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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 진단키트, 23조 LNG선 100척 수주 '나비효과'?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코로나 진단 시스템 SOS
바이오니아-가스공사-대기업 입체작전, 카타르에 우선 공급
카타르, "LNG 유조선 100척 한국에 6월 중 발주 예정"
코리아 ONE TEAM의 승리이자 K-바이오가 가져온 쾌거였다. 코로나19로 진단에 비상이 걸린 해외 고객 요청에 공기업과 대전 바이오 기업, 현지 진출한 대기업이 손발을 맞추며 난제를 해결했다. 그러자 LNG 선박 100척을 수주하겠다는 초대형 낭보가 전해졌다. 과학기술이 국가 먹거리와도 연계된다는 것을 알려준 생생한 사례로도 여겨진다.

진단장비 수출과 교육 인력 파견이 23조원 규모 LNG선 100척 수주라는 나비효과가 벌어진 무대는 카타르.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나라다. 카타르에도 어김없이 코로나19가 급습했다.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모색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방역 최우선 순위는 진단을 통해 환자를 가려내고 전선을 좁혀가는 방식. 그런데 주로 미국산 진단 장비는 미국 자체의 수요도 소화할 수 없을 뿐더러 생산 자체도 어려웠다.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르자 지난 3월 24일, 카타르는 한국에 SOS를 보냈다. 발신인은 사드 셰리다 알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QP·Qatar Petroleum) 회장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에너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카타르의 실세라 할 수 있다.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해달라."

수신자는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었다. 채 사장은 연락을 받자마자 움직였다. 수소문 끝에 진단키트뿐만 아닌 진단 장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련의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기업은 대전의 바이오니아 하나뿐이었다.

채 사장은 바로 다음 날 바이오니아 본사를 찾아 박한오 대표를 만났다. 채 사장은 박한오 대표에게 "카타르는 한국이 액화천연가스의 30% 이상을 수입하는 중요 파트너다. 꼭 필요한 장비와 키트를 공급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당시 바이오니아는 50개국과 공급계약을 확정한 상황이었으나, 박한오 대표는 카타르를 우선순위로 삼았다. 박한오 대표는 각 부서장을 불러 모으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하니 다른 곳보다 우선순위를 가지고 공급을 서두르자"고 독려했다.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열흘도 안돼 계약 체결, 곧바로 물품 공급과 교육까지 이뤄졌다. 코로나 진단장비 18대를 포함해 분자진단키트, 핵산추출시약 등을 공수했다. PCR 장비 특성상 전문 인력이 필요해, 현지로 인력까지 파견했다. 카타르 도하에 일주일가량 머무르며 병원 관계자들에게 진단 장비와 키트 사용법을 교육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 도하 지사는 커뮤니케이션을 도우며 한국의 우수함을 알리는데 일조했다.

바이오니아는 카타르와 4월 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실시간 RT-PCR 장비 특성상 전문 인력이 필요해 카타르에 인력을 파견해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바이오니아 제공>바이오니아는 카타르와 4월 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실시간 RT-PCR 장비 특성상 전문 인력이 필요해 카타르에 인력을 파견해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바이오니아 제공>

카타르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한국산 진단키트와 장비를 활용하며 방역에 도움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사진=바이오니아 제공>카타르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한국산 진단키트와 장비를 활용하며 방역에 도움을 받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사진=바이오니아 제공>

카타르는 5월 말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5만5262명에 다다랐다.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의료 현장에선 한국으로부터 코로나 진단 장비와 키트를 공급받으면서 방역에 도움이 돼 만족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급한 불이 꺼지자 카타르 측에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국에 SOS를 친 사드 셰리다 알카비 QP 회장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 현지 언론에 발표했다. 그는 카타르가 대규모로 추진하는 LNG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 조선사에 LNG 선박 100척을 6월 중 구입하겠다."

카타르는 오는 2027년까지 LNG 총생산량을 연간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카타르가 운용하는 LNG선은 70여척. 그보다 많은 숫자를 발주하고 이를 한국 측에 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카타르 간의 비즈니스 웨비나에서 밝힌 것으로 계약서 사인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침체에 빠진 국내 조선업계에는 낭보이다.

