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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재단 3쪽 vs 과기부 100쪽···경쟁력의 차이?

[업그레이드 사이언스 코리아②]코로나 긴급 과제 제안서 분량
과기부, 규제‧절차 따지고 축적은 '실종'···현장과는 엇박자
대덕넷의 제안 2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장 지향 행정을 펼쳐라
김요셉, 김인한, 김지영 기자 joesmy@HelloDD.com 입력 : 2020.04.06|수정 : 2020.04.21

빌게이츠가 후원해 추진중인 감염병 R&D펀드 RIGHT 프로젝트.<연구제안 템플렛 이미지 = 대덕넷>빌게이츠가 후원해 추진중인 감염병 R&D펀드 RIGHT 프로젝트.<연구제안 템플렛 이미지 = 대덕넷>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한국정부, 국내 5개 생명과학기업(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과 함께 공동 출자한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드가 최근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 R&D 과제를 공모했다. 올해 3월 신설된 기술가속연구비(Technical Accelerator Award) 공모 프로젝트다. 라이트펀드는 공모를 통해 코로나19 등이 포함된 감염병 연구과제를 선발해 1년 이내 최대 5억원의 연구 기금을 투자한다. 라이트펀드는 국제보건을 위협하는 감염병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이고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기금으로, 현재 치료제나 백신·진단 기술이 없거나 개도국 지원 목적의 개선이 필요한 감염병에 대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펀드의 연구 제안서 양식이다. 단 3페이지다. 신청 요약문과 과제 세부사항만 쓴다. 이외에는 예산-지적재산권-글로벌 정책과 관련한 '동의서'가 전부다. 과제 세부사항을 기록하는 부문은 프로젝트 배경(500단어 제한), 제안 세부 정보(1000단어 제한), 프로젝트 성공시 미래 개발계획(300단어 제한) 등 단어수를 제한했다. 단어수를 제한하다보니 내용을 기재해도 10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관련 긴급R&D사업 공모가 있었다. 우리는 몇 페이지 정도일까? 결론을 말하면 100페이지 가량이다. 어디가 더 경쟁력이 있고 실질적 성과가 있을까?
 
우리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도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 신규과제 공모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진행됐다. 지난 2월 14일 공고된 총괄과제 연구제안서 양식에는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비롯해 연구개발 목표, 연구개발 내용, 방법, 추진체계 및 추진일정, 연구개발 결과의 활용 방안 및 기대효과, 연구수행 역량, 연구개발비 명세, 연구에 활용 예정인 주요 장비 현황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제안서 기본 양식만 분량이 40페이지다. 세부과제의 경우 46페이지다.
 
연구개발계획서는 우리도 분량 제한이 있다. 과제 규모에 따라 분량에 맞춰 작성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연간 5억원 미만의 정부출연금 총괄과제 계획서 분량은 30페이지 이내이다. 5~20억원 미만은 35페이지 이내. 20억원 이상은 분량 제한이 없다. 이에따라 더 실하게 보이려 제안자들은 더 많이 쓰려는 분위기이다. 이전에 비하면 분량 제한 조치는 현장에서 그나마 좋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글로벌 연구제안서 수준에는 아직 멀었다.
 
이번 코로나 R&D과제에 참여한 L기업 대표는 "과기부는 절차와 규정이 강조돼 긴급 과제 제안임에도 직원들이 3일 밤을 샜다"며 "긴급성에도 불구하고 분량도 많고, 선정되고 연구비 수령까지 한 달이 걸리는 절차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규정만 강조하고 위기 비상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과기부도 이번 코로나 긴급 사태를 인지하고 과제제안서와 공고기간을 대폭 단축시켜려 했지만, 타부처와 협의과정에서 결국 규정과 절차가 강조돼 기존 관행처럼 과제공모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출연연의 A 연구자는 "과기부의 연구과제 제안서는 보통 100페이지 쓰는데 3일이 걸리고, 해외 과제 기획안은 3페이지 쓰는데 3개월 6개월 고민해 움직인다"며 "규정과 절차 등 형식이 강조되는 현재의 틀을 내실있게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현장과 괴리된 과제기획의 한계‧‧‧"연구행정 프로세스 전반의 개혁 필요"
 
"코로나 관련 긴급R&D과제 공모중 신속진단키트 개발은 치명적 실수다. 과제 공고가 나고 바로 다음날 국내 진단기업에서 이미 진단키트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현장을 잘 몰라서 벌어진 웃픈 현실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약물 재창출과 관련해 과기부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를 지원한 것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약물 재창출이 성공하면 결국 우리 정부가 거대 외국기업의 돈을 벌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초기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과기부의 긴급R&D사업 조치에 대한 현장 반응이다. 현장 과학자들은 이번 과기부 긴급R&D공모에 두가지 큰 패착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이미 바이오 진단기업에서 역량을 확보한 신속 진단키트 분야를 공모한 것과 치료제 약물 재창출 지원대상에 외국 연구소를 지원한 경우다.
 
