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한달 긴급사용승인 신청, 기업 64개 접수
질본·식약처 "선납선출 원칙에 따라 심사 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세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환자에 대한 검사 건수도 13만여 건을 넘어섰다. 보건·방역 당국이 기존 시스템을 활용해 의심 환자를 전례 없는 속도로 진단하는 수확은 거뒀으나,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내놓은 우수 진단 기술이 현장에 즉각 적용되지 못하는 한계도 드러났다. 

4일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신속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긴급 사용승인을 요청한 건에 대해 선납선출 원칙에 따라 유효성, 안전성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 28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는 감염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 시약의 한시적 긴급 사용승인에 대한 공고를 냈다. 대상은 코로나19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법(Real Time RT PCR) 시약이었다. 공고 당시 기준은 ▲제조·공급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된 제품 ▲일정 수준의 유효성,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 결과 질본에 64건이 긴급사용신청 승인 품목으로 신청됐다. 이에 지난달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순서대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건에 대한 승인은 답보 상태다. 질본과 식약처는 성능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제품을 평가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질본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선납선출 원칙에 따라 심사 중이고, 심사를 하더라도 이걸 평가해줄 기관이 있어야 한다"면서 "진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일체형 전용 장비가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쓰고 있는 병원이 있으면 평가를 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이 과장은 "일체형 전용 장비를 활용하면 (진단 속도) 빨라지는 장점이 있지만, 범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기업의 진단 장비가 질본에도 없고, 병원에도 없는 상황인 만큼 2주일에 3건씩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나온 결과에서 유효성, 안전성이 확보되면 질본은 식약처에 승인 허가를 요청한다. 식약처는 서류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승인을 낸다. 이가영 식약처 주무관은 "환자 검체로 임상시험을 하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최선을 다해 순차적으로 승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기업들은 관련 절차가 깜깜이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입장에선 당장 총력을 기울일 연구개발(R&D)을 접어두고, 국가 위기 상황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시간·인력을 투입했지만 관련 진행 상황 자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와 질본은 신속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해 우수 진단키트가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확진환자는 4일 0시 기준으로 전일 대비 516명이 늘어나 총 5328명이 됐다. 이 중 5255명이 격리 중이고, 격리 해제된 인원 41명이다. 사망자는 32명으로 늘어났다.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신속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긴급 사용승인을 요청한 건에 대해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신속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긴급 사용승인을 요청한 건에 대해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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