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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R&D관리 일원화···'연구 자율환경' 제도로 뒷받침

[정책포커스]과학기술계 법안, 국회 본회의 연달아 통과
내년 1월부터 시행···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 일괄 감사
부처별·사업별로 다른 R&D 관리체계 통일, 특구 규제 특례
#1. 과학기술 분야 C 정부출연연구기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관에서 중복 실시하던 감사가 폐지됐다. 출연연 감사 일원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빈번하게 실시되던 감사가 줄어들어 연구 활동에 부담이 줄었다. [과기 출연기관법] 

#2. 2021년 5월. 바이오 연구자 A씨는 최근 행정 부담이 줄어들어 연구 몰입도가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구개발(R&D) 과제 내용은 비슷하지만, 사업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각기 다른 규정으로 혼동을 겪었다. '기획-공모-선정-과제협약-수행관리-평가'라는 일련의 R&D 프로세스가 부처별로 다르고, 단계별 세부 규정도 달라 행정 부담이 과중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280여 개에 달하던 부처·사업별 R&D 관리 체계가 일원화되면서 행정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R&D혁신법]

#3. 자율주행 드론을 활용해 건설안전 연구를 하는 B씨. 지난해까지 신기술이 접목된 드론을 실증하려면 지자체와 관계 부처를 찾아가 신청 양식을 일일이 작성했다. 그러나 B씨가 속한 연구개발특구는 2021년부터 신기술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R&D 실증에 대해선 규제 특례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기술 실증 빈도가 늘어나 연구 데이터가 늘어났다. 관련 내용이 담긴 연구 논문도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특구육성법]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과학기술계 주요 법안이 시행될 경우 기대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계 숙원 법안들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줄줄이 통과됐다. 대표적으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법 개정안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한국연구재단법 개정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 개정안이 있었다. 법안은 세부 시행력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출연연 감사 일원화 도입, 양날의 검"

이번에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법'(과기출연기관법)이 개정되면서 출연연 감사 일원화 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 현장 일각에선 개별 출연연 감사제도가 출연연 연구 윤리 위반이나 비위 행위를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기관 감사, 주무부처 감사, 감사원이 중복 감사를 실시해 연구 활동이 위축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감사 일원화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중점 추진해온 사항이다. 법안 개정 조항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실시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두어야 한다' '정부는 연구기관에 대하여 외부 감사의 부담을 경감하는 등 연구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감사제도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신설했다. 

또 기존에 있던 '연구기관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사 1명을 둘 수 있다'라는 조항을 삭제해 정권에 따라 인사권이 달라질 수 없게 명문화했다. 원광연 이사장은 "법률 개정안 통과로 출연연 특성에 맞는 감사 제도가 구축될 것"이라며 "이는 연구자들이 감사로 인해 연구 활동에 위축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과학기술계에선 의미 있는 법안이 대거 통과됐다"면서 "과학계 현장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 연구 부정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출연연 감사를 맡았던 한 인사는 "감사 부담을 줄여 현장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이지만, 잘 운영하면 순기능이 되고 못 하면 역기능이 될 것"이라면서 "연구회가 감사에 대한 전문성·체계성을 확보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했을 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D 관리 규정만 280여 개, 일원화·통일화···내년 1월 시행"

R&D 혁신법은 과기계 숙원이었다.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려면 R&D 사업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처·사업별로 관리 규정이 각기 달라 행정 부담이 많았다. 예컨대 바이오 연구자가 과기부, 복지부 R&D 과제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주제는 비슷하지만 행정 규정이 다른 경우다.

지난해 10월 기준 R&D 사업 추진 근거와 절차를 명시한 각종 규정만 286개(시행령, 시행규칙, 행정규칙 포함)에 달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 R&D 관리 규정을 일원화, 통일화시켜 연구 자율성·책임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법안 통과는 R&D 혁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남은 7개월 동안 연구 현장에서 실제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을 체계화해 세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기부를 포함한 범부처는 '국가연구개발사업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지금까지 부처·사업별로 흩어져 있던 ▲과제 지원 시스템 ▲연구자 정보 시스템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특구만큼은 규제 제로, 신기술 실증화 촉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발의한 '연구개발특구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연구개발특구 안에서만이라도 신기술 실증에 있어 규제 특례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이번 법률안 개정으로 생명과 안전에 위해 하거나 환경을 저해하는 경우만 제외하고, 누구든지 특구 내에서는 신기술을 시험하고 기술적 검증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상민 의원은 "과학기술계 주요 법안들이 대거 통과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성이 큰 법안이 연구개발특구 육성법"이라면서 "그동안 신기술을 실증화하는 단계에서 개별 규제가 많아 특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법안 통과로 연구개발특구만이라도 불필요한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연구재단법,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 등 기관 법안도 통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연구재단법도 일부 개정됐다. 해당 법안은 R&D 운영 효율화를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부처별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달라 규정이 달랐다. 이에 정부는 기존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3개 기관에서 운영하던 R&D 관리를 연구재단으로 단일화했다. 연구재단은 정관과 내부 규정을 개정해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을 부설기관으로 규정했으나, 기존 법상에서는 기관 설치 근거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상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국가연구개발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 운영의 투명성 제고와 전문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원화된 연구관리 전문기관은 연구 현장 중심 연구관리로 연구자 행정 편의성과 국가 R&D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도 일부 개정됐다. 입법 배경은 원자력 안전 규제 전문기관으로서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KINS 원장을 임명했으나, 앞으로는 원안위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세부 조항이 변한다. 또 KINS 임직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화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최성민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장은 "과학적·객관적 사실을 알리는 원자력 안전 활동 자체가 정치적인 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의견 개진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관련 법안들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연구 현장에서 오랫동안 피력해온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국회에도 힘을 모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연구 현장에서 오랫동안 피력해온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국회에도 힘을 모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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