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김용훈 교수 연구팀 새로운 이론체계 개발해 성공
"외산 소프트웨어 대신 차세대 나노소자 전산 설계 원천기술"

KAIST 연구팀이 70년간 난제로 알려진 반도체 소자 동작 기원인 '준-페프미 준위' 분리 현상을 제1 원리적으로 해석하는데 성공했다.<사진= KAIST>
KAIST 연구팀이 70년간 난제로 알려진 반도체 소자 동작 기원인 '준-페프미 준위' 분리 현상을 제1 원리적으로 해석하는데 성공했다.<사진= KAIST>
70년 간 난제로 알려진 반도체 소자의 동작 기원인 준-페르미 준위 분리 현상 원리가 KAIST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앞으로 다양한 첨단 반도체 소자와 차세대 나노 소자 개발을 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총장 신성철)는 김용훈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 소자 동작의 기원인 '준-페르미 준위(quasi-Fermi level)' 분리 현상을 제1 원리적으로 해석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제1 원리적 방법이란 실험적 데이터나 경험적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지배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직접 푸는 양자역학적 물질 시뮬레이션 방법이다. 고체 물리학자였던 월터 콘(Walter Kohn) 교수가 제1 원리 계산의 이론체계를 확립했다.

준-페르미 준위는 1949년 처음 도입된 이후 반도체 소자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반도체 소자들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거나 성능을 결정하는데 경험적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압인가 시 반도체 소자 채널 내에서 측정하거나 계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론적으로도 전압이 인가된 비평형상태를 기술하는 표준 이론인 비평형 그린함수(NEGF) 방법론이 전자 점유도를 계산해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NEGF 방법론의 한계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개발하고  '다공간 제한탐색 밀도 범함수론(MS-DFT)'으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이론으로 절연성 분자(HDT)와 전도성 분자(HTDT) 기반의 분자소자를 수퍼컴퓨터를 활용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비평형 상태의 채널 내에서의 복잡한 준-페르미 준위 분포, 즉 전압 강하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도출했다. 특히 전도성이 강한 HTDT 기반 분자 소자의 경우에는 비대칭의 '란다우어 잔류 저항 쌍극자(Landauer residual-resistivity dipole)'가 유도되고 결과적으로 전압 강하가 비선형적으로 이루어짐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연구 성과로 외산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하고 있던 반도체 설계 분야 차세대 나노소자 전산 설계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나노 소자 개발을 위한 이론적 틀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훈 교수팀은 "연구팀이 다년간에 걸쳐 새로운 반도체 소자 제1원리 계산 이론을 확립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하면서 가능해졌다"면서 "다양한 첨단 반도체 소자의 분석, 차세대 나노 소자 개발을 위한 이론적 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주호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지난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용어설명
▲준-페르미 준위(quasi-Fermi level)
준-페르미 준위는 초기 반도체 이론을 정립하고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쇼클리(William B. Shockley)가 1949년 벨 연구소의 고체 물리 그룹을 이끌 때 도입한 개념이다. 반도체 소자는 외부 인가 전압이나 빛을 쪼이는 등 외부 요인으로 반도체의 전도 에너지띠(conduction band)나 원자 에너지띠(valence band)의 전자 점유도가 평형 상태에서 변해 비평형 상태에서 작동하게 된다. 이 때 반도체 소자의 기능이 발현되는 채널 내 과잉 전자 또는 정공 캐리어의 존재를 설명하는 이론 개념.

▲란다우어 잔류 저항 쌍극자(Landauer residual-resistivity dipole)
나노소자 이론을 정립한 저명한 물리학자였던 롤프 란다우어(Rolf Landauer)에 의해 제시된 개념. 전자가 소자 내 결함이나 계면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분극 저항을 지칭한다. 저항이 증가해 전자 투과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이 쌍극자의 분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분극이 존재하는 곳에서 전기화학 전위 또는 정전기 포텐셜이 국지적으로 떨어져서 전압 강하를 초래한다.  이번 연구는 란다우어 쌍극자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준-페르미 준위의 점유도 변화로 설명해 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