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특별연설 "질본 '청' 승격해 전문성·독립성 강화"
질본 청 승격하려면 국회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절차 필요
정은경 본부장 "조직 핵심은 '사람'···좋은 전문인력 확충 중요"

보건복지부 산하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별도 독립기구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K-방역이 전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질본에 전문성과 독립성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 체계도 구축해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회가 동의한다면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를 도입하고,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겠다"면서 "전문가들이 올해 가을 또는 겨울로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매우 시급한 과제로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부탁한다"고 피력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소속기관인 질본이 별도 독립기구인 청으로 승격하려면 국회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 정부조직법은 국가 행정 기관의 설치, 조직과 직무 범위를 정하는 법률이다. 현재의 질병관리본부 체제는 지난 2003년 창궐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방역 평가보고회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효율적 대비가 요구되면서 2004년 국립보건원을 확대 개편해 만들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질본이 청 승격을 통한 전문성, 독립성 강화는 "질본 조직 특성상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0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질본이 청 승격을 통한 전문성, 독립성 강화는 "질본 조직 특성상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문 대통령이 질본의 청 승격을 공식화한 날 질본은 방역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태원 발(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전국으로 재확산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구체적으로 질병관리청 조직을 어떻게 만들지 세부적인 시행방안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청 승격과 관련해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질본의 청 독립을 통한 전문성·독립성 강화'와 관련해선, 정 본부장도 "질본 조직 특성상 아주 중요한 이슈"라고 답했다. 정 본부장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면 결국 핵심은 사람"이라며 "좋은 전문인력 확충과 전문인력들이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끔 시스템과 조직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질본 연구자는 "현재로서는 청 승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지만, 대통령께서 직접 청 승격을 언급해주셔서 연구자로서 힘이 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역당국이 발표한 코로나 국내 확진자는 34명이 늘어났다. 신규 확진자수로는 지난 4월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치다. 신규 확진자 34명 중 26명은 지역사회 감염 사례다. 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확진자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전국으로 퍼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3명, 경기 6명, 충북 2명, 제주 1명으로 확인됐다. 해외 유입 사례는 총 8명이다. 현재까지 총 누적 확진자는 1만 87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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