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과실연 명예대표)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지난 13일 교수신문에 '새로운 대학으로의 진화'를 주제로 기고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대학의 모습과, 변화해야만하는 대학과 우리 미래를 진단했다. 전문을 하단에 싣는다.

매년 3월이면, 2월말 졸업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입학식 그리고 강의실에서의 설레는 첫 만남, 여기 저기 모임에서의 밝고 활기찬 대화들, 식당에서의 시끌벅적함, 도서관 안의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들, 개나리, 목련, 진달래, 철쭉으로 이어지는 봄의 향기 등, 수십 년간 당연히 마주해왔던 일상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이를 절감케 하는 2020년 봄이다.
 
작년 12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나타난 후, 우리나라는 1월 하순부터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대학가는 졸업식, 입학식 취소로 대응하며, 3월 이 시점은 2주 개강연기, 2주 이상의 온라인 강의 형태로 1학기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학 본부는 중국 등에서의 유학생 관리 등 '확진자 0' 유지를 위해 하루하루 초긴장이다.
 
모두가 초유의 극단적 사태를 맞이하다보니, 교육부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왔다. 2월 초에는 정부 자체가 '섣부른 낙관론'을 폈고, 2월 하순 교육부는 졸업식, 입학식 등을 추진해도 된다고 했다가, 바로 번복하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교육부는 중국 유학생 관리, 엄격히 규제해오던 온라인 교육의 전면 시행 등을 갑자기 대학에 기대하니, 대학본부와 교수들은 난감하고 큰 부담이다.
 
현재 전국의 국민들은 하루하루 불안과 긴장 가운데 스스로 '자가 격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의 급박한 상황을 보고 달려간 은퇴한 60대 의사, 75명의 초임 간호장교 등을 포함한 의료진들은 방호복을 입고 최전선에서 눈물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등 전담기관 및 관련 봉사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물론 지구촌 모두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유학생 격리 관련 시스템 및 시설 운영 그리고 전체 강좌의 1%도 안 되었던 온라인 강의를 갑자기 100% 운영하려니, 실험실습, 교육의 질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재정투자도 큰 부담이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대학은 자체 문제해결로 '할 일을 다 하는 것인가?'
 
코로나 19는 과학기술과 더불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의 국가 차원의 통합적 협력이 필요하다. 이 바이러스 문제는 본질적으로 과학 영역이며, 사회적 과제이기에 사회과학의 영역이며, 삶, 불안, 스트레스 및 종교 문제도 개입되기에 인문학의 영역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은 국민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부는 대학에 5년 단위의 정책에 잘 따르기만을 요구했고, 사회는 대학에 해외 평가순위를 요구했고, 대학은 이러한 요구에 잘 부응하며 '좋은 대학'으로 인정받기에 만족했다. 대입 정시 비율, 반값 등록금, 좋은 저널, 논문 피인용수, QS 평가순위 등이 오늘의 이 위기 상황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코로나 19라는 팬대믹이 지난 후, 지구촌에 새로운 진화가 시작될 것 같다. 4차산업혁명, AI, 로봇 시대와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질병, 재난, 미세먼지, 기후변화, 물, 식량, 에너지, 환경, 인구 등 심각해지기만 하는 인류적 과제들에 대한 지구촌의 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면'에 기반을 둔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시대와 사회는 대학에도 새로운 진화를 요구할 것이다. 단순한 취업 준비, 개인 평가 중심의 파편적 논문과 실적을 넘어, 실질적으로 사회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협업적 태도와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인재 양성도, 관심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을 키우며,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한다. 또한 '대면'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비대면' 비전통적 교육생태계로의 급격한 전환도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 당장 대학 지키기도 버겁지만, 새로운 진화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각 대학의 생존방식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학의 본질적 사명과 역할을 새롭게 찾는 일이며, 수월성에 영혼을, 대학에 삶의 의미를 담는 일이다. 이는 또한 미래에도 '평범한 우리 일상의 축복'을 지켜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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