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계 언더독 '솔젠트'···"전 직원, 팬더믹까지 각오"

[코로나와 싸우는 벤처 ②]방역 최전선서 사투
한달 2만명 진단할 시약 생산···해외 곳곳서 문의
"진단 통해 경·중증 신속 구분해야···방역에 총력"
솔젠트는 지난달 27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자체 개발한 진단 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받았다. 사진은 연구개발 관계자가 시약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솔젠트는 지난달 27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자체 개발한 진단 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받았다. 사진은 연구개발 관계자가 시약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코로나19 진단이 이 시약을 통해 이뤄진다. <사진=김인한 기자>코로나19 진단이 이 시약을 통해 이뤄진다. <사진=김인한 기자>

출입문을 들어서자 직원들이 이곳저곳 분주하게 움직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곳곳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직원들은 서류 검토를 계속했다. 뒤를 이어 유재형·석도수 솔젠트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리에 앉은 유재형 대표의 전화는 쉼 없이 울렸다. 50명 남짓 규모의 벤처기업에서 한 달 2만명 진단할 시약을 생산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유재형 대표는 "진단 시약 생산 업무를 총괄하는 것을 포함해 하루 18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무가 끝나면 보통 새벽 2~3시 중동 지역에서 진단 시약 문의 전화가 온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솔젠트는 코로나19 환자를 진단할 시약을 하루 2만개씩 자체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코로나19 환자 급증 상황으로 진단 시약이 필요한 국가들에서 문의가 줄기차게 오고 있다. 해외에서 요구하는 진단 분량을 모두 포함하면 대략 50만명에서 100만명이다.

솔젠트는 올해로 설립 20년을 맞은 대덕특구 바이오 기업이다. 초기부터 분자 진단계에 정통한 기업은 아니었다. 바이러스 진단을 위해선 환자 샘플 채취, 유전자 추출, 유전자 증폭, 검사 등의 단계가 필요한데, 솔젠트는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효소를 자체 생산, 개발해왔다. 

그동안 유전자증폭효소를 국내 진단 기업에 B2B(기업 간 거래)로 공급해온 국내 진단 인프라 기업이었다. 분자 진단 분야에서 소위 언더독으로 평가되어 왔던 이유다. 유재형 대표는 "분자 진단으로 하면 메이저 기업은 아니었다"면서 "질본 1차 설명회에 초대를 못 받은 만큼 아웃사이더였고, 대학병원 진단과 교수도 솔젠트가 뭐냐고 했다"고 말했다.

유재형 대표는 솔젠트가 자체 개발한 진단 시약에 대한 민감도, 특이도가 수준이 높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김인한 기자>유재형 대표는 솔젠트가 자체 개발한 진단 시약에 대한 민감도, 특이도가 수준이 높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김인한 기자>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솔젠트···방역 최전선 '사투'

솔젠트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다수의 국내 진단 기업에서 직접 만들 수 없는 유전자증폭효소를 생산할 수 있는 20년 노하우에 정부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즉각 반영했다. 이에 코로나19 의심환자 검체를 채취해 바이러스의 ORF1a gene과 N gene을 정성 검출하는 분자진단 시약을 개발했다. 유전물질인 RNA(리보핵산) 추출 후 1시간 50분 이내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고,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유하는 제품을 내놨다. 

지난달 27일 대구·경북에서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솔젠트 진단 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했다. 코젠바이오텍, 씨젠에 이어서다. 솔젠트는 이들 기업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작다. 전체 인력은 56명이고, 그중 연구개발(R&D), 생산, 품질관리(QC) 등 코로나19 직접 연관 인력은 29명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코로나19에 올인하기엔 리스크가 따랐다. 

석도수 대표는 "내부적으로 1월 17일 이걸 시작하자고 결단했다"면서 "당시엔 내부적으로 기술개발 과정이 힘들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진단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올인하라고 주문했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유재형 대표는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국내 사용보다는 해외를 봤다"면서 "그동안 70개국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만큼 해외에 포커싱했다"고 설명했다. 솔젠트는 질본 허가 다음 날인 28일 유럽인증(CE)까지 획득해 해외 환자들에 대한 진단도 책임지게 됐다. 

국내 긴급사용승인허가와 유럽인증(CE)을 통해 진단 시약이 만들어졌다. <사진=김인한 기자>국내 긴급사용승인허가와 유럽인증(CE)을 통해 진단 시약이 만들어졌다.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해 8월 부임한 석도수 대표(좌)와 유재형 대표(우).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해 8월 부임한 석도수 대표(좌)와 유재형 대표(우). <사진=김인한 기자>

◆ "팬더믹까지 각오···방역 위해 주말, 밤낮 가리지 않고 올인"

석도수 솔젠트 공동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석도수 솔젠트 공동 대표. <사진=김인한 기자>
솔젠트 관계자들은 24시간 비상 체제다. 코로나19가 세계적인 유행병인 팬더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에 임한다는 의지다. 석도수 대표는 "전 직원이 팬더믹이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유재형 대표도 "현재 진단 시약 생산을 위해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동중"이라며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 내 다른 구성원들도 여기에 시간을 할애하고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대표는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상황(5일 당시, 438명 증가)에선 경·중증을 빨리 구분하고 격리, 치료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불안이 끝날 수 있도록 빨리 진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 대표는 솔젠트가 소규모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도 공적 판매 얘기가 나오는데, 진단 시약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정 부분 구매해서 새로 검사가 필요한 곳에 분배하면 조금 더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현재 진단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병원을 일일이 쫓아다니기엔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솔젠트가 제작한 진단 시약은 현재 우수한 민감도, 특이도를 인정받아 현재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등 검사 센터에서 평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브라질, 유럽, 중동 등에서도 진단 시약이 필요하다고 문의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9일 솔젠트를 다녀갔다. 현장에서 박 장관은 코로나19 진단은 치료의 시작이라고 언급하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솔젠트를 다녀갔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솔젠트를 다녀갔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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