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①]화학연 CEVI융합연구단
바이러스 배양부터 진단, 백신, 모델쥐, 치료제 연구
연구자들 "주말 반납하고 새벽까지 연구개발에 총력"

코로나19 연구가 진행 중인 한국화학연구연 BL3 실험실을 외부에서 본 모습.<영상= 길애경 기자>
 

코로나19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되며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의료진과 연구진이 총력을 다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기반의 근본적 대응책 마련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지는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현장을 특별히 조명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 극복의 국민적 염원을 담아 연구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연구진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편집자 편지> 

소리없는 아우성. 방호복으로 중무장(?)하고 생물안전3등급(BL3) 실험실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연구진의 뒷모습이 그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연구현장 최전선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은 전시체제와 흡사했다.

지난 27일 한국화학연구원 내 CEVI 융합연구단(단장 김범태) BL3 실험실. 2인 1조 두명의 연구진이 방호복을 입고 생물안전작업대에서 실험 중이다. 안전상 연구진의 모습은 외부 CC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방호복을 입고 실험에 몰두하는 연구진의 고군분투는 화면 밖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다른 연구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분양받은 코로나19 배양부터 균일화(titration), 후보물질 연계성 등 진단, 백신, 치료제 연구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범태 단장의 개인전화는 수시로 벨이 울린다. 정부관계자, 연구자, 기업 등 곳곳에서 그를 찾는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CEVI 융합연구단은 정부출연연구기관 8개 기관과 기업,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신종 바이러스 연구개발 군단이다. 코로나19 확산이 급격화되면서 한달전부터 주말을 반납하고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취재진이 주52시간 근무를 언급하니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김범태 단장은 "CEVI 융합연구단은 7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해 신종 바이러스 진단부터 모델마우스 개발, 백신, 치료제 개발 분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메르스 시기 연구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한 진단 기술은 기업에 이전했고 백신은 면역원을 제작해 중화항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는 기존 연구를 통해 확보한 유효물질과 약효가 우수한 화합물을 대상으로 스크리닝 중"이라고 설명했다.

◆ "연구 공백 막기위해 체력관리는 기본, 모두 소명의식으로 참여"


한국화학연구원 BL3 실험실. 연구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실험실 생물안전작업대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BL3실험실은 항온항습이 유지되며 온도와 압력이 낮아 일반 실험실에 비해 체력이 요구된다. 특히 화학연 BL3는 다량, 고농도의 바이러스 실험실로 연구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각별한 지침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사진은 외부 CCTV 화면 모습.<사진= 길애경 기자>
한국화학연구원 BL3 실험실. 연구진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실험실 생물안전작업대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BL3실험실은 항온항습이 유지되며 온도와 압력이 낮아 일반 실험실에 비해 체력이 요구된다. 특히 화학연 BL3는 다량, 고농도의 바이러스 실험실로 연구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각별한 지침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사진은 외부 CCTV 화면 모습.<사진= 길애경 기자>
BL3 실험실에서 2시간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나온 구근본 선임연구원과 마주했다. 그는 BL3 실험실에서 나오는 마지막 단계인 소독과 샤워를 끝낸 후에야 연구실로 돌아왔다. 매일 이를 반복하고 있다.

화학연의 BL3 실험실은 숫자 3이 나타내는 그대로 위험도 높은 결핵균,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연구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는 BL3 실험실이 70여곳 있다. 출연연 중에는 화학연과 생명연 뿐이다. BL3 실험실은 안전과 바이러스 배양을 위해 24시간 항온, 항습이 유지되고 실험실 전체는 차폐시설로 이뤄졌다. 또 강력한 헤파필터를 이용해 공기 순환이 이뤄진다.