과기부의 어떤 과제이건 기획-공모-선정평가-중간평가-최종평가 등 정해진 단계로 구분돼 추진된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연구현장에서는 이러한 과기부의 과제 진행과정에서 각각의 단계가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체 R&D수행 메커니즘 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중돼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회문제해결이나 응용분야의 R&D기획은 현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과제선정 평가도 비전문가에 의해 평가받는다고 지적한다. 자연 평가받는 연구자도 평가자도 결과에 떨떠름하다. 평가의 추적관리는 더더욱 이뤄지지 못한다. 과제가 끝나면 평가 뒤 후속 연구에 의견이 반영되거나 조율되는 피드백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다. 과제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평가위원들 의견에 대해서는 항상 '앞으로의 충분히 반영되도록 고려하겠다'는 공허한 약속만 되풀이 된다.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등장했던 수많은 연구개발 성과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배경이다.
 
사실 이번 코로나 R&D 긴급공모는 과기부 입장에서 유례없이 신속히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사태가 터지자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복지부-행안부와 함께 코로나19 긴급대응 50억원(과기부 35억원+행안부 15억원)을 집행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선정된 긴급과제 결과물이 방역당국인 보건복지부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이틀에 한 번꼴로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는 등 부처간 협력을 추진했다. 긴급과제를 함께 기획한 연구자는 "고생하는게 안쓰러울 정도로 공무원들도 애쓰고 있다"며 고충을 이해한다.
 
문제는 R&D기획과 현장간 엇박자다. 신속진단키트만 해도 기업이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 산업현장의 기술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지 못한 결과 나온 패착인 셈이다. 긴급과제 상세 연구기획에는 질병관리본부‧의료계‧학회 관계자가 참여했지만, 현장 기업인은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개발은 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젠텍, SD바이오센서, 피씨엘, 휴마시스 등은 이미 항체 기반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중이다. 혈액 한방울로 10여분만에 신속진단도 가능한 상황이다.
 
코로나 진단키트 전문기업 A 대표는 "과기부가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공모하는데, 기초연구도 아니고 산업화를 위한 연구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술적인 차별화만 됐다면 고감도 신속진단법 개발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기부가 목표한 고감도 신속진단법은 이미 시장에 있고, 연구 결과물도 1년 뒤에 나와 변화 추이를 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단기업 B 간부는 "메르스(MERS) 당시에도 진단 관련 연구개발이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연구 축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사업도 그런 과정을 밟을 것 같다"고 평했다.
 
한 과학기술 연구기획‧정책 전문가는 "국내 응용R&D 분야 과기부 과제기획의 근본적 문제는 현장과 괴리된 것"이라며 "연구자들과 과기부 모두 산업현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과제를 기획한다. 사전 특허분석과 시장동향 파악 등을 위해서라도 평소 산업계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감염병은 군대가 싸우듯 대응해야‧‧‧비상시 유연한 체계가동 '콘트롤타워' 절실
 
코로나19사태로 국가 비상상황인 가운데 각계에서 과학기술 콘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진단 ▲예방(백신)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신속하게 모아야 하는 상황에 연구를 통제하고 조율할 야전 지휘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두 번의 감염병예방관리기본계획을 발표해 왔다. (2013~2017 1차, 2018~2022년 2차) 8개 정부출연연기관이 참여하는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을 선정해 지원했고, 생명공학연구원에 감염병연구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연간 수십억 예산 지원을 통해 바이러스 진단, 예방, 치료, 확산방지까지 수년간 연구하며 얻은 기술들이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엮고 보건의료계와 산업계 등과 소통할 지휘부가 보이지 않는다.
 
콘트롤타워 부재는 연구현장을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출연연 한 과학자는 "필요한 우선 과제들이 선정돼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고 과학자팀을 꾸려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런 역할을 해줄 사령탑이 없다. 과기부, 과기혁신본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모두 달라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신종 감염병이 몇 년 간격으로 나타나며 '전문가집단이 모인 신종 전염병 R&D 콘트롤타워 구축'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 중심 대통령 직할 국가감염병관리를 콘트롤타워를 신설하거나 과기부 내 감염병연구과 신설 등 전문가로 구성된 감염병 R&D대응을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질본이 코로나19 대응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은것처럼, 과학기술계는 R&D기반 콘트롤타워를 구축해 신종감염병 예측, 예방, 치료제 개발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바이러스 연구전문 A 과학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바이러스 연구는 또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감염병 R&D는 군대 존재 이유와 같다. 전쟁이 나지 않아도 군부대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R&D도 미리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대덕넷의 제안 ②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장 지향 행정을 펼쳐라

   <3대 세부 제안>
 1. 과기부에 감염병연구과 만들고, 과장은 전문가 배치. 축적의 시스템 구축.
 2. 연구 프로세스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연구현장과 끊임 없이 소통.
 3. 연구의 끝단인 시장을 알기 위해 산업현장과 긴밀히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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