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사이언스코리아上] 대덕,K-사이언스 출발점
NIH 리켄 등 각국 연구소 '올스톱'···대덕단지 확진자 제로 '쌩쌩'
"쌓인 역량 기반으로 코로나19 해결사 역할, 과학 수출국으로"

전세계 과학계가 얼어붙었다. 연구실이 봉쇄됐다. 소통은 온라인으로 제한적이다. 실험은 불능상태. 사실상의 과학계 봉쇄(lockdown)이다. 전쟁에도 불이 켜지던 연구소가 불이 꺼진 것이다. 일부 코로나19 연구만 진행된다. 근대과학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덕연구단지는 상황이 다르다. KAIST와 출연연, 벤처기업 등등에서 확진자 한 명 없다. 연구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진단기업을 비롯해 출연연과 대학 등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세계에 대한 기여의 터닝 포인트로 삼자는 것이다. 50년 가깝게 쌓아온 역량을 코로나19 해결에 집중해 인류에 기여하고, 아울러 과학 수입국에서 과학 수출국으로의 전기(轉機)를 마련하자는 적극적 자세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대덕의 움직임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대덕, K-사이언스 출발점(上)-특별 인터뷰(中)-코로나 19 ‘대덕 어벤져스’(下) 순으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 해외 주요 연구소들 '사실상 연구기능 마비'

#1. 미국 최대 연구기관 국립보건원(NIH)이 문을 닫았다. NIH는 3월 23일 이래 비상대책 연구자(emergency crew)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내부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1916년 설립이래 1백여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2.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관(CSIRO)은 연구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자를 제외하면, 연구실 내 2인 이상이 모이는 연구 활동이 전면 금지됐다. CSIRO에서 근무하는 한인 연구자는 "개인 간 최소 4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실상 연구소가 셧다운 됐다"면서 "코로나 극복에 아무런 기여를 못해 한탄스러울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3.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연구소 17곳이 외부 방문 연구를 중단했으며, 하버드대를 포함해 다수의 대학들도 비필수적 전반의 연구를 완전히 금지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보기

#4. 일본은 RIKEN(이화학연구소)을 포함한 연구·교육기관이 셧다운에 돌입했다. 정부 차원에서 연구실 셧다운에 대비한 메뉴얼을 긴급하게 만들고, 연구실 미팅도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다.

#5.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이 연구소에 있는 세계 최대·최고 에너지 입자가속기 대형강입자충돌기(LHC)의 업그레이드 작업이 중단됐다. 코로나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연구인력의 출입을 금지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가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 이어 최근 일본까지 코로나19로 연구소가 폐쇄돼 거의 모든 연구 활동이 중단됐다. 이같은 상황은 언제 종료될지 예측이 힘든게 현실이다.

◆ 대덕 R&D-생산 활동 '풀 가동'···코로나 확진자 '제로'

세계 과학계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대덕은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요 연구소와 기업은 코로나 확진자가 제로다. 코로나 시국이 3달간 이어졌지만, 일부 연구소들이 재택근무를 시범 운용할 뿐 피해가 전무하다. 대덕특구내 정부 출연연과 민간연, KAIST, 벤처기업 등 종사자 5만 여 명이 정상 근무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나라 입장에서 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회의 등 비접촉 권고로 일부 기능이 제한되지만 대덕에서는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 거꾸로 코로나 치료제·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소 기능은 더욱 활성화되고 있고, 관련 벤처기업들은 24시간이 부족하다.

1992년 창업한 대덕 바이오 벤처 1호기업 바이오니아도 코로나 진단키트 시장의 폭발적 수요를 맞추기 위해 창사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체 신약개발 전문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 역시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항체 진단키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전 세계 40여 개 국에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솔젠트는 일분일초가 다급하다. 주당 진단키트 3000~4000개를 생산하는 현장은 직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왕성하다. 해외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서류 검토와 전화 대응에 여념이 없었다.

혈액 한 방울로 코로나 항체를 10분 만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한 수젠텍도 전 세계에서 다급하게 요청하는 물량 공급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을 정도다. 주당 50만 개씩 키트를 생산해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생산 라인 증설과 단기 생산직도 대폭 늘렸다.

진단키트 뿐만 아니라 코로나 증상 탐색을 위한 열영상 적외선 카메라촬영 영상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대덕의 벤처기업 아이쓰리시스템과, 토핀스 등도 갈수록 커지는 수요에 발맞추려 진땀을 빼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연구와 관련된 출연연 연구현장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연구자 80여 명은 분과별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치료제, 백신, 진단 분야에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분업하고 있다. 코로나 관련 연구소와 기업들과도 지속 협업 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과 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성능을 검증하려는 만반의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충북 오창에서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한 영장류 동물모델을 거의 완료했다. 5월부터는 신약개발 전문기업들을 도와 코로나 치료제·백신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국가수리과학연구소·안전성평가연구소 등도 코로나 대응에 나섰고, 나머지 연구소들도 각자의 영역에서 일조하고 있다.

◆ KAIST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덕의 역할' 찾아 나서

최근 KAIST도 코로나 극복 과학기술 기반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관련 연구 아이디어 50여 개가 모아졌고, 이를 묶은 추진 체계가 나왔다. 이른바 '과학기술 뉴딜' 정책이다. 전쟁 대비를 위해 군대가 존재하듯, 감염병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군(軍)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른 아닌 협업이다. 그동안 대덕의 구성원들은 모여 있음에도 협업 보다는 개별연구에 익숙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이들을 모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과 전략, 접근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대덕특구의 산·학·연·병·관 협의체가 논의되고 있다. 각자 따로 연구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지각 변동이 일어났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만큼 서로 지혜를 모아 함께 대처하자는 배경에서 만나서 협력하자는 것이다.

협의체 추진의 실무를 맡고 배충식 KAIST 공과대학장은 "시대와 상황이 협업을 통한 가치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세계를 바라보며 협력하고, 인류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산학연병관 모두 시각과 호흡이 다른 만큼 소통을 통해 상호 보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를 반영해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서경훈 이앤에스헬스케어 대표는 "기업·대학·연구소·병원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한 목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대덕만이 지닌 특색"이라며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복철 대덕연구개발특구 기관장협의회장은 "대덕특구만큼 세계적 인프라와 우수 인력이 갖춰진 곳이 많지 않다"며 "과학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전기로 삼자"고 강조했다.

코로나 확진자 '제로'인 대덕이 세계에 실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 확진자 '제로'인 대덕이 세계에 실력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