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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혁신의 심장으로 변신한 영국도서관

글 :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대덕의 '지식과 정보' 프로젝트 기대
전통적으로 '도서관'의 이미지는 정적이고 학구적이며 창업이나 특허와 같은 상업적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이미지를 떨치고 혁신의 심장으로 도전하는 도서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도서관 중 하나인 국립 영국 도서관(British Library, 이하 BL)이다. 

BL은 250년 역사를 자랑하며 1억 5천여만 건에 이르는 서적, 논문, 특허, 녹음자료, 사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지난 3월 BL은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비즈니스·지식재산 센터(Business & IP Centre, BIPC)'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1300만 파운드(한화 약 2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 2006년 BL과 런던개발청의 공동 프로젝트로 출범

런던에 있는 BL은 2005년 혁신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도서관이 해야 할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 창업과 새로운 비즈니스는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야 하며 이러한 지식을 공급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도서관이 해야 할 임무로 보았다. 

BL은 새로운 임무 수행을 위한 조직으로 BIPC를 설립했다. BL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런던의 경제·사회 개발 정책을 담당하는 런던개발청(London Development Agency)은 예산을 지원하고 BIPC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런던개발청의 지원으로 BIPC의 업무에는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전문가 상담,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 개최 등도 포함되었다. BIPC가 2006년 출범 당시 BL과 런던개발청은 '중소벤처기업 육성・지원책의 우수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 2010년 중간점검, 3200만 파운드의 매출과 550만 파운드의 납세

BL의 BIPC는 2010년 2월, 2007년 4월~2009년 3월까지 2년간의 활동실적을 발표했다. 2006년 3월에 개설한 센터는 런던개발청에서 340만 파운드(한화 현재가치 약 51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BL의 건물 내에 중소기업, 기업가, 발명가 등을 대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BL이 소장하는 자료, 시장조사, 회사정보, 특허 정보 등을 제공함과 아울러 전문가 초청 상담회, 워크숍 등도 개최했다.
 
BIPC의 이용 고객은 25세에서 34세가 35%, 35세에서 44세가 27%를 차지했다. 이용자의 49%는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 39%는 이미 사업을 개시하고 있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분야별로 보면 '창작・아이디어・출판'이 22%로 가장 많았으며 BIPC는 이 분야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IPC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이디어 착상에서 구체화, 시장 출시까지 단계별로 이뤄졌다. 2년간 7만 명 이상이 센터를 이용했으며 워크숍 950회, 개별 상담 750회가 개최되었다. 성공한 기업가를 초빙한 강연회, 지식재산 입문 강좌도 개설됐다. 

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해 829개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조됐고 이들 비즈니스는 3200만 파운드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로 인한 세금 납부 금액은 550만 파운드에 달했다. 보고서 발표 일주일 후, 영국 통신기업인 브리티시 텔레콤과 구글 등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BL은 런던 경제가 활력을 찾는데 BIPC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모델을 영국 전역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 2012년, 6개 도시로 BIPC 프로그램 확대

2011년 2월 BL은 'British Library's Strategy 2011~2015'를 발표하고 '후속 세대를 위한 정보 접근성 보장'을 비전으로 책정했다. 이 전략계획에 따라 이듬해 11월 BL과 지식재산청, 그리고 6개의 주요 도시에 있는 공공도서관이 기업가를 위한 네트워크 결성에 합의했다. 이 합의에 나선 도시는 버밍엄, 리즈, 리버풀, 맨체스터, 뉴캐슬 등이었다. 이후 뉴캐슬이 첫 번째, 다음은 리즈시의 등의 순서로 도서관에 BIPC 설립이 이어졌다.

2015년 1월 BL은 '살아 있는 지식: 영국도서관 2015~2023(Living Knowledge: The British Library 2015~2023)'을 발표, 지식의 공공적 가치를 살리면서 인류의 지식재산을 어떻게 혁신에 활용할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다듬었다. 2020년 현재 영국의 BIPC는 13개 지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영국 정부는 2023년까지 20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BIPC 프로젝트

최근 BL은 2016~2018년 사이의 경제적 효과를 다시 한번 분석했다. BIPC는 1만2000개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조되는 것을 도왔고 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공헌했다. 재정관점에서는 매 1파운드의 공공 지출로 6.95파운드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켰다.

BIPC는 창업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힘을 보탰다. BIPC 프로젝트 지원을 받은 기업은 창업 3년 이후 생존율이 90%로 영국 전체 평균 60%보다 30% 포인트나 높았다. 창업에 취약한 계층에도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IPC 지원을 받고 창업한 기업가 중 55%가 여성으로 영국 전체의 20%보다 무려 35% 포인트나 웃돌았다.
    
◆ 대덕의 '지식과 정보' 프로젝트 기대

 영국 BIPC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식과 정보'의 제공이다. BL은 과학 논문, 서적, 특허, 시장자료 등 도서관에 묻혀 있는 '지식'을 창업과 혁신의 원재료로 다시 창조해 냈다. 250년 전 산업 혁명을 일으킨 제임스 와트의 후손다운 발상이다. 글래스고 대학의 직공이었든 와트는 새로운 증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대학이 보유한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문헌을 참조했다. 

대전에는 대학, 연구소, 기업이 밀집한 대덕 특구가 있다. 지식을 창조하기에도 좋지만 활용하기에도 여건이 좋다. 대전시와 대덕 연구개발 특구가 대덕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기술창업의 재료로 활용해 보길 기대한다.

◆ 기고자 약력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사진=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제공>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사진=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제공>
필자는 대전에서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기업의 혁신전략, 지역 생태계, 산업 혁명과 기술혁신, 제도와 기업가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신산업과 지식정보혁명(2001, 공저)', '지식재산 전쟁(삼성경제연구소, 2005, 단독)', '기업 간 추격의 경제학(2008, 공저)'등이 있다. 필자와 교신하고 싶은 사람은 ipnomics@hanmail.net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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