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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외국산 고집에 국산 진단장비 '무용지물'

[코로나19]답답한 바이오 벤처들
외국산 오픈시스템만 적용, 검사자 위험·민감도 떨어져
질본,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확진 환자가 43일만에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개발한 첨단 진단장비들이 현장에 사용되지 못하면서 여전한 '국산 장비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진단장비 분야에 1000억원(KISTEP 자료,  2014~2016년 기준 '감염병 특화사업 연구분야별 정부연구비' 중 진단분야 연평균 140억원 규모)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 지원에 나섰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국내 진단장비 기술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시장에서도 인증을 받을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진단에서는 국내 진단장비 기업들의 제품은 무용지물 상태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진단기기 중 외국산 장비의 오픈 시스템만 허가한 상태다. 오픈시스템은 장비에 다양한 진단 시약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비와 검체가 별도로 놓이고 검체를 실험실로 옮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체에서 확보한 RNA가 보관상 깨질 수 있고 변이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성, 음성이 번복되는 이유라고 관측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검사자가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도 있다.

복수의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들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의 진단장비는 민감도와 안전 등을 위해 오픈 시스템이 아닌 클로즈 시스템(장비와 시약 일체형) 추세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개발한 진단 장비 역시 클로즈 시스템이 주류를 이룬다.

클로즈 시스템은 증상자에게서 검체를 채취하고 바이러스 검출, 증폭, 시약 혼합, 진단이 현장에서 바로 이뤄질 수 있다. RNA 변형 우려나 검체 핸들링 오류없이 현장에서 정확하고 민감도 높은 진단이 가능하다. 채취 이후 모든 과정이 장비안에서 이뤄져 검사자가 위험에 노출될 염려도 없다.

진단기기 분야 바이오 벤처기업의 한 CEO는 "질본 등 정부에서 보유한 장비는 오래전 구입한 외국산 오픈시스템으로, 초기 확진자가 많지 않을 때는 가능하나 지금처럼 지역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에서는 오픈, 클로즈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진단시약 부족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국내산 진단장비 진입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부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것도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함이다. 정부도 흐름을 파악하며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벤처인들은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 신청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월 말까지 진단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진단키트와 장비를 정부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접수확인은 물론, 진행 과정도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구조라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같은 제품으로 해외에도 테스트를 신청한 상태다. 기업인들은 진단장비를 테스트 받을 수 있는 국제 기구로 혁신적 진단기기 재단(FIND)을 꼽았다. 국내 벤처기업 중에서 씨젠, 미코바이오메드, 바이오니아, 진시스템, 케이에이치메디칼 등 진단기업이 FIND 사이트 리스트에 공개돼 있다.

국제 진단기기 재단인 FIND에 개발한 진단장비 테스트를 요청하면 접수부터 진행 과정을 한눈에 알수 있다. 반면 국내상황은 접수는 물론 진행과정도 전혀 알 수 없다.<사진= FIND 홈페이지 갈무리>국제 진단기기 재단인 FIND에 개발한 진단장비 테스트를 요청하면 접수부터 진행 과정을 한눈에 알수 있다. 반면 국내상황은 접수는 물론 진행과정도 전혀 알 수 없다.<사진= FIND 홈페이지 갈무리>

FIND(The 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는 스위스 소재 비영리기구로, 15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협력해 빈곤국에서 빈번한 질병에 대한 진단 기구를 개발, 평가, 제품화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한 관계자는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FIND 사이트에 올리면 접수부터 진행과정이 바로 바로 피드백되는데 국내 질본은 접수증조차 없다"면서 "FIND에서 인정하면 WHO,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으로 저개발국가에 진단기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확산이 계속 우려되는 시점이다. 정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알지만 오픈형과 클로즈형 투트랙을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에 5000에서 1만 사례까지 진단이 가능하다"면서 "신종플루 이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진단장비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세계 최고 기술의 진단장비를 제품화하고도 지금 상황을 그냥 손놓고 바라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질본은 해당 내용은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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