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나라 곳간 바닥 '과학계 직격탄'···출연연, 수백억 못받아

정부 3·4·5월 각 연구원에 계획된 출연금 절반 이하로 지급
기관별로 적게는 90억, 많게는 300억 못받아 "임금체납 직전"
연구현장, 신규 예산집행 중단 양상···과기부 "방법 없다, 해법찾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출연금을 계획 대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300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출연금을 계획 대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300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나라 곳간이 바닥나면서 과학기술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이 지난 3월부터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출연금을 계획 대비 적게는 90억원 많게는 300억원 이상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로 출연금 비율이 달라 문제가 없는 기관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적은 연구원은 당장 임금체납 직전까지 문제가 번지고 있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각 연구기관에 지급되는 출연금이 3·4·5월 예산계획 대비 절반 이하로 지급됐다. 정부는 예산 계획에 따라 매달 연구원에 출연금을 지급한다. 연구원에서 출연금은 인건비, 경상비, 연구비를 집행하는데 쓰인다. 기관별로 예산 규모와 출연금 비율이 달라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연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의 지출 구조 조정'으로 모든 정부 기관들이 운영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출연금 지급 문제까지 겹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현장에선 '예산 삼중고'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통상 5월은 출연연이 내년도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상부 기관과 협의해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야 할 시기에 출연금 지급 지연 문제와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인해 올해 예산삭감 문제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A 기관의 경우 출연금 교부액이 지난 석 달간 평균 절반 정도만 지급되면서 연구 활동을 멈춰서야 할 판이다. 실제로 A 기관은 26일부터 내부 신규 예산집행을 모두 중지시켰다. 연구소 내부에서는 "정부 연구소로서 지출 구조를 줄여 고통 분담을 함께하는 건 당연하지만, 최소한 연구는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A 기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6월까지 지속될 경우 임금 체납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 기관은 지난 석 달간 절반 이상 출연금을 받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B 기관 관계자는 "이런 흐름이 몇 달 지속되면 상반기부터는 연구 용역을 주거나 연구 장비를 구입하는 각종 계약에 문제가 생겨 연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C, D, E, F 기관도 지난 3개월간 예산 교부계획 대비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300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 기관들은 출연금 미지급분을 연구과제 수주 예산이나 정부 수탁과제 예산으로 일종의 '돌려막기'하고 있다. 당장 기관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문제가 불거질 거라고 내다봤다.

일부 연구원은 기관 차원에서 대출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출연금 절반 이하 지급 처음" "과학계 고통 분담 동참 당연"

정부 입장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위해 과학계도 동참하자는 입장이다. 출연금은 지급만 지연되는 것일 뿐 30조원 안팎으로 편성될 3차 추경으로 출연금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 관계자들도 "코로나라는 비상 상황과 이로 인한 추경 편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과학계도 함께 고통 분담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14조2448억원을 풀었지만, 미래 대비를 위한 과학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당·정·청에서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코로나 해결에 첨병 역할을 할 과학기술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에서다. 오히려 매년 들어가는 기관 운영비를 축소하고, 기본 운영에 쓰이는 출연금조차 미지급되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출연연 예산기획 관계자는 "과학계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위해 재정 지출을 줄이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매년 정부가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라는 권고는 내려왔지만, 이번처럼 출연금을 절반 이하로 줄여 지급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구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성일 과기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국고에 돈이 없어 기획재정부에서도 집행 계획 대비 예산을 반도 못 주고 있는 것"이라며 "과학기술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부처가 겪고 있는 애로 상황으로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팀장은 "지금의 문제는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과 비슷하다"면서 "출연연 자체적으로 지출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총예산 대비 출연금 예산 비중. <이미지=유채민 인턴 기자>정부출연연구기관 총예산 대비 출연금 예산 비중. <이미지=유채민 인턴 기자>
김인한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