BL3 실험실은 안전, 연구 등 특성이 있어 일반 실험실에 비해 온도, 압력이 낮다. 2시간 이상 머물면 체력이 급격이 떨어진다. 때문에 10여명의 출입 연구진(교육과 자격 필요) 모두 체력 관리는 기본이다. 또 다량의 고농도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될 수 있어 2인 1조로 하루에 1번만 출입하고 있다.

구 연구원은 "BL3 실험실에서 실험을 마친 후에는 방호복을 폐기하고 전신 소독과 샤워 후에 나올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연구 인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어 저녁 모임은 갖지 않는다"면서 "따뜻한 물을 수시로 보충하며 체온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일상이 모두 실험과 연구에 맞춰있다"고 현재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설 이후 대다수의 연구진이 주말없이 나온다. 논문도 병행하고 있어 시간 확보를 위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도 여럿이다. 모든 연구진이 소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범태 단장은 "BL3에서는 바이러스 배양부터 연구에 적합한 바이러스 확보를 위해 적정화 작업도 병행된다.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다량으로 있는 곳에 연구진이 있는 셈이다. 연구진의 안전을 위해 모두 출입 원칙을 철저히 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화학연 BL3 실험실은 2014년 출연연 중 처음으로 인증받았다. 2015년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시기 연구를 통해 진단 기술과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바이러스 진단, 치료 플랫폼을 갖췄다. 이번 코로나19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BL3 실험실에서 실험을 마치고 나온 구근본 선임연구원(사진 가운데)이 연구진과 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균도 선임연구원, 구근본 선임연구원, 권영찬 선임연구원.<사진= 길애경 기자>
BL3 실험실에서 실험을 마치고 나온 구근본 선임연구원(사진 가운데)이 연구진과 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균도 선임연구원, 구근본 선임연구원, 권영찬 선임연구원.<사진= 길애경 기자>
◆ CEVI 융합연구단, 코로나19 잡기 위해 총력

CEVI융합연구단은 출연연 중 코로나19를 비롯해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 중심축이다. 메르스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신·변종 바이러스의 초고감도 진단, 예방, 치료, 확산 방지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16년 출범했다.

화학연을 주관기관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국식품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한의학연구원·안전성평가연구소·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 출연연과 위탁연구기관 10곳이 함께 한다. 또 이번 코로나19 치료제 연구를 위해 화학연 내 관련 연구자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연구는 진단, 백신, 모델마우스, 치료제 분야로 진행 중이다. 분자 진단 기술은 질본에서 바이러스 샘플을 받기전 공개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개발을 완료, 협력기업에 이전했다. 협력기업 웰스 바이오는 질본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분자 진단에 비해 진단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면역진단 키트는 개발 중이다. 면역진단 기술이 개발되면 코로나19 진단이 몇분 안에 가능해진다.

김 단장은 "백신은 면역원 제작 후 일반 마우스를 활용해 중화항체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3월말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모델 마우스 개발도 진행 중이다. 유전자 변이된 모델 마우스를 활용해 연구할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모델마우스가 없다. 외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치료제는 기존 메르스 시기 개발한 후보물질을 활용한 스크리닝과 기존 개발된 약물중 재창출 가능한 약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 단장은 "메르스 시기 개발한 물질과 미국 FDA서 승인한 약물을 대상으로 스크리닝 중이다. 또 화학연 의약정보플랫폼이 보유한 1500여종의 임상 허가 후보물질에서도 찾고 있다"면서 "현재 알려진 약물 후보는 6가지인데 기저질환에 따라 다른 효과를 보일 수 있어 스크리닝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치료제가 있다 하더라도 당장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 우리가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라면서 "CEVI 융합연구단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진들이 서로 협력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치료제 개발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범태 단장이 코로나19에 노출돼 감염된 세포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김범태 단장이 코로나19에 노출돼 감염된 세포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 길애경 기자>

화학연 CEVI 융합연구단이 연구중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확대한 모습.<사진= 길애경 기자>
화학연 CEVI 융합연구단이 연구중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확대한 모습.<사진= 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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