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별을 쳐다보면
가고 싶다

어두워야 빛나는
그 별에
셋방을 하나 얻고 싶다. <안도현의 '별'>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은 별을 포함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이유로 안도현 시인의 '별'로 시작해 본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바로 Cosmos, Universe, Space 등이다. 같은 것 같지만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우주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별을 바라보며 느낀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환호와 감격의 순간들이 함께 깃들어 있다. 시집인지 과학책인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별자리와 우주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은 우주의 전파를 관측한 자료로 음악을 만든 일, 어릴적 소행성을 탐색하던 기억, 외계인을 찾아나선 이야기 등을 시, 그림 등으로 묶었다. 우주를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도록 풀어쓴 것이 특징이다. 과학책을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저자 이명현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전파천문학자이다. 대중친화적으로 말하면 '별 헤는 사람'이다. 그게 더 잘 어울린다. 이정모 작가가 말했듯 "그는 별밖에 모르는 친구다. 그런데 그가 별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별에서 생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이명현의 별"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멋지다.

그는 '과학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별난 사람'이다. 과학 대중화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기며 살아왔다. 출발은 대학원생때다. 연구실로 초등학교 여자 아이 한 명이 들어와서 다짜고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조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작가는 이 당돌한 질문에 친절하고 교과서적인 증거들을 나열해 얘기해 줬지만 학생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납득시켜 달라고 조른다. 그가 천문학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꼈던 경험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게 됐다.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이 바로 우리 몸을 이루는 그 원소들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런 천문학자들의 자세한 설명보다 이런 시인의 시 한편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시인이야말로 별과 천문학자와  보통사람 우리들을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터이기 때문이 아닐까.(p 48)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의 소재는 당연히 별이다. 별은 곧 외로움이기도 하다. 이 작가가 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도 외로웠던 어린시절이다. 그는 별과 얘기를 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잊으려 했다.
이 작가는 1970년대 서울의 변두리, 답십리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소꿉장난을 하면서 놀았다.

하지만 해질 무렵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의 호출에 집에 가고나면 혼자 남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였던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지나야 했다. 그러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홀로 외롭게 별을 바라보다 별을 헤는 사람이 됐다. 이 작가의 아버지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쓴 이근후 정신과 의사이고, 어머니도 유명한 사회학자이다.

나는 '이명현의 별 헤는 밤'에서 천문대에 대해 얘기할 때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 작가는 천문대는 산꼭대기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천문대가 꼭 산꼭대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고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작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시내 한복판에도 작은 천문대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별이 보고 싶을 때 발 닿는 곳에 천문대가 있어 바로 달려가서 별을 볼 수 있는 도시를 소망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맞은편에는 대전시민천문대가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천문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유한 첫 번째 천문대로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도심지에 위치해 있어 누구나 쉽게 별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각해 보면 대전은 별 볼 일이 많은 도시다. 한국천문연구원도 대전에 있다.

평소 바쁘게 살아 '별 볼 일이 없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이명현의 별 헤는 밤'은 흥미진진하다. 다음 이야기는 퀴즈로 풀어보자.

"만약 화성에 가게 된다면 어떤 동물을 데리고 가야 할까?"

정답은 바로 닭이다. 과학자들은 강력하게 닭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닭은 화성 정착민이 먹을 단백질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달걀도 낳으니 금상첨화다. 우주선에 실을 땐 부화기에 달걀을 넣어가면 되니 부담도 없다. 애완동물 개와 고양이는 효용성이 떨이지고, 소는 너무 무겁고 자리를 많이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닭은 화성에 데리고 가기에 제격이다.

닭은 화성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데도 도움을 준다. 지구의 곡물을 화성의 토양에 적응시키려면 비료가 필요한데 과학자들은 닭똥이 최고의 천연비료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닭똥을 태우면 유기화합물의 열분해 작용으로 토양의 영양분이 풍부해진다. 남은 숯은 연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지구에서나 화성에서나 닭은 인류에게 가장 유익한 동물인 셈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도축된 닭은 660억 마리이다. 아뿔사! 지난 1주일 동안 나는 치킨을 두 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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