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③]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실험동물 원숭이모델 연구 위해 연구자, 결혼도 연기

코로나19 바이러스 세포를 증식중인 연구원. <사진=생명연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 세포를 증식중인 연구원. <사진=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오창 분원에 다니는 K 연구원은 지난 3월 7일 결혼식을 연기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이다. 연기 이유가 남다르다. K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에 근간이 되는 실험동물 원숭이 모델을 하루 빨리 개발하기 위한 것.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는 오는 4월 15일까지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용 원숭이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이 개발되면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파스퇴르연구원에서 개발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주입해 치료제 개발의 지름길을 열 수 있다. 

쥐모델 실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원숭이 모델 실험을 감행한 이유는 코로나19의 급박한 상황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치료제 백신 개발 단계에 따르면 보통 쥐모델 실험을 시작으로 돼지모델에 이어 마지막 원숭이 모델로 단계를 밟는게 정상이다. 

원숭이 모델 자체가 한 마리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등 예산의 문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세포 단위의 약물을 증식시켜 단 번에 원숭이 모델로 실험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큰 도전이다. 당장 급한 실험때문에 예산도 아직 책정되지 못한 상황. 재료비가 부족해 일단 다른 과제에서 조금씩 모아 원숭이 실험을 돕고 있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원숭이 모델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뿐이다. 국내에서는 생명연 오창 영장류센터가 유일하다. 

오창에 위치한 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 전경<사진=생명연 제공>
오창에 위치한 생명연 국가영장류센터 전경<사진=생명연 제공>

ABL-3 실험실 현판<사진=생명연 제공>
ABL-3 실험실 현판<사진=생명연 제공>
◆ 바이러스 동물모델 연구 노하우 이미 축적‧‧‧밤낮‧주말 가리지 않고 연구 올인

생명연 연구진은 원숭이 동물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매일 밤낮, 주말 가릴 것 없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4월 15일까지 원숭이 동물모델을 완성한다는 목표 일념 아래 4명의 동물모델 개발 전담 연구진과 3명의 보조인력이 전력투구하고 있다. 

생명연 연구진은 지난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바이러스 동물모델 연구에 최적화된 노하우를 갖췄다. 덕분에 이번 코로나19 원숭이 모델 연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연구진은 현재 코로나19 감염 세포를 받아 세포배양 증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숭이 총 18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세포배양의 양이 많아야 한다. 연구진은 사스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배양에서 잘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코로나19 세포배양을 하는 곳은 동물생물안전 3등급(ABL-3) 실험실이다.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밀폐공간에 들어가 바이러스를 키우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원숭이를 안정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한다. 최대한 원숭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2주 동안 안정화 작업을 거친다. 

국가영장류센터 ABL-3 시설에서 연구원이 감염 동물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생명연 제공>
국가영장류센터 ABL-3 시설에서 연구원이 감염 동물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생명연 제공>
◆ 원숭이 동물모델, 어떻게 완성하나?···DNA 백신 개발 등 다각적 노력 펼쳐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세포 증식을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 본격적인 원숭이 동물모델 개발에 나선다. 원숭이 모델을 완성하려면 바이러스 주입양이 얼마나 되어야 효과적일 수 있는지 뿐만 아니라 주입 부위가 어느 부문이냐의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생명연에서 추진할 수 있는 영장류 연구는 최대 18마리다. 4월 15일 이후 모델이 완성되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각각 실험하게 된다. 여기서 효능이 입증된 후보물질로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에 돌입하게 된다.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는 원숭이 동물모델 개발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관련한 다양한 연구개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총 20명의 연구진과 테크니션이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진단장비 개발을 비롯해 단백질 백신 개발, DNA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자 맡은 연구에 올인하고 있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여러가지 면으로 도전적이고 위험한 추진과정에 있긴 하나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출연연의 역할을 다해볼 예정"이라며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계가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 것"이라고 연구의지를 밝혔다. 

감염 실험을 위해 연구원이 영장류를 실험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생명연 제공>
감염 실험을 위해 연구원이 영장류를 실험실로 옮기고 있다. <사진=생명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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