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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동안 연구를?···"과학자로서 존재의식 느꼈죠"

[인터뷰]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전역한 오경훈 예비역 공군 중위
3년 2개월간 ADD서 군 복무···"특기 살려 국가 이바지하고 싶었다"
"불확실했던 미래, 군 복무하며 연구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 느껴"
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

한국형 탈피오트, 과학기술로 무장한 군인들이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은 군 복무 기간 중 연구소에서 쌓은 연구경험을 토대로 한국 과학기술에 이바지한다는 강한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바로 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이다.

지난달 31일, 제1기 과기전문사관 18명이 3년 2개월(훈련소 포함)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중위(육군 14명, 해군 2명, 공군 2명)로 전역했다. 과기전문사관은 과기부와 국방부가 이공계 분야의 인재들을 ADD(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스라엘의 엘리트 과학기술전문장교 프로그램인 탈피오트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군 고도화 기여를 목적으로, 매년 이공계 분야에서 20~25명을 선발한다.

이번에 전역한 제1기 과기전문사관은 2년 동안 대학에서 국방과학기술교육·ADD 현장실습 등의 후보생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졸업 후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8주간의 양성교육을 통해 군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쌓았다. 임관 후 전원 ADD에 배치돼 국방 연구개발 장교로서의 의무복무를 마쳤다.

그중 공군 중위로 전역한 오경훈 예비역 공군 중위는 포스텍 물리학과 2학년 재학 당시인 2014년 겨울, 과기전문사관이 되기 위한 선발 과정을 거쳐 후보생으로 선발됐다. 그 후 학부 3, 4학년 동안 방학 때마다 추가적인 인턴십 교육을 받고 2017년 초,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임무를 수행했다.   

◆ ADD서 논문 2건 저널 게재···"연구 전반적 과정 익혔다"

오경훈 중위.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오경훈 중위.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
오 중위는 일반 군 복무 대신 과기전문사관을 선택한 이유로 자신의 특기를 손꼽았다. 오 중위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특기를 살려 군 복무 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 생각했다"며 "소총수나 포병으로 군 복무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과학지식과 국방 연구를 접목해 국가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과기전문사관이 됐다"고 당시 입장을 밝혔다.

오 중위는 ADD에서 군 복무 당시 Gpa(상압의 수십만 배) 이상 고압 환경에서 X선 회절이나 레이저 분광법을 통해 물질 구조적·탄성적 특성의 변화를 연구했다. 실험을 통해 학회 연구결과 발표와 논문 투고 등 물리학 연구의 전반적인 과정을 익혔다. 그 외에도 연구 수행에 필요한 행정업무부터 직접 필요한 장비 설계와 구매 등 실질적 업무를 도맡았다.

3년 2개월이란 군 복무 기간 중 오 중위는 2건의 논문을 게재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물리학과 학부만 마치고 ADD에 왔기에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가량의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이 Physica B에 게재허가를 받았고, 이어 학부 4학년 때 했던 실험으로 작성한 논문 또한 Applied Surface Science 저널에 게재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논문 다 1저자로 참여해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가장 기뻤다. 이러한 성과들을 인정받아 미국 대학원들에서 연달아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도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과기전문사관 제도를 통해 선발된 이공계 인재는 현역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 역량을 토대로 한 인재의 군 유입은 국가와 국방 과학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과기전문사관 통해 연구할 때 가장 행복하다 느껴···기초학문에 관심 부탁"

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제1기 과학기술전문사관. <사진=오경훈 중위 제공>

과학기술은 국방기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오 중위가 ADD에서 진행했던 다이아몬드 앤빌 셀을 이용한 고압 형성 기술은 초전도 실험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응용하고 있다. 최근엔 초고압 하에서 LaH10이 상온 초전도체에 가까운 임계온도를 보인다는(250 k) 보고가 네이처에 게재되기도 했다.

과기전문사관 군 복무 경험은 오 중위의 불확실한 미래를 선명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그는 "과기전문사관 복무 전엔 연구가 내 길이 맞는지 확신이 크지 않은 상태였는데 과기전문사관을 통해 연구할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차다는 것에 확신을 느꼈다"며 "연구를 하면서 실험을 설계·수행·분석하고 배경지식을 공부하는 동안 세상의 다른 복잡한 문제들은 잊고 오로지 물리학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또 그는 "다른 연구원들과의 협업을 슬기롭게 하는 것의 중요성과 여러 가지 장비를 셋업하고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이 붙어 향후 다른 연구를 하면서도 도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중위는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하고자 현재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외국의 새로운 연구 환경과 문화를 경험하고, ADD에서 레이저 분광학 실험을 위해 광학기구를 만져본 경험을 살려 대학원에 가서도 광학 분광을 통한 물질의 양자 상을 분류하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이유에서다. MIT 외에도 최고 수준의 미국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MIT를 가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MIT가 그가 전공하고자 하는 응집물질물리학(고체물리학) 연구에 최적화된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는 "응집물질물리학은 새로운 물질이나 소자를 개발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MIT엔 세계적인 단결정 합성·이차원 적층 소자 제작의 대거 교수님들이 많다"며 "근처에 있는 하버드대와의 협업도 매력적으로 느껴져 MIT 진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MIT 진학 후 극고속 시분해 광학 측정을 이용해 강상관 혹은 저차원 물질에서 발현되는 독특한 물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끝으로 그는 다른 연구분야에 비해 관심도가 적은 기초학문에 관해 한국 과학기술계에 이러한 소망을 남겼다.

"이제 막 학부와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라 아는 것이 많진 않지만, 소망이 있다면 앞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순수학문, 기초학문에도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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