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시름하고 있는 요즘, 과연 우리는 말로만 생물다양성을 외친 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정확한 원인을 두고 국가 간 공방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건 바이러스의 변이와 확산, 대응에 인간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건 과연 인간뿐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과장인 가이 브로케(Guy Broucke)는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에 생물 다양성 개념은 지역적이어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동물과 식물, 삼림을 축복했다. 즉, 우리의 지평을 넘어 지구의 생물 다양성은 무한해 보였다"며 하지만 "오늘날 인류는 (코로나19와 같은) 이러한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고갈되었을 때 새롭게 발견될 대륙은 더 이상 없다"면서 "자연은 일부가 손상되면(degrading) 자연은 궁극적으로 전체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고 평했다. 

덧붙여 그는 동물성 질병의 위험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인류가 더 가깝게 살게 되면서 질병 전파의 위험이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적었다. 과학자들은 질병의 치료법이나 백신을 개발하는 데 생물다양성이 주요한 방법(toolbox)이라는 걸 알고 있다. 2019 글로벌 IPBES(정부 간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에 관한 플랫폼) 보고서에선 1백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가이 브로케는 "인류의 현재 '문명화' 모델은 식량 작물 다양성의 감소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면서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퇴화는 우리 자신의 탄력성을 감소시킨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각각의 종들은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간이 필요한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면서 '종간 사회적 거리두기' 개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쥐-천산갑-인류'는 그동안 너무 가깝게 지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 역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성명서을 발표했다. 그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기후 파괴, 물과 음식에 대한 접근권 보장,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 유행병 방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에 해답이 있다." '유엔'은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해 이같이 슬로건을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고려하는 '하나의 건강'을 제시한다.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세계보건기구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고려하는 '하나의 건강'을 제시한다.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 생물다양성의 퇴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 지구적 위협

생태적 위기는 이제 일상의 위협이 돼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일상이 되었고,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동식물에게 열악한 환경은 인수공통감염 등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더 많은 고기와 밀을, 더 신속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품종을 획일화하면서, 종이 갖고 있던 면역력은 저하됐다. 그 결과 외부 기생충에 의해 새로운 변이가 종의 장벽을 뛰어넘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돼지에게 돼지고기를, 소에게 소고기를 먹이며 사육한 결과 인류가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질병들이 나타났다.  

1980년대와 2000년대 사이에 1억 헥타르 이상의 열대림이 쓰러졌으며, 산업 시대가 시작된 이래 85% 이상의 습지가 파괴되었다. 이 사이에 인류는 새로운 병원균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다. 왜냐하면 원래 야생인, 인류가 거의 없는 고립된 곳에서만 질병들이 득실대고 있었는데 인류가 그곳에 더 가깝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특히 삼림 벌채로 인해 벌채 지역 끝에 있던 주민들은 야생 동물을 사냥해 감염된 고기를 도시로 보내기 시작했다. 정글에서 유래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류는 부끄럽게도 단지 유희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이국적인 야생종들을 사냥한다. 야생에 사는 희귀동물의 상품 거래는 도시에 새로운 질병을 불러온다. 2007년도에 이미 중국 관박쥐(horseshoe bats)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가 대거 포진한다는 예측이 있었다. 중국 남부의 이국적인 포유류를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이 바이러스들은 인류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매해 2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사냥된다. 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 중이며, 면역력 저하와 유전적 진화 잠재력이 감소한다.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매해 2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사냥된다. 이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 중이며, 면역력 저하와 유전적 진화 잠재력이 감소한다.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사진=브릭 제공(더 컨버세이션 발췌)>
새롭게 등장하는 무서운 질병들의 3분의 2 이상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대부분은 야생동물에서 비롯된다. 이국적인 동물들을 상품 거래하는 건 야생개체군에 심각한 압력을 가한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간주되는 천산갑 8종은 고기와 비늘을 위해서 밀렵된다. 매해 2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인간에 의해 죽게 된다. 인류는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자연생태계의 취약한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다. 코로나19에 직접 연관이 있는 건 식량 안보와 인수공통감염이다. 이국적인 종들을 상품 거래하며, 천연적이지 않은 사료를 동물들에게 먹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은 식량 생산 체계를 만든다. 이제 삼림 벌채와 이국적이고 멸종 위기인 동물의 상품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유전학적으로 보아도 개체 수가 줄어들면 진화 잠재력이 상실된다. 유전적 다양성이 보전되지 않으면, 근친교배 약세가 발생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종이 멸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을 향한다.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는 건 인류가 당장의 이익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류가 될 수는 없다.

◆ 김재호 대학지성 In&Out 과학전문기자는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 정보출처 :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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