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 '오아시스', "기성세대 빠지고 차세대 활약해야"

[인터뷰]이주한 기초지원연 대형연구시설기획단장
"건설세대와 이용세대 달라, 신진 관점에서 추진 필요"
"젊은 인재 유입위한 근무환경, 정주여건 마련도 필수"
2008년부터 추가 방사광가속기 건설의 필요성을 제안해 왔던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 단장. 그는 "방사광가속기는 완공까지 기획, 건설 등 8년정도 소요돼 이용 세대인 청년과학기술인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길애경 기자>2008년부터 추가 방사광가속기 건설의 필요성을 제안해 왔던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 단장. 그는 "방사광가속기는 완공까지 기획, 건설 등 8년정도 소요돼 이용 세대인 청년과학기술인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길애경 기자>

"방사광가속기 활용 주역은 다음 세대다. 젊은 인재들이 국내에서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진 인력이 가속기 건설부터 참여할 수 있을 때 인력 선순환이 이뤄지며 생태계도 활성화 된다."

방사광가속기 추가 건설 필요성을 제안해 왔던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 단장은 "방사광가속기 완공까지 수년이 걸려 건설 세대와 이용 세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고 건설해야 한다. 그러면서 인력양성과 생태계 형성도 함께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충북 청주 오창에 건립되는 방사광가속기는 다목적용이다.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는 학교와 연구기관 중심이었다면 오창 방사광가속기는 처음부터 기초연구와 산업계 활용을 염두에 두고 건립되는 것이다. 산업계를 위한 별도의 빔라인도 마련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포항가속기 이외에 추가 방사광가속기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40대(지금은 50대가 된) 연구진과 교수진이 미래 준비를 위한 방사광가속기 추가 건립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이온가속기 건설과 겹치면서 미뤄졌다. 지난해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 규제로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의 주요 소재 조달이 어렵게 되면서 추가 방사광가속기 건립도 급물살을 탔다.

이 단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이 일정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소재 몇개 규제에 관련 산업 전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지금부터 건립을 시작해도 기획 2년, 건설에 6년이 걸린다. 실제 가동까지 8년 정도 소요된다. 2008년에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사광가속기 부지 조건은 도로와 묘지(이번 부지에는 묘지가 다 있었음)가 없고 문화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송전탑이 지나서도 안된다. 또 지반이 단일암종으로 이뤄지고 단층이 지나면 안되는데 국내에 그런 부지가 많지 않다"면서 "평가진도 다양하게 고민을 거듭하며 가장 미래 지향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은 지난 14일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립이 본격 시작된 셈이다. 과기부는 조속한 건립을 위해 충청북도, 청주시와 21일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방사광가속기 가동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 미국, 일본, 중국 등 과학선진국들 가속기 건설 속도

"소재 강국 일본은 소형 가속기까지 포함하면 몇대인지 모를 정도다. 어림잡아도 20개가 넘는 것으로 안다. 포항가속기급의 가속기도 8개나 되고 센다이 지역에 위치한 도호쿠 대학 내에도 짓고 있어 22년 완공 예정이다."

이주한 단장은 "지진이 잦은 일본은 복구 프로그램 내에 과학시설을 건립이 포함돼 있다"면서 "리켄의 슈퍼컴퓨터, 도호쿠 대학 내 방사광가속기도 그런 차원인데 중요한 것은 산업체 지원이라는 점이다. 산업체 7, 학교와 연구기관 3 비율로 일본의 기초연구와 소재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 연구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일본의 연구문화는 도제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가속기 분야는 미래 세대를 위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젊은층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스웨덴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성능도 우수하다. 미국과 독일도 기존 폐기됐던 가속기를 다시 활용키로 하고 보강에 나섰다. 소재 등 기초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국이 방사광가속기 건립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며 각국 체제는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창에 들어설 방사광가속기는 '제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국내에 설치된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밝기(태양빛의 100억배)보다 100배 가량 고성능이다. 약 54만㎡(약 16만평) 부지에 국비 8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방사광가속기 원둘레는 800m, 빔 라인 개수는 40개로 예상된다(운영에 따라 60개도 가능, 초기에는 10개 정도 설치).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미세물질 분석에 최적화 돼 있다. 때문에 과학계와 산업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활용도가 클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지름 800m의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기초연구와 산업계에서 활용하게 된다.<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충북 청주(오창)에 들어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지름 800m의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기초연구와 산업계에서 활용하게 된다.<사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 단장은 "과학자 입장에서는 가장 높은 스펙인 6GeV(gigaelectron volt) 방사광가속기가 건립되면 좋겠지만 부지, 예산이 곱절 이상 필요하다. 세금을 쓰는 과학자로서 그런 부분도 고민 했다"면서 "4GeV 방사광가속기는 일반적으로 높은 에너지가 6GeV보다 조금 덜 나오지만 특정의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분석장비 대부분이 4GeV에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그래서 4GeV로 결정하고 예산을 확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포항가속기 완공 이후 25년만에 짓는 것으로 방사광가속기를 지을 인력도 많지 않은 편이다. 잘 지으려면 인력과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사광가속기 기술은 75%정도 국산화를 이뤘다. 해외 학자들과 교류하며 짓게되면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방사광가속기 통한 생태계 조성, 인력 양성 근무여건 개선 등 필요

"방사광가속기 산업계 활용 등 활성화를 위한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우리는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지 않으면서 빔라인 매니저 등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젊은층 인력이 많이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방사광가속기는 24시간 운영되고 대부분 도심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근무 환경, 정주 여건도 중요하다."

이주한 단장은 가속기 건설과 함께 인력양성, 정주여건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빔라인 하나에 매니저 2명과 연구 조원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충분한 인력 양성이 안되면서 기업 지원의 어려움도 있었다"면서 "이번 코로나19로 기업의 방사광가속기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관련 인력 양성이 시급하고 이를 위한 복지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 과학자들이 찾고 지역에 남게 된다"고 역설했다.

이 단장에 의하면 방사광가속기가 완공되면 기본적으로 300~400여명이 인력이 필요하다. 또 계약직과 박사 후 과정 인력 등 1000여명이 상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우리나라는 박사 인력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갈 곳이 부족해 우수 인력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젊고 우수한 브레인을 흡수하는 나라가 결국 이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면서 "과학베이스 유럽에 있었지만 과학자들이 미국 등으로 이동하면서 지금은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두뇌유출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에 유럽국가의 의료진 수급 부족도 그런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영국은 갈곳이 없더라. 그때 한국의 삼성에서 제안이 와 들어오게 됐다"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방사광가속기 완공 후 500~600여명이 매년 훈련받고 국내외로 채용되는데 우수 인재들이 남고 그들이 리더가 되면서 다음 세대를 양성하고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인력선순환이 안되면 과학기술 질도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의 차질없는 진행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속성을 요하는 기업을 위한 전용 빔라인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가속기는 운영비가 기본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때문에 전기세 등 연간 혜택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가속기의 투입대비 산출은 기대 이상이다. 삼성, LG, 하이닉스 등이 빔라인을 만들어 사용하고 일부분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코로나19 팩데믹으로 전세계의 산업이 마비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사태는 또 일어날 수 있다"면서 "방사광가속기는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 분석으로 치료제, 백신 개발을 앞당기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