LNG선 100척 수주는 전례가 없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수주한 'LNG운반선'은 48척이다. 이번에 수주가 임박한 LNG선박은 그 두배에 이르는 수치다. 바이오니아가 카타르에 수출한 진단키트·장비의 액수는 50억원 정도. LNG 유조선 1백척 가격은 23조원. 과학기술이 왜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상징적 숫자라고도 할 수 있다.

진단키트·장비의 가격은 50억원이지만 사람들의 생명을 지킨다는 점에서는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이에 카타르는 한국이 선박 건조 능력도 있고 어려운 때 도와준 만큼 호혜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동 전문가는 "카타르는 의리를 중시하는 나라"라며 "앞으로 카타르와의 협력에 있어 우리도 이 부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진단장비-LNG 선박 100척 수주 나비효과 배경에는 준비된 실력이 있었다. 바이오니아는 코로나 표준 진단법인 실시간 RT-PCR(유전자증폭) 방식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국산화했다. 코로나 환자 진단은 검체에서 RNA(리보핵산)를 추출한 뒤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을 거친다. 바이오니아는 이 과정에 필요한 핵산 추출키트, 유전자 증폭키트, 진단장비를 모두 국산화해 의료 장비·인력이 부족한 국가들에 진단시스템을 통째로 보낼 수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개발한 결과물이다.

한국 조선의 실력도 세계 최고다. 플랜트 수출이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LNG선 등 선박 건조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그동안 실력은 있지만 주변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지난 4월 중국이 카타르로부터 LNG 선박 16척 수주를 따내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거기에 코로나 여파로 수주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5조2000억원 긴급자금 공급을 약속받을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현재의 낭보가 수주로 확정된다면, 중국 조선업계의 맹추격을 따돌릴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사드 셰리다 알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QP·Qatar Petroleum) 회장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중순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산 LNG 선박을 6월 중 발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측이 알카비 장관, 우측은 관련 기사. <사진=Qatar Petroleum, Saudi 24 News 갈무리>사드 셰리다 알카비(Saad Sherida Al-Kaabi)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QP·Qatar Petroleum) 회장 겸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중순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산 LNG 선박을 6월 중 발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측이 알카비 장관, 우측은 관련 기사. <사진=Qatar Petroleum, Saudi 24 News 갈무리>

◆ "국력, 무기로 겁주는 게 아니고 사람 살릴 기술"

대형 수주의 씨앗 역할을 한 박한오 대표는 "진단 분야와 치료제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지닌다면 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할 것"이라면서 "무기를 가지고 겁을 주는 게 국력이 아니고, 실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게 실질적인 국력"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가 분자진단 분야에서 키트와 장비를 국산화하는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박 대표는 "분자진단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적자를 내면서도 매년 100억원씩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면서 "쓸만한 장비를 개발하고 나서도 10년 이상 추가 투자하면서 진단장비와 키트를 고도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 기업은 R&D 투자가 꾸준하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돈을 쓰지 않으면 거둬들이는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국산화에 사활을 걸었던 배경은 감염병 사태 속에서 기술 주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감염병 위기에는 동맹도 없다는 건 여러 사례가 보여준다. 미국이 2009년 신종 플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우방인 호주에 백신 3500만 도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건 국민의 생명이 달린 긴박한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R&D 지속 투자해 치료제도 개발 목표, 기술 주권 확보" 

박 대표는 "신종 감염병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이러스 10마리를 증폭해 조기에 검출하는 분자진단밖에 없다"면서 "분자진단 분야에서 100% 국산화했고, 여기에 치료제 분야도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최근 인간 유래 세포주를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 억제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그동안 R&D 투자로 분자진단 장비를 국산화시킨 것처럼, 치료제 분야에서도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R&D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다. 

박 대표는 보건 의료산업이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기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바이오는 투자가 안 되면 성공할 수 없다. 신뢰가 무너지면 투자도 안 된다. 기업가들과 투자자와 신뢰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신약 개발하는 기업 중에서 대주주들이 신약 개발 전에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그런 사례로 인해 묵묵히 연구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신뢰를 잃는다. 리더는 마지막에 밥 먹는다고 하지 않나. 바이오가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바이오 생태계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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