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통신]글 : 편다현 연구원
"외상 후 스트레스 원인 찾아야"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집단 트라우마에 걸릴 위험에 처했다. 전 세계의 교통은 마비되고, 옆 사람의 기침 소리에도 예민해지는 시기다. 

현재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영남권트라우마센터에선 확진자 및 가족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또한 격리자 및 일반인을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위기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혼자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극복하자는 조언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나온 감염병 스트레스 '정신건강 대처법'은 다음을 권유하고 있다. ▲믿을만한 정보에 집중하기 ▲정신건강 전문가 도움받기 ▲힘든 감정 털어놓기 ▲자신의 몸과 마음 돌보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관심 기울이기 ▲격리된 환자 및 가족의 불안감 스트레스 도와주기 ▲의료인과 방역요원 응원하기. 

코로나19는 분명 사회적으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관련 상담 문의는 빗발치고 있으며, 불안이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두뇌에 상처가 남아 생기는 질병"이라고 밝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과민반응 ▲마음 속 재경험 ▲감정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인다. PTSD에 대한 치료는 첫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줄여주는 약물 투여, 둘째 인지행동 치료(Trauma-focused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 의학적으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코티솔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해마 부분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러면 기억력과 학습에 장애를 입는다. <이미지=TED-Ed 제공>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코티솔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해마 부분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러면 기억력과 학습에 장애를 입는다. <이미지=TED-Ed 제공>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면 반드시 PTSD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앞서 언급한 책에서 "트라우마를 초래한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이 외상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라고 말합니다."라면서 "그 고통을 초래한 사회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트라우마는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요."라고 적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사회 역학적 원인과 앞으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코로나19는 개인의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코로나19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사회적 원인 찾아야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란 TED ed 영상을 보면,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기능과 유전자 수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뇌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인지하면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해 몸이 바로 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데, 너무 오랜 기간에 걸친 많은 코티솔은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코티솔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서 스트레스 조절과 관련된 뇌의 해마 부분의 전기 신호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더욱이, 너무 많은 코티솔은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손상시키고 전전두엽의 피질을 줄어들게 만들어 뇌의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특히 너무 많은 코티솔은 해마에서 만들어지는 새 뇌세포 수도 감소시켜 학습과 암기 차원에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로 이어지는 셈이다. 

어미쥐와 새끼쥐에 대한 양육적 신체 접촉의 실험에 따르면, 신체 접촉을 많이 한 쥐는 스트레스에 덜 민감했다. 반대로 무심한 어미의 새끼들은 일생에 걸쳐 스트레스에 민감해지며 후천적 변화를 일으켰다. 결국,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끼치며 몇 대에 걸쳐 전해졌다. 이 실험에서 유추할 수 있는 건 집단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내가 소외돼 있지 않고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후생적 변화를 일으켜 유전적 발현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변화는 몇 세대에 걸쳐 전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선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 <이미지=TED-Ed 제공>
스트레스는 후생적 변화를 일으켜 유전적 발현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변화는 몇 세대에 걸쳐 전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선 사회적 연결이 중요하다. <이미지=TED-Ed 제공>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선 코티솔이 스트레스를 받은 뇌에 끼친 영향을 되돌리는 방법으로 운동과 명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과 명상은 둘 다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해마의 크기를 증가시켜 기억력까지 향상시킨다. 혹시 집 안에 격리돼 있더라도 스트레칭과 운동,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보면 좋을 것이다. 

◆ 스트레스 줄이기 위해 사회적 연결-운동-명상이 필요

보건의학 전문 채널인 '오스모시스(Osmosis)'에서 업로드한 'PTSD : 원인과 증상, 치료와 병리학'이란 영상을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는 이전의 안 좋은 경험이 나중에 약 1달간 지속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미국정신과협회에서 1952년 처음 출판한 ‘정신과 진단 메뉴얼(DSM V)’의 5번 째 버전에 의하면 말이다. PTSD를 겪으면, 비슷한 경험이 또 발생할까 두려워 과민한 경계 반응(hypervigilance)이나 과다 각성(hyperarousal)을 보인다. 이로써 불면증에 걸리거나 쉽게 화를 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한 경계 반응이나 과다 각성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극도로 민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Osmosis 제공>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한 경계 반응이나 과다 각성이 일어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극도로 민감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Osmosis 제공>
외상 후 스트레스 혹은 트라우마는 강도나 강간처럼 특정 상호 간의 발생한 일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코로나19 같은 경우, 감염 경로와 감염자가 특정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특히 어릴 적 강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성인이 되어 다른 트라우마에 쉽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말하면, 사회적 지원 체계에 따라 트라우마를 제대로 극복하기만 하면 다른 트라우마에서 자신을 통제하며 극복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노출 치료법은 자신의 트라우마였던 것들에 조금씩 마주하는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상담, 치료 등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지=Osmosis 제공>
노출 치료법은 자신의 트라우마였던 것들에 조금씩 마주하는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상담, 치료 등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지=Osmosis 제공>
연구에 따르면, 트라우마에 점진적으로 접근하여, 트라우마의 원인에 대한 전문가와의 상담과 돌봄이 이뤄진다면 극복할 여지가 생긴다. 그 방법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일으킨 특정 핵심 상황에 조금씩 노출되는 것이다. 개인 스스로 트라우마의 원인을 조금씩 마주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치료 요법이 될 수 있다. 집단적 치료 역시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집단 치료에선 안전한 공간에서 트라우마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경우는 어떤 집단적 치료법이 강구되어야 할까.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는 건 비단 확진자나 확진자 가족 뿐만이 아니다.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과 그들을 돕는 많은 이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의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시간을 준비할 때이다. 

◆ 편다현 연구원은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상포진 바이러스 생활사를 연구해 졸업논문 우수상을 받았다.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과학을 부탁해'를 집필했다.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며 브릭에서는 '바이오 in 비디오' 코너를 통해 생물분야 이슈를 연재 중이다.

※ 정보출처 :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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