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⑪]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하면서 얻는 기쁨, 예술과 같다"
바이러스 연구 주제, PCR 장치 구비···즉각 코로나 연구 착수

IBS(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연구단은 최근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IBS(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연구단은 최근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전 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과학기술의 힘이 절실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탄 개발을 위해 과학자 13만명이 참여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동원되어야 한다는 논평이 실리기도 했다.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도 코로나19 해법 모색에 열중이다. 아론 첸(Alon Chen) 연구소장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세계는 지금 과학자들이 이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미래의 위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희망·신뢰를 가지고 과학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연구소 구성원들은 이미 테스트·진단·치료·백신 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초과학의 목적은 뭘까. 기초과학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기초과학자들이 단기간에 이뤄내기 어려운 주제를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장기적 연구의 목적은 미래 대비에 있고, 그 연구는 결국 국민과 인류에 기여하는 지향점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과학에 대한 지속적 발신은 기초과학의 필요성을 국민으로부터 담보한다. 

이창준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이 코로나19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이 단장은 최근 코로나19를 검출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그는 다년간 연구용 바이러스를 연구해왔고, 지난 2월 말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과학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찾았다고 한다. 기존에 바이러스 연구를 지속했고,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장치도 있는 만큼 즉각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 단장은 코로나19사태 속 기초과학자 역할론에 대해 "과학자가 판단할 자유"라고 했다. 연구 주제에 따라 현안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초과학을 지속하는 연구자도 필요하고, 신종 감염병이 인류의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과학자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창준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은 연구를 예술과 빗댄다. 기초과학 연구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해보는 창의 활동이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예술과도 같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창준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은 연구를 예술과 빗댄다. 기초과학 연구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해보는 창의 활동이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예술과도 같다고 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그러면서 이 단장은 "거의 전시 상태인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할 것이냐' '내가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너무나도 잘 아는 주제인 걸 확인하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과학자로서 조금이라도 기여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고 했다.

이같이 유연한 사고방식만큼 그의 스타일과 연구 철학은 남다르다. 장발의 곱슬머리는 아인슈타인을 연상케 한다. 이 단장은 "파마를 하면 머리를 조금만 만져도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편한 만큼 연구에도 열중할 수 있다"고 웃었다. 

그는 연구를 예술과 빗댄다. 기초과학 연구는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해보는 창의 활동이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예술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너희는 예술가들이나 마찬가지고, 그 기쁨을 느껴보라'고 한다"면서 "아무도 안 해본 영역을 도전해서 결과가 나왔을 때 기쁨은 엄청나다. 논문 쓰는 것도 상당한 창의적 활동이다. 그래서 저는 기초과학은 거의 예술이라고 한다"고 했다. 

◆ "감염성 있는 바이러스 연구 여력 안 됐지만···세계가 필요한 연구"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연구원들은 백그라운드가 다양하다. 이 단장은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신경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로 바이러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연구원들도 생물과학, 뇌과학 전공자들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뛰어든 연구원은 이 단장 포함 5명이다. 연구원들은 "감염성 있는 바이러스까지 연구할 여력은 안 됐지만, 원헬스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에 필요한 연구라고 봤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지니는 특정 DNA 부위를 증폭하는 '프라이머' 9세트를 자체 개발했다. 프라이머에서 증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DNA는 4개다. 프라이머는 DNA 합성의 시작점이 되는 짧은 유전자 서열을 뜻한다. 프라이머를 미끼로, 환자 검체에서 나온 DNA를 물고기로 비유할 수 있다. 프라이머에 검사자의 유전자 서열이 걸려들면, PCR로 증폭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인데, 특성상 불안정해 증폭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RNA와 똑같은 구조의 cDNA(complementary·상호보완적인)로 바꾸는 역전사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총망라해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이 바로 실시간 RT-PCR 방법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프라이머가 자체적으로 셀프 증폭이 안 되도록 검증해야 한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달 중순 실험신경생물학(Experimental Neurobi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는데, 현재까지 2300회 다운로드가 있을 정도다. 연구진은 미국·스위스 등에서 연구진이 개발한 프로토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4시간 만에 코로나19 확진 여부 판단

IBS(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연구단은 기존에 바이러스 연구를 지속했고,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장치도 있는 만큼 즉각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사진은 검체 추출 후 RNA가 분리된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IBS(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연구단은 기존에 바이러스 연구를 지속했고,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장치도 있는 만큼 즉각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사진은 검체 추출 후 RNA가 분리된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좌측은 DNA와 RNA를 분리하는 원심분리기. 우측은 실시간 PCR(유전자증폭) 기기. <사진=김인한 기자>
좌측은 DNA와 RNA를 분리하는 원심분리기. 우측은 실시간 PCR(유전자증폭) 기기. <사진=김인한 기자>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특이적인 프라이머를 이용해 감별한다. 프라이머가 DNA 4군데를 잡을 수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양성 그래프가 나오면, 검사자에게 선별진료소 진단을 권고한다. 확진 판단에는 4시간이 소요되는데, 현재까진 실험실 단위에서 테스트한 결과들만 있는 상황이다.

4시간은 대략 7~8단계로 나뉜다. 먼저 면봉을 들고, 편도 주변을 긁어 검체를 채취한다. 이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기 위해 트리졸(Trizol)이라는 물질을 쓰는데, 면봉을 트리졸 안에 넣으면 DNA와 RNA가 나온다. 이때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DNA와 RNA의 층을 분리하고, RNA만 모아서 농축하는 시간을 거친다. 이를 cDNA로 변경한 이후 유전자 증폭을 통해 코로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박 연구원은 고가의 '실시간 PCR' 장비 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기본 PCR 장비만 있어도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 중이다. 저가의 장비를 통해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서도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목적이다.

연구진은 기초과학자로서 상용화는 과기 정책 차원의 몫인 만큼, 코로나19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지속 공개함으로써 바이러스 종식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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