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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下]최악 대유행 피하려면 '독감접종부터'

코로나, 인플루엔자 유행과 겹치면 최악 시나리오 전망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예비군처럼 병상, 의료인력 확보 필요"
"중환자 치료 컨트롤타워 마련되고, 비대면 진료 적극 도입돼야"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K-방역이 한국의 선진적인 의료제도·시스템을 알리며 국격을 드높이고 있다. 한국형 방역 근간은 전 국민이 저렴한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착된 건강보험제도, 사스(SARS)·메르스(MERS)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갖춰진 질병관리본부 체계, 우수 인력의 의료계 선택 현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초기 코로나 선방에 만족하지 말고, 진정한 시험대가 될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의료시스템을 지금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초기 축적된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것처럼, 지금이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한 의료 시스템을 축적할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 2차 유행과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칠 경우를 대비해 고위험군 우선 대상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중환자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면 진료 적극 도입, 병상·인력 확보 방안 마련, 중환자 치료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했다. 

◆ "코로나 2차 유행, 인플루엔자와 겹치면 최악···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필요"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비롯해 미국 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과 인플루엔자 독감 유행이 같은 시기에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플루엔자 환자는 전 세계 매년 10억명, 사망자는 65만명으로 추산된다. 치명률은 0.065%. 코로나 확진자는 12일 오전 기준(존스홉킨스대 통계) 416만명, 사망자는 28만5000여 명이다. 치명률은 7%에 육박한다. 전문가들 경고대로 유행이 겹칠 경우 의료 시스템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모란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전문위원회 위원장(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 2차 대유행과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겹치면 가장 위험한 삼각 파도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이라는 무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기 위원장은 코로나가 고령층과 기저질환 환자에게 치명적인 특성을 감안해 만성질환자를 우선으로 하는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 위원장은 "우선적 예방 접종 대상자는 폭발적 감염 위험을 보이는 집단과 치명률이 높은 기저질환자와 고령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 위원장은 만성질환자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위해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예방은 지원하지 않고 치료만 지원하고 있다"면서 "국내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은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 6개월에서 12세까지의 어린이로 한정돼 있어 가장 위험한 만성질환자 접종률은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한국에서 여전히 예방접종이 보험 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만성질환자가 예방 접종을 받아서 독감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이 줄어든다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백신을 생산하고 접종 대상과 사업 시행자를 선정하는 등 새로운 백신 정책을 도입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관련 법률 개정을 위해 오는 2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입법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인력과 병상 확충 필요···비대면 진료제도 손봐야"

손지웅 건양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과장은 "전국적으로 감염병 전문 병원이 없고, 대전의 경우 공공병원이 없다"면서 "2차 유행을 대비해 지금부터 병상과 의료 인력을 확보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 호흡기 의사들은 중환자 침상을 200% 이상 증가시켰다"면서 "국내에도 음압 병상이 더 확충돼야 하고 일반 환자와 중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과장은 의료진 보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2차 유행이 왔을 땐 개인 의원이 환자를 거부하거나 진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호장구를 제공해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병원도 비(非) 코로나 의료 서비스를 보존해야 하므로 수요 급증을 수용하기 위해 직원 관리 대책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손 과장은 "고연령층과 지병이 있는 환자를 위해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사망률, 중환자 진료로 결정···중환자 치료 컨트롤타워 마련돼야"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동 주최한 'COVID-19 2차 유행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재정비' 온라인 포럼에서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감염병 상시 대응 진료체제 마련 ▲취약시설에 대한 감염관리 강화 ▲비대면 진료 ▲중환자 컨트롤타워 필요성 ▲지역 의료·보건 역량 강화와 같은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증상 환자의 감염 전파로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역·권역별 감염병 전문 병원을 설립해 감염병 환자와 의심 환자를 전담,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 대한 감염관리 강화, 비대면 진료 도입, 의료장비·방역물품 비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코로나 치명률은 중환자 진료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감염과 재난 등 중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해 중환자 진료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감신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은 "코로나 확산 단계별 가용 병상 확보와 의료 자원 동원 방안,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인플루엔자 접종, 질병관리청 승격을 통한 지역 의료·보건 역량 강화 등 모든 계획을 지금부터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방역 모범국가라는 용기와 희망을 품는 건 바람직하지만 코로나 초기 확산 악몽을 잊으면 2차 유행을 대응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다"면서 "(앞으로) 후회가 없도록 의료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덕넷은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대덕넷은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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