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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코로나19 '검체' 접근을 許하라!

질본 통제 '검체 제공' 규제걸림돌‧‧‧긴급 상황에 맞는 조치 필요
미국처럼 자유롭게 검체연구 가능한 환경구축 시급
코로나19 검체 분양의 까다로운 절차로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검체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코로나19 검체 분양의 까다로운 절차로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검체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진단키트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전세계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가 원수 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로부터의 긴급 수출 요구에 밤낮없이 바쁘다. 일손이 모자라 비상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까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유럽에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까지 국내 진단제품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절차를 진행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우리 진단기업들의 수출은 당분간 탄탄대로를 질주할 것이다.

외신들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알려달라'는 해외 국가들의 요구도 빗발친다. 빠르고 광범위한 진단기술 뿐만 아니라 드라이브스루와 같은 혁신적 진단방법, 헌신적 의료진과 선진적 의료시스템, 사재기 없는 유일한 나라 등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세계적 롤모델이 되어가는 기세다. 

과연 한국이 훗날 진정한 코로나19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검체'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롤모델이 되기에는 아직 보완할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연구와 기업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당장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검체에 대한 현장 이야기는 '모범사례'와는 180도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검체 대란'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검체 관리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고, 미흡한 시스템으로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에 검체를 제공하는데 장벽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검체를 제대로 구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넘쳐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검체를 구하기 위해 연구진과 진단기업들은 안달이 나있다.

진단키트 기업들은 수출허가를 받아도 제품 성능 인증이 필요하다. 진단장비 개발회사에서도 진단기기를 만들때 검체 테스트를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대한진단검사의학회를 통해 검체를 확보할 수 있지만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촌각을 다투는 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다 탈 지경이다. 

연구현장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도 코로나19 검체를 받기가 쉽지 않다. 검체가 없으니 연구논문이 없다. 외국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논문이 쏟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치료는 하지만 관련 연구논문은 거의 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바이러스 관련 일부 연구자가 리뷰 없는 국내 저널에 내는 수준이다. 이또한 검체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논문을 세계적 의료과학학술지에 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제적인 저널들도 이슈가 되는 연구콘텐츠들이 실려야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리뷰를 추진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보니 각 저널에서도 한달 이상 걸리는 리뷰를 일주일만에도 내준다. 더군다나 코로나 대응에 성공적인 나라로 꼽히는 한국의 상황은 국제 저널에서도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연구 대상이다. 대구‧경북에서의 코로나19 발생추이와 빈도, 의학적 임상결과는 전 세계가 주목할만한 연구논문감이다. 
   
우리 과학자와 의사 집단은 코로나19 연구활동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검체 접근이 쉽지 않다보니 연구활동 자체도 시도하지 않는 문화에 빠져든 모양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를 연구하고 영문으로 정리해 논문을 내야 하는데 세계 저널 논문시장에서 한국의 논문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례만 그런게 아니다. 5년 전 이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비슷했다. 메르스도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심각한 감염병이었다. 그런데 어느 과학자나 의사 집단에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추적하면서 영문 논문을 낸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 감염병 '초기 대응' 절대적 영향‧‧‧검체 확보 중요한 이유

지난 1월 24일 임팩트지수(IF) 50을 넘는 국제 의료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에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처음으로 실렸다(링크 참조). 논문에는 중국 우한에서 12월 코로나19 1번 환자가 발생한 이후 1월 2일까지 41명을 조사한 의학적 임상결과가 담겼다. 유전체 분석도 이뤄지지 않은 단순 코로나19 의학적 조사내용만 갖고도 기존과 다른 바이러스라고 판단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랜싯에 게재됐다. 코로나19에 붙은 숫자도 랜싯에 보고된 2019년 12월 발생한 우한 환자를 기준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중국 과학기술부‧중국 의료과학원‧중국 국립자연과학재단‧북경시 과학기술위원회의 긴급 자금을 투자받고 28명의 중국 의사와 과학자가 이뤄낸 합작품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중국 연구진이 코로나19 상황을 상당히 잘 꿰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12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검체를 의료‧연구자들이 확보해 DNA서열을 밝힐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대응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객담 등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DNA 서열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래야 진단회사에서 DNA서열을 가지고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고, 백신개발에 돌입할 수 있다. 때문에 바이러스 분리와 DNA서열을 밝히는 초기 단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루라도 지체되면 그만큼 감염병 창궐을 막는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씨젠‧솔젠트‧수젠텍 등 국내 진단기업들이 재빨리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중국과 미국에서 밝힌 DNA 서열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서 분석한 DNA는 실제 국내기업이 사용할 수 없었다. 

호주와 홍콩은 코로나19 DNA서열을 밝히는데 5일이 걸렸고, 미국은 2~3일 소요됐다. 덕분에 미국의 RNA백신개발 회사는 3일만에 백신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일 이상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가정을 해보자. 코로나19가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터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DNA 서열을 밝히는데 10일 이상이 걸렸다니. 그 뒷감당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 질본, 검체 일괄 통제 '비효율'‧‧‧독립적 검체은행 설립 검토해야

국내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검체 바이러스를 일괄 통제한다. 절차가 엄격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질본만을 지적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의 규정과 법이 있다. 질본은 생물안전등급(BSL:Biological Safety Level) 3단계 연구시설을 갖춘 기관만 코로나19 검체를 분양한다. 검체 신청과 분양과정의 현 시스템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해 보인다. 

질본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DNA서열을 분석하는데 결과적으로 10일 이상 시간이 걸렸다. 질본의 국립보건연구원은 대부분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 위탁 용역과제로 추진한다. 외부에 연구를 맡겨오다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직접 실험을 하려다 보니 우왕좌왕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DNA서열을 분석하는 작업은 늘 작업하던 사람에게는 간단한 작업으로 통한다. 실험이 익숙하지 않은 연구실에서 갑자기 작업을 하려다 보니 지체된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24시간 감염병 대응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연구‧검체 분양까지도 질본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하다보니 의사결정 라인이 길다. 라인이 길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현장과 진단 및 치료제백신개발 기업에서는 질본의 검체 분양만 바라보고 있는 양상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서는 미국의 독립적인 검체은행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는 질본 내부조직인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 검체를 직접 관장해 분양하지만, 미국은 완전 별도 조직이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미국은 첫 감염병 환자 발생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긴급하게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DNA서열을 밝힌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질본과 동일하다. 그런데 CDC는 분리된 바이러스 검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검체은행 기관에 기탁한다. 일종의 바이러스 검체은행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특정 바이러스 검체에 관심있는 연구자나 기업은 검체 은행에 연락해 검체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전시상황 이상이라는 것이 모두의 공감대이다. 연구는 물론 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안전제일이 바탕이 돼야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 현장의 연구진이나 기업은 이제는 안전과 관련해 믿어도 될 수준에 이르렀다. 질본은 코로나19가 퍼져나가는 속도를 감안해 검체 접근에 있어서도 패스트 트랙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코로나19 오답노트를 쓰고 있다. 정 본부장 오답노트에 코로나19 검체와 관련된 메모가 반드시 적혀 있을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검체는 관련 기업과 연구자에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활동의 기반이 된다. 하루빨리 관계 연구자 및 기업들에게 코로나19 검체의 접근을 유연하게 허용하고, 미국의 검체은행과 같은 독립적 바이러스 검체 관리기관 설립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관련 연구지식과 논문이 한국에서 넘쳐나고, 진단‧백신개발 기업들의 활약이 세계적으로 뻗치는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그렇게 돼야 대한민국 스스로 진정한 코로나19 대응의 성공모델로 자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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