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백홍렬 에티오피아 아다마대 교수
"코로나19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백홍열 에티오피아 아다마대 교수.
백홍열 에티오피아 아다마대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난리다. 처음엔 중국만 상황이 심각하더니 어느새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유럽은 물론 미국까지 코로나19의 감염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지금은 한동안 환자가 없었던 아프리카까지 번지고 있다. 필자가 있는 에티오피아도 공식적인 확진지 수는 20명 수준이지만, 여기 진단능력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가 몇 명인지 아무도 모를 수 있다. 무엇보다 물 등 위생 문제가 늘 열악한 곳으로 지역 확산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현재 여기는 모든 학교와 대부분의 기관이 문을 닫았고 국경도 폐쇄됐다. 버스, 바자지(삼발이 택시) 등 모든 대중교통운행도 중지 됐다. 걸어서 길을 가도 서로 2m 이상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는 모두 집에서 갇혀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코로나19로 온 인류가 그 동안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세상으로 갑자기 떠밀려 들어가게 된 것 같다.

특히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바이러스 확인을 위한 유전자 증폭장치는 물론 음압병상이나, 산소치료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의료시설마저 극히 열악하다. 증상이 있어 어디론가 강제 격리되면 살아 남기만 기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에 와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사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될 것 같다.

그러나 바이러스 등 질병과의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수십 억년 지구의 생명진화 과정에서 고등 생명체들에게 가장 큰 진화의 압력은 포식자와의 생존경쟁이 아니라 병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고 한다. 실제 고등 생명체에서 암수로 성이 생기게 된 것도 빠르게 변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제 와서 우리 인류에게 감염병 문제가 갑자기 심각하게 다가온 것일까? 그것은 20세기를 거치며 교통의 발달과 세계화로 전 인류가 이제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여 졌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새로운 감영병이 나타나도 국지적인 문제로 진행되었고, 또 최악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의 문제로만 국한돼 결말이 났다. 역사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여러 문명들이 이유 없이 사라진 것도 많은 경우 새로운 감영병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에서 보듯 이제 온 세계가 하나로 된 지금 새로운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하루 이틀이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전 인류의 멸종까지 초래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아웃브레이크나 컨테이전 등 영화에서나 보았던 일 들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실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감염속도는 빠르지만 기저질환이 없으면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만 대처한다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결국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지난 몇 년간 주기적으로 찾아왔던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까지 최근 일어난 국제적인 감영병 사태를 보면, 앞으로 어떤 신종 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의 일상은 물론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모두 협력해 이에 대한 준비를 못한다면 조만간 다가올 결과는 자명하다.

이제는 우리 인류가 서로 싸우는 전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같이 준비하고 협력할 때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최전선에는 과학자들이 설 수 밖에 없다.

또한 앞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개발과 병행해 공공의료 체계의 대대적인 확충이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그 나라 공공의료 체계의 수준과 역량이 감염병으로 인한 희생자의 수를 결정하게 된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전 국민에 대한 국가의료보험으로 공공의료 체계가 잘 구축돼 있고, 체계적인 방역활동과 의료진들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희생자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절대 정치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나아가 국가 이익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는 우리의 삶과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온 세계가 같이 단합해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만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삶과 문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백홍열 에티오피아 아다마(Adama)대 교수는
ADD 연구원을 거쳐 199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제7대 항우연 원장을 지냈다. 제20대 ADD 소장을 역임했다. 2015년 9월부터 아다마 대학 교수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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