자력연지부위원장)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신한울 3,4호기 재개를 통해 원자력 산업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신한울 3,4호기 재개를 통해 원자력 산업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1만4000명이 결성한 원자력 노동조합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있는 일자리를 없애고 없는 일자리를 만드는 게 문재인 정부가 얘기한 공정이고 정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원자력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정부가 해결하라"면서 "원자력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연대 측은 "탈원전 정책으로 영국의 원전 수출 우선 협상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됐고 원전 수출시장에서 중국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해외 원전 수출은 국내 원전 산업의 생태계 유지 없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이들은 "탈원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즉각 시행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원자력 노동조합연대는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수력원자력·두산중공업·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코센·LHE 노동조합이 포함된 협의체다.  

두산중공업 측에 명예퇴직과 잇단 휴업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자 "민감한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인사 담당 부서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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