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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나도 모르게'···손은 왜 자꾸 얼굴 만질까?

한 시간에 평균 23번 얼굴 접촉···바이러스 침투 원인
"인간 본질적 행동···스트레스·안정감·집중력과 관련돼"
"손 얼굴서 멀리하는 것, 어떠한 백신보다 좋은 예방법"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대부분 손으로 얼굴을 만짐으로써 눈, 코, 입을 통해 인체 안으로 침투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수시로 얼굴을 만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인간의 본질적 행동이며 스트레스, 유혹, 안정감 등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제공=이미지투데이>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대부분 손으로 얼굴을 만짐으로써 눈, 코, 입을 통해 인체 안으로 침투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수시로 얼굴을 만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인간의 본질적 행동이며 스트레스, 유혹, 안정감 등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제공=이미지투데이>

우리의 손이 한 시간에 얼굴을 평균 몇 번 만질까? 보통 20~30번 손이 왔다갔다 한다. 신체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이 손인줄 알면서도 자꾸 얼굴에 손을 갖다 댄다. 

왜 인간은 손으로 얼굴을 자꾸 만지는 것일까? 모든 사람은 눈·코·입 등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갖다 댄다. 한호재 서울대 수의학 교수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대커 켈트너(Dr. Dacher Keltner) 등 심리학 교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얼굴을 만지는 것은 인지 과부하와 스트레스, 사고와 감정, 집중력 조절을 비롯해 안정감, 상대에 대한 호·불호, 유혹 등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2015년 해외 연구진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행동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표준화된 채점표를 이용해 점막 또는 비점막 부위와의 접촉 빈도를 비디오 녹화로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26명의 학생들은 한 시간에 23번 얼굴을 만졌다. 모든 안면 접촉 중 44%는 점막과 접촉한 반면, 비점막은 56%로 나타났다. 관찰된 점막 접촉 중 36%가 입과 관련되었고, 31%가 코, 27%가 눈과 관련되었다. 6%는 이들 모든 부위의 결합이었다.

마틴 그룬월드 독일의 심리학자는 이것을 인간의 '본질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만지는 것은 자기통제 행위 중 하나로, 소통의 목적보단 주로 무의식중에 발현되는 행위다"라며 "이러한 행위는 모든 인간에게 사고와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웬디 우드 남부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는 사람이 얼굴을 만지는 것은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행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이 선천적으로 내재된 것이든, 학습된 행동이든,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웬디 우드 교수에 따르면 얼굴을 만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촉발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위해, 어떤 사람들은 집중하기 위해 얼굴을 만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식적으로 깨지지 않는 한 계속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우드 교수는 이 사이클을 깨는 방법은 장갑이나 안경과 같은 단순한 물리적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동은 유인원과 관련된 문제인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동물 대부분은 털을 다듬거나 벌레를 쫓기 위해서만 얼굴 부위에 손을 대지만 유인원은 예외라고 전한다. 유인원은 사람과 같이 이유 없이 얼굴을 만진다는 것이다. 

마르틴 그룬발트 라이프니츠대 뇌과학 연구팀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행동 직후 뇌의 전기적 활성화 상태를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얼굴을 만지는 행동이 뇌의 전위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위는 작동 기억과 감정 상태의 정보를 저장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반면 얼굴을 만지기 직전, 이 전위 변수값은 감소했다. 즉 작동 기억이 과부하 상태라는 뜻이며 감정 지각 과부하와 병행한다. 하지만 실험 대상이 얼굴을 만지는 순간, 변수값은 다시 증가했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는 것은 뇌가 인지 과부하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왜 이런 효과가 나오는 것인지, 그것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폴 호케마이어 뉴욕의 심리치료사 또한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혼란스러울 때 눈이나 입을 쓰다듬고 긴장했을 때 손톱을 물어뜯는데 이는 모두 뇌의 작용과 연관돼 있다"고 피력했다.  

안정감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쳐 켈트너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심리학 교수는 "얼굴을 만지는 행위가 안정감을 주며 무의식중에 상대를 유혹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며 "하나의 사건이 끝나고 다른 사회적 사건이 시작되는 시기에 얼굴을 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행위를 통해 각종 바이러스가 신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감염자의 체액이 묻은 채로 눈, 코, 입을 만졌을 때 쉽게 감염된다. 체액을 간접적으로 만져도 똑같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인간 몸 밖에서 최대 9일까지 살아남는다고 밝힌 바 있다.

◆ 손, 어떻게 얼굴 안만지게 할까?···"의식하라"

스티븐 그리핀 리즈대 교수는 마스크를 쓰면 감염의 주원인인 '얼굴 만지는 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마스크가 오히려 바이러스 차단보다 얼굴 접촉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을 반복하도록 설계돼 있기에 단순히 변하고 싶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마이클 할스워스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는 "사람들에게 손을 자주 씻으라고 하는 것이 얼굴을 덜 만지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며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그거 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건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얼굴이 가려울 때 대체 행동을 하는 등 스스로 의식하고 훈련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가 얼굴을 만지고 싶어지는 순간을 의식하면 이에 대응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을 자주 만지는 사람은 선글라스를 끼거나 얼굴을 긁고 싶은 순간엔 양손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버리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손이 허전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만지고 있거나 얼굴을 만지지 말라는 문구를 잘 보이는 곳에 써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통제가 힘들다면 친구나 가족에게 주의를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습관과 행동을 연구하는 엘리엇 버크먼 오리건대 심리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행동의 변화가 답"이라며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무언가를 바꿔라"고 조언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샤론빌의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손 위생을 장려하는 비영리 단체 '헨리 더 핸드'의 설립자 윌리엄 소이어는 "손을 얼굴에서 멀리하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감염병 백신보다 좋은 예